왕원장은 찻잎 봉지를 냉장고에 주섬주섬 집어넣었다. 하지만 은(銀) 주전자는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내 눈썰미가 둔하기는 하지만, 이거 은 맞지?"
옌니엔추가 말했다. "금은보화는 잘 아시면서, 정작 찻잎은 못 알아보는군요. 이게 만원이 넘는 용정차(항저우에서 생산되는 중국 전통 명차)예요. 꼭 혼자서만 드세요!"
왕원장이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난 차에 대해서는 조예가 없어.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에, 무얼 먹나 신경 쓰지 말고, 누구와 먹나를 신경 쓰라고 그러지 않아? 난 차를 우리는 것도 무슨 차를 우리는지를 신경 쓰지 않고, 어떤 주전자로 차를 우리나를 더 신경 써.
먼저 달에 위생국 유국장네를 갔는데, 그가 은 주전자를 쓰는 걸 봤어. 그때 나도 언제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했지. 오늘 생각지도 않게 생기다니, 이거 정말!"
연니엔추가 말했다. "그러니까 마음속으로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아요? 은 주전자는 내가 일본에서 사 갖고 온 건데, 계속 상자 속에 든 채, 놓아두었던 거예요."
왕원장이 말했다. "당신이라고 어떻게 아깝지 않겠어?"
옌니엣추는 선글라스를 밀어 머리에 걸고는 말했다. "공자 말씀에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행하지 말라 (원문, 已所不欲勿施于人)라고 했어요!"
왕원장은 꼭 흥얼거리는 것처럼 웃으며, 자기 의자에 벌렁 눕더니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옌니엔추는 테이블 앞, 긴 의자에 앉았는데, 의자는 책상에 비해 절반 높이 정도로 낮았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왕원장의 후두골을 올려다보게 되었는데, 후두골은 목 안에 있는 철 삼각대 같아서, 언제라도 피부를 찢어놓을 것만 같았다.
왕원장이 말했다. "계약서 초안은 만들었어?"
옌니엔추가 말했다. "벌써 세부 만들어 두었어요."
그녀가 긴 다리를 꼬고 앉는 바람에 치마가 위로 올라가 훨씬 짧게 보이자, 그녀는 목에 둘렀던 스카프를 벗어서 다리에 얹어 놓았다.
왕원장이 말했다. "좋아, 좋아. 오, 당신도 담배 피우지? 그걸 깜빡했네."
그는 담배 한 가치를 던졌고 연지에추는 그걸 받았다.
왕원장이 말했다. "당신 치마에 덮은 스카프 치워버려. 다른 사람이 들어와 보고, 치마를 안 입은 줄 알면 어떻게 해?"
옌니엔추가 말했다. "안 입었으면 또 어때요? 왕원장이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녀는 말을 마치고 웃었다. 그녀는 웃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쪽에서 설비사업 발주를 구상하고 있죠?"
왕원장이 말했다. "문 좀 닫아."
옌니엔추가 일어나 문을 닫으러 가다가 한구석에 문죽 화분이 놓여있는 것을 보았다. 하나의 줄기가 지탱하는 가운데 잎이 하늘하늘거렸고, 어른 키만큼 컸다.
그녀가 말했다. "꽃도 가꿀 줄 아시네요."
왕원장이 말했다. "나와 서기, 부원장의 사무실에는 모두 문죽이 한분씩 있어. 난 하루종일 담배를 피우고, 관리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데도 오히려 그들 방에 있는 것보다 더 잘 자랐어."
그가 다시 담배를 피워 물고, 담배연기를 내뿜자 온몸이 담배연기에 뒤덮였다. 그가 말했다. "그 일로 오전에 회의가 열렸는데, 공개 입찰하기로 결정됐지."
옌니엔추가 놀라서 "어"하면서 몸을 뻗자 긴 의자가 책상 쪽으로 움직였고, 그녀의 두 손으로 책상을 짚었다.
그녀는 열 손가락 모두 네일 아트를 했는데, 한 손가락에는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져 있었다.
왕원장이 말했다. "다이아몬드 아냐?"
옌니엔추가 말했다. "나 돈 많이 벌면, 진짜 다이아몬드를 끼워 넣고 특별히 당신만 보여드릴게요! 회의에서 통과되었으니 진행된다는 말로 끝내면 안 돼요! 도대제 왜 입찰을 해야 되죠?"
왕원장이 말했다. 당신도 시 워원회 서기 잡혀간 일을 알지 않아? 현재 분위기가 진짜 경직되어 있어. 새로 발주하는 것은 반드시 입찰을 붙이고, 절차에 따라야 해. 또 매 진행 단계마다 기록을 남겨야 하고. 그게 누구 한 테나 좋은 거야."
옌니엔추가 말했다. "시 위원회 서기가 정말 잡혀갔어요?"
왕원장이 말했다. "그 사람만 잡혀간 줄 알아? 그 사람 마누라도 잡혀가고, 집이 몰수되었는데 소문에는 집에서 황금이 300킬로가 나왔대. 어이, 당신 세계적인 명품 백, 몇 개나 있어?"
옌니엔추가 말했다. "열몇 개 있어요."
왕원장이 말했다. "그 사람 딸이 삼백 개가 넘는대."
옌니엔추가 말했다. "그렇게나 많아요! 보나 마나 모두 다른 사람이 선물했을 텐데, 난 고생해서 돈을 벌어, 산 거예요. 왕원장님, 의료기게 만드는 데가 한 두 군데가 아닌데, 내가 어떻게 입찰을 따낼 수가 있겠어요? 내가 여러 번 잉리호우에게 말해서 겨우 당신을 만났으니 당신은 반드시 나를 도와주어야 해요!"
왕원장이 말했다. 오랜 세월 지나도록, 내가 도와주지 않은 적 있어?
나는 어떤 때는 이건 전생에 '내가 당신에게 빚을 져서, 이번 생에 들어와, 그걸 갚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어."
그녀는 입술을 부풀리며 말했다. "그래요. 나한테 빚을 졌나 봐요."
왕윈장이 고개를 쑥 내밀고, 옌니엔추를 바라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최저 입찰가를 알려줄게. 당신이 가격을 낮 춰 쓰면 틀림없이 낙찰될 거야."
옌니엣추가 말했다. "최저 입찰가가 얼만데요?"
왕원장은 한 손을 내밀더니, 손가락을 펴는 척하다가, 오히려 옌니엔추의 손가락을 잡았다.
옌니엔추는 그가 잡도록 내버려 두고, 웃으며 말했다."농촌 사람들은 가격을 흥정할 때 손가락을 잡고 숫자를 표시한다던데 당신도 할 줄 아세요?"
왕원장이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농민이셨거든."
옌니엔추가 말했다. "그렴 괜히 수십만元이 줄었네요. 그래도 난 당신에게 차 한 대 사드릴게요."
그녀는 손을 빼고 똑바로 앉았다.
왕원장은 다시 담배를 피우며 말했다. "나는 당신 차 필요 없어. 나는 관용차가 있으니, 당신이 차를 사준다 해도 운전하고 다닐 수도 없고, 놔둘 데도 없어. 잉리호우에게는 일이 잘 다져진 다음에 사례를 하면 돼! 계약서를 그녀도 봤머?"
옌니엔추가 말했다. "이 일은 우리 둘이 같이 한 거예요. 당신이 시간만 정해주면, 우리가 그녀의 집으로 가거나 그녀를 이리로 오라고 하면 돼요."
왕원장이 말했다. "당신이 그녀에게 전화해서, 지금 함께 식사하러 갈 수 있는지 물어봐. 식사자리에선 말하기가 좋거든."
옌니엔추는 바로 잉리호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잉리호우는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남자는 울적하면 술을 마시고, 술로 인해 위와 장이 망가지지만, 여자들은 울적할 때, 돈이 돈이 아닌 것처럼, 거리에 나가 함부로 물건을 산다.
잉리호우는 차를 운전하지 않고, 걸어서 금화 백화점에 물건을 둘러보러 갔다.
그녀는 먼저 이태리 logo 가죽구두를 샀고, 에르메스 스카프 한 장, 손을 쬐는 작은 화로를 한 개 샀다. 또 화장품 코너에 가서
지방시 립스틱을 사고, 랑콤 크림과 부스터를 샀다.
그때, 옌니엔추에게 전화가 왔고, 왕원장과 같이 식사를 하자면서, 서성 하의 열강루에서 양고기 파오머를 먹자고 했다.
왕원장과 함께 식사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잉리호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그녀는 심호흡을 두 번 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차를 갖고 나오지 않았고, 열강루까지 가려면 머니까 조금 늦을 거라고 했다.
옌니엔추는 꼭 와야 한다며, 우린 그 일을 그에게 잘 말해야 한다고 했다.
잉리호우는 택시를 잡아 탔다.
가는 길 내내 운전기사는 매우 흥분하여, 그녀가 대미인이라며 이것도 묻고 저것도 묻고 하였다. 잉리호우는 건성건성 몇 마디 대답하며,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를 보통 아가씨 취급하면 곤란하지?!"
그리고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서성 하안에서 차를 내렸다. 요금이 18元 나와서, 그녀가 20원 지폐를 꺼내주자, 기사는 거스름돈을 찾았다. 그녀는 '거스름 돈은 필요 없다'며, 고개를 꼿꼿이 들고 직접 문을 열고 내려서 걸어갔다.
그녀는 열강루에 다다르자 비로소, 구두, 스카프, 손난로, 립스틱, 크림, 부스터를 담은 대형 비닐 백을 들고 오지 않았다는 걸 발견했다. 고개를 돌려 거리를 보니 택시는 벌써 종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스스로를 원망했다. "뭘 하러 오길래, 그것도 잊어버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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