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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十一, 통즈로우의 하이루오 (海若•筒子楼).3

차오거다

 

샹치위가 말했다. "그런 적 없어. 그 애가 뭐 하러 나한테 돈을 빌리겠어?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일은 무슨 일. 내가 금년부터 그 애한테 송금하는 돈을 확 줄였거든. 그래서 혹시 너희들 누구에게든 돈을 빌려 달랄 까봐 그래. 또 그 애 못된 버릇이 나왔거든."

샹치위가 말했다. "어떻게 갑자기 송금을 확 줄일 수가 있어? 애가 이국 타향에 있는데, 어디를 보아도 친지 하나 없고, 움직이기만 해도 돈인데 그 애를 일부러 곤란하게 만들려는 거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여자 애는 부유하게 키우고, 남자 애는 가난하게 키우랬어."

샹치위가 말했다. "나도 그건 알아. 언니는 매월 보내는 돈을 도대제  얼마나 줄였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18,300원으로 줄였지."

샹치위가 말했다. "끝에 붇은 돈은 뭐야? 아주 소액인데."

하이루오가 말했다. "확 줄인 거야. 학생이니까, 방세 내야지, 밥 먹어야지, 교재 살 돈에다가 가끔 옷 같은 것도 사 입어야지.

만약 그 애가 너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하더라도, 너 분명히 기억해라. 한 푼도 빌려준다고 하면 안 돼."

샹치위는 고개를 끄덕였고, 꽤 오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슬쩍 곁눈질로 하이루오를 보았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 왜 날 보니?"

샹치위가 말했다. "난 언니 얼굴 표정을 본 거야. 언니는 나한테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실은 마음속으로 하이통이 돈이 없어 억울한 일이나 당하지 않을까 겁나는 거지? 그 때문에 나한테 언니 말을 따르라고 하면서도 맘 속은 조마조마한 거야. 언니는 말조개야. 껍질이 단단할수록 몸은 연약한 거지."

하이루오가 웃으며 말했다. "말조개 체내에도 언제나 모래가 있어!"

샹치위가 말했다. "그게  마찰하여 진주가 되는 거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세게 나가야 해.  그러지 않으면 그 애 공부를 망쳐."

샹치위가 말했다. "하이통은 이미 훌륭한데 뭐. 언니의 아들인데 남보다 떨어지는 게 뭐  있어? 도대체 뭐가 떨어진다는 거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오곡은 당연히 피보다 좋은 거지만, 오곡도 여물지 않으면 피만 못한 거야."

*원문: 五谷不熟时,还不如稊稗: 조건 소질이 좋아도 성공하지 못하면, 성공한 소질이 떨어지는 사람만 못하다는 비유.

침실에서 시아레이가 잠이 깨었다.

아이는 외할머니를 불렀는데, 불러도 대답이 없자 호루라기를 부는 것처럼 길게 소리쳤다.

하이루오와 샹치위가 침실로 달려갔다.

시아레이는 벌거벗은 채, 침대에 서있었다.

하이루오가 옷을 입히려 하자, 아이는 안 입으려고 했다.

늙은 마나님이 다리 지료하다 말고 들어와, 감기 걸리면 안 된다고 하면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두드려 주자, 겨우 옷을 입었다.

아이에게 그렇게 선채로 웃옷을 입힌  다음, 왼쪽 발을 들게 하고 바짓가랑이를 끼우고,  다시 오른쪽 발을 들게 한  다음 다른 바짓가랑이를 끼우게 했는데 마치 나무 인형에 옷을 입히는 것 같았다.

이이가 "오줌!" 하며 두 다리를 벌리자 늙은 마나님은 침대 맡에서 낡은 차 항이리를 꺼내서 그걸 갖다 대었다.

샹치위와 하이루오가 서로 마주 보았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아이가 세 살이 되었으면, 당연히 자기가 오줌누터 변소에 가야죠."

늙은 마나님이 말했다. "습관이 되어서 그래."

그러면서 물었다. "시아레이, 배고프지 않니? 뭐 좀 먹을래?"

샹치위가 말했다. "우리 나가서, 요리 몇 가지 시켜서 밥 먹어요, 닝닝로에 안후이 음식점이 있는데, 쏘가리 요리 잘해요."

시아레이가 말했다. "난 차오거다(炒疙瘩: 북경식 볶음 국수) 먹을래!"

늙은 마나님이 말했다. "네가 정말 배고픈 게로구나! 할미가 계란찜 해줄게. 계란찜이 영양이 많단다."

시아레이가 말했다. "안 먹어. 안 먹는단 말이야. 난 난 챠오거다 먹을래!"

하이루오가 말했다. "챠오거다 먹겠다면 바로 만들면 돼요. 나 그거 잘해요."

늙은 마나님이 말했다. "그거 잘 됐네. 샹치위, 샤오 쑤, 모두 나가서 먹치 말고, 여기서 같이 먹자."

차오거다는 밀가루를 부드럽게 반죽하여 마션(麻什: 굵은 국수)을 꼬아 만들고, 마션을 끓는 물에 데쳐내어, 시후루, 미나리, 목이버섯, 원추리, 두부, 홍당무를 깍둑 썰어서 마션과 같이 볶는 요리다.

하이루오는 밀가루를 반죽해서 마션을 꼬아 만들었고, 샤오 쑤는 물을 끓인 다음 마션을 데쳤다. 샹치위는 채소를 씻은 다음 잘게 썰었고, 하이루오는 그것들을 볶기 시작했다.

두 시간  후에, 챠오거다가 식탁에 오르자 시아레이가 와서 먹으려고 하였다.

늙은 마나님이 말했다. 안돼, 안돼!"

그녀는 젓가락을 그릇에 가로질러 놓고는, 머리 숙여 합장하며 되풀이해 말했다. 타오티에, 타오티에 (饕餮: 전설상 탐식하는 야수). 네가 먼저 먹어라."

그녀는 다섯 번 되뇌인 다음, 밥그릇을 시아레이에게 넘겨주었다.

샹치위가 말했다. "이모, 뭐 하러 그러는 거예요?"

늙은 마나님이 말했다. "당연히 사아레이는  먹어야 되지만, 먹고  나면 배가 늘어나서 자주 토해. 사람들이 그 애에게 조금만 먹게 하려고 해도 듣지를 않아. 쉬치가 왔을 때 시아레이 뱃속에 타오티에가 들어 있다고 했지. 밥을 먹기 전에 몇 번 '타오티에 타오티에' 하고 외우면 타오티에가 먼저 먹기 때문에 시아레이가 폭식을 안 한대."

하이루오가 말했다. "이모, 쉬치 말이 맞아요. 타오티에가 먼저 먹게 해야 돼요."

모두 먹기 시작했는데, 뜻밖에 늙은 마나님에게 전화가 와서, 시아즈화와 영상통화를 했다.

시아즈화에게 하이루오, 샹치위, 샤오 쑤가 와서 그들에게 밥을 해준 것을 보여주고, 시아레이 밥 먹는 모습도 보여 주었다.

시아즈화는 병상에 누워 말없이 웃었다. 웃고 또 웃는다가 어느 순간 얼굴 전체가 눈물범벅이 되었다.

밥을 먹고 나서, 하이루오, 샹치위, 샤오 쑤는 간다고 인사하고 건물을 내려왔다.

샹치위가 말했다. "쉬치는 양생에 완전히 빠졌어. 밥 먹기 전에 무슨 타오티에 같은 걸 외우라고 그러나! 미신을 믿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언니는 뚱딴지 같이 쉬치 말이 맞다고 그러다니!"

하이루오가 말했다. "지금 늙은 마나님은 주관이 없어. 오직 마음이 편안하면 되는 거야. 무얼 말하든, 무얼 하든."

샹치위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 늙은 마나님은 편안해. 오히려 쉬치가 비정상이지."

하이루오는 샹치위를 흘깃 보았다. 하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