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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十一, 통즈로우의 하이루오 (海若•筒子楼).2

 

그녀는 묵묵히 걸었다.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자기 뒤로 그녀의 그림자가 땅바닥에 늘어뜨려져 있었고, 그녀를 카피한 것  같이 느껴졌다.

시아즈화의 집에 도착하자 그녀는 얼굴을 비비고 종종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자기의 우울함이 늙은 마나님에게 전달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 건물은 어쩌면 4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서경의 변화로  쉴 새 없이 건물을 부수고, 쉴 새 없이  새로 짓고 했건만, 어떻게 이런 건물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까?

건물 앞면은 오랜 세월 빗물에 젖어 더럽기 짝이 없고, 벽 표면은 덩어리 덩어리 떨어져 나갔으며, 돌출된 창틀에 설치된 보호대는 마치 녹슨 흔적으로 얼룩더룩해진 작은 소쿠리 같았다.

건물 안에 들어가니 7~8개의 잡동사니들이 떠억 막고 있었고, 거기다 툭 튀어나온 나무 막대기 혹은 대나무 장대에는 햇볕에 말리려는지, 이불, 바지, 브래지어, 양말 같은 것들이 잔뜩 걸려 있었다.

건물 안에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하이루오는 굳이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다.

힘들게 올라가려니 땀이 났지만, 동시에 점점뮈로 올라갈수록 지구의 인력도 대단히 크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팔은 결국 날개가 아니었다. 그녀가 9층에도착하자 그녀는 벌써 다리가 후들거렸다. 만약 누가 손가락 끝으로 오금을 찌르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나뒹굴 것 같았다. 이제는 내의까지 땀에 젖어버렸다.

문을 두드린 지 한참 지나서, 집 안에서 기척 소리가 났다.

"털석... 털석"  그것은 시간 간격이 매우 긴 발자국 소리였다. 이윽고 문이 열리더니 늙은 마나님이 문짝에 기대고 섰다.

하이루오는 미소를 지으며, 일부러 장난스럽게 손가락을 입에 대고 말했다. "이모, 나 왔어요!"

늙은 마나님도 주름살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잘 왔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여러 날 째, 미세먼지가 심해서, 사람들 마음속에 집초가 심하게 자랐을 텐데, 햇볕이 밝은 틈을 타서 우리 친링(秦岭: 진령) 한번 놀러 가요."

늙은 마나님이 말했다. "우선 들어와라. 빨 리 들어와. 바쁜데도 날 찾아주었구나."

그녀는 하이루오를 앉히고 다시 말했다. "병이 또 도졌어. 다리가 딴딴하게 부은 게, 꼭 나무 몽둥이 같아졌어. 이제 아파서 걷지도 못해."

하이루오가 늙은 마나님을 보니, 얼굴색이 어두워졌고, 허리가 굽어있었다. 그녀는 혼자 울었는데, 눈이 퉁퉁 부어 마치 썩은 복숭아 같았다. 하이루오는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슬픔이 밀려들었다.

"내가 찻집 사람들에게 벌을 잡아오라고 해서, 이모를 치료해 드릴게요."

늙은 마나님이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하이루오. 어젯밤 꿈속에서 큰 꿀벌 떼가 나한테 날아왔어. 이 벌들이 전부 사람 얼굴같이 생겨서 깜짝 놀랐지. 내가 생각해 보니까  너무 오랫동안 민간요법을 썼어. 꿀벌은 한번 쏘게 하면 바로 죽어버리지만 그렇다고 내 병이 좋아지지도 않았어. 괜히 애꿎은 작은 생명만 많이 죽였던 거야."

하이루오는 깜짝 놀라서, 한동안 가슴이 답답했다.

이모는 생각이 너무 많아요. 꿀벌은 몸에  독이 있고, 꿀을 만드는 것은 독을 남기는 거예요. 이모를 치료하는 것도 독을 주는 거예요."

늙은 마나님이 말했다. "내 몸에도 독이 있어. 내가 듣기로는 부모의 나이가 많아지면, 그 기세가 아들 딸을 누르기 마련이래. 내가 조금이라도 빨리 죽어야 우리 딸 시아즈화가 좋아질 텐데."

항루오는 늙은 마나님을 부둥켜안았다. 늙은 마나님의 몸은 장작깨비처럼 말라있었다. 그녀의 눈물 한 방울이 늙은 마니님 등에 떨어졌다. "이모, 나는 이모의 슬픔을 알아요. 슬퍼할수록 더 힘들어요. 우리도 이모가 굳세게 버텨줘야 장수할 거고, 시아즈화도 꼭 좋아질 거예요. 시아레이(夏磊)는 어디 갔어요?"

늙은 마나님이 말했다. "나하고 종일 승강이하다가 피곤했는지 자고 있어."

하이루오는 샤오쑤에게 벌을 잡아 오라고 전화를 하고 나서, 바로 시아레이를 보러 침실로 들어갔다.

문에 들어서자 빨간 신 한 켤레가 있었데, 한 짝은 벽 구석을 향하고 있었고, 한 짝은 집짓기 나무토막 속에 있었다.

작은 빨간 가죽 신을 보니 하이루오는 바로 자기 아들 어렸을 적이 떠올랐다.

그때 하이통도 이렇게 작았다. 또 이런 작은 빨간 가죽 신을 신었다.

그녀가 매번 문을 열 때마다, 어른들 신발이 줄지어 있는 중간에 작은 가죽 신이 놓여 있었다.

마음속으로 갑자기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왔다.

그건 무한한 친근감과 따듯함과 행복이었다.

그녀는 바닥에 있는 작고 빨간 가죽 신을 집어 들고 침대 한쪽에 앉았다. 시아레이가 거기서 새근새근 잠자고 있었다. 그 모양은 마치 작은 강아지 같았다. 한쪽 발이 이불 끝으로 삐죽 나와있었다. 그녀는 가볍게 그 발을 쥐어보았다. 그건 마치 솜 덩어리를 쥐고 있는 것 같이, 쥘수록 작아지는 것 같았다.

얼마 후, 거실 문에서 소리가 났고, 누가 들어왔다.

하이루오가 침실에서 나가보니, 샤오 쑤가 꿀벌을 담은 작은 그물 통을 들고 있었고, 뜻 밖에 샹치위도 같이 와 있었는데, 샹치위는 쌀자루를 들고 있었다.

하이루오가 몰었다. "어떻게 둘이 같이 왔어?"

샹치위가 말했다. "친구가 동베이( 东北동북 삼성) 오상미(五常米)를 보내주었는데, 밥을 하면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맛있어서, 이모에게 갖다 주려고  왔는데. 생각지도 않게 이 건물 아래서 샤오 쑤를 만났네."

늙은 마나님이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는 말을 연달아했다.

샤오 쑤는 늙은 마나님이 꿀벌로 다리를 치료하는 것을 돕기 시작했고, 하이루오와 샹치위는 옆에서 보았다. 그러자 늙은 마나님이 자꾸 그녀들과 얘기하려고 하는 바람에, 샤오 쑤가 꿀벌로 침을 놓으려 해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말하지 말고 침을 맞으세요."

그녀는 샹치위를 끌고 주방으로 가서  얘기를 계속했다.

하이루오가 말했다."너  올해 들어 하이통과 연락한 적 있니?"

샹치위가 말했다. "연락한 게 많지는 않아. 전에는 언제나 내가 그 애에게 전화했었는데, 올해 들어선 오히려 그 애가 두 번이나 전화했어.

나한테 자기 사진을 보내준 건데, 얼마나 멋진 젊은이인지 몰라!"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 애가 너한테 돈 빌려달라고 하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