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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十, 샹그리라 호텔의 잉리호우 (应丽后•香格里拉饭店) : 1

 

쓰이난이 찻집에 들어가니, 잉리호우가 탁자 앞에 앉아있있다.

탁자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가 한잔 놓여 있었고, 그녀는 쓸쓸하고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쓰이난은 부리나케 그녀에게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했다.

잉리호우가 말했다. "네가 늦게 왔다고 그런 게 아니야. 난 지금 오직 트집 잡혔던 일만 생각하고 있어."

쓰이난이 말했다. "그런 자질구레한 일을 왜 그리 심각하게 생각해?"

잉리호우가 말했다. "나 자신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나도 그렇고, 트집을 잡혔던 것도 그래. 그렇게 많은 사람에 둘러 싸여있어도, 나를 도와줄 사람은 결국 아무도 없었어. 거기다 내가 돈을 적게 준다고 비꼬기까지 하다니..."

쓰이난이 말했다. "네가 취약계층이라 그래."

잉리호우가 말했다. "내가 도시로 막노동하러 온 농민공이야? 내가 불구자야? 내가 무슨 취약계층이냐 말이야?!"

쓰이난이 말했다. "이 사회는 빈부격차가 커. 네가 고급차를 몰고 다니고, 명품  옷만 입고 다니고, 미인이고 하니까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너를 시기할 텐데, 어찌 너를 도우려고 하겠어?!"

잉리호우는 잠시 말없이 쓰이난을 보았다. 그러다가 말했다.

"내가 오만했을까?"

쓰이난이 말했다. "당연히 오만했지!"

잉리호우는 그제야 웃으면서, 자기가 부채를 구해가지고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15개의 부채를 꺼냈는데, 과연 14개는 소문선이고 한 개는 추선이었다. 소문선과 추선을 비교해 보니, 소문선은 정말 정교하고 이름다웠다. 쓰이난은 생각을 바꾸어 그녀도 소문선으로 갖고, 이광선생에게 부채 면에 글씨를 써달라고 할 때, 추선은 그에게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잉리호우가 말했다."내가 묻고 싶은 건 너는 왜 소문선을 좋아하지 않느냐는 거야?!"

두 사람은 샹그리라 호텔로 위사장을 만나러 갔다. 위사장은 꼭대기 증에 있는 사무실 구역의 어느 방에서 마작을 하고 있었다.  쓰이난이 들어가서 방 예약 일로 왔다고 하자, 위사장은 걱정하지 말라면서, 바로 전화로 후론트 근무 직원을 올라오게 하더니, 필요한 방의 수와 날자를 말하고는 값은 40 퍼센트를 할인해 주라고 하였다.

후론트 직원이 내려가자, 이번에는 그의 부하직윈이 들어와 명함을 내밀며 이 사람이 사장님을 찾는다고 했다. 그를 휴게실로 안내했으니, 만나볼 건지  물으며 만날 의향이 없으면 돌려보내겠다고 했다. 위사장이 명함을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햐! 타이틀이 다섯 개나 되네. 그저께 다른 사람 말로는 그가  문예학회와 국학연구회 부회장이 아니라고 했지 않아? 그는 볼펜을  들어 명함에 있는 타이틀 두 개에 줄을 그으면서  말했다. "만나 봐야지."

마작 친구들은 짜증을 내며, 위사장은 일이 많아서 탈이야라고 했다. 그러면서 간단히 딱 한판만 더 하자고 했다.

위 사장은 말했다. "어쩔 수 없어."

그러면서 쓰이난에게 그 대신, 자리에 끼라 하며 웃으면서 나갔다.

마작 탁자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말했다. "제가 뭐 국무원 총리라도 되는 줄 아나 보지!"

쓰이난이 마작탁자 앞에 앉자, 다음 차례 사람이 말했다

"잘 왔어요. 남자 여자가 같이 치니 신이 절로 나네."

쓰이난이 말했다. "난 마작 솜씨가 시원치 않아요."

탁자 맞은편 사람이 말했다. "제발 잘 못 치기 비랍니다!"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잉리호우는 쓰이난 뒤에 앉아서 패를 봐주었다.

한 판이 돌아가자  쓰이난이 이겼다. 다시 한판이 돌았는데 쓰이난이 또 이겼다.

쓰이난이 득의양양해서 말했다. "내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 학교식당은 모두 각자 돈 내고 먹기였어요. 남학생들도 언제나 우리와 같이 먹었는데 그들 생각에 여학생들은 밥  먹는 양이 적으니 그들에게 어느 정도 나눠주려니 했죠. 그런데 의외로 우리가 그들보다 양이 더 컸어요!"

탁자 맞은편 사람이 조금 다급했는지 말했다. "위 사당이 없을 때 우리가 많이 이기게 해 줘야 되지 않나요?"

쓰이난이 말했다. "난 양보해 주고 싶은데, 이놈의 패가 양보해주질 않네요. 한 장을 잡으면 다음 패가 말을 듣는 모양이어요."

쓰이난은 희색이 만면했다.

잉리호우가 말했다. "나도 한판 칠께. 듣던 대로 1병과 4 연속 두 개가 나왔어. 이거면 질래야 질 수 없는 패야." 그러면서 2병 중 하나를 내놨다. 생각지도 못하게 판이 돌아갔고, 병 한 개만 쥐고 있게 되자 손에 있던 2병도 다시 내놓았다. 그리고는 병 한 개를 집어 이마에 대고는 다른 사람이 내는 패를 보았다.

앞사람이 패를 내자, 그녀는 병 하나를 냈다.

쓰이난이 말핬다. "이겼다."

맞은편 사람이 꾸짖었다. "이 사람이 이마에 패를 대고 있다는 건 병을 하나 내겠다는 뜻인데, 너는 눈도 없냐?"

잉리호우는 쓰이난을 얼핏 쳐다보고는, 이제 치지 않겠다고 했다.

세 남자가 모두 담배를 피워대고 있어서, 바안은 연기가  자욱했다.

잉리호우가 말했다. "담배는 건강에 나쁘니 덜 피우는 게 좋아요."

맞은편 사람이 말했다. "온 세상이 다 오염되었는데 담배 피우는 걸

뭐 신경 쓸 거나 있어요?!"

잉리호우는 기침이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복도에 나가 돌아다녔다.

복도 벽에 꽤 많은 그림이 걸려있었는데, 모두 산수화였다.

깎아지른 바위는 험준하고, 고목이 울창했다. 흰 구름은 계곡에 누워있고, 폭포가 높이 걸려있었다. 폭포 아래 흐르는 물 위에 다리가 놓여있고, 다리  위로 집이 한채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두세 명의 여인이 서거나 앉아있었다.

잉리호우가 그걸 보고서는 바로 이런 풍경은 진령(秦岭)에서 본 것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는 모두 옛사람의 그림 일부를 확대해서 그리고 있는 것에 불과하지 않나? 게다가 집들은 꾀죄죄하고, 여인들을 그릴 때는 모두 허리는 길고 다리는 짧게 그린다.

현실 생활에 있어서는 화가라는 인간들이 모두 호화주택에 살기를 바라고, 피부가 희고, 돈 많고, 예쁜 여자만  밝히면서, 그림은 어쩌자고 누추한 집에 못 생긴 여자만 그려대는 걸까?

못생기고 누추한 것이 예술이란 말인가?

갑자기 맞은편 방에서 위 사장과 어떤 사람이 말하는 스리가 들렸다.

그는 시(市)의 고위직 공무원 같이 보였다.

그가 말했다. "당신은 그를 엮어놓지 않았더군요!  지금 얽어 매 놓지 않으면 안 돼요, 그렇다고 너무 심하게 엮어도 안 되고. 당신을 모르는 사람이 일을 낼 리는 만무하고, 앞에 놓여 있는 길은 어둡기만 한 거요! 그렇다고 앞이 꽉 막혀있는 건 아니고, 빈틈은 있소."

잉리호우가 듣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엿보게 되었다

위 사장과 말하는 사람은 대머리였는데, 웃기게도 뒷머리 머리카락을 긁어모아 잡아매고 있었다.

그는 또 말했다. "혹시 나와 힘을 합칠 생각이 있으면, 내가 한 가지 문화활동을 기획하고, 당신은 무대만 벌여놓아 주면 돼요.

내가 화가 조직을 만들면 그때 얼마가 됐든 그들 모두에게 돈봉투를 돌리고, 그러면 모든 작품은 전부 당신에게 떨어지는 거요."

위 사장이 말했다. "얼마나 돈을 뿌린다는 거죠?"

그가 말했다. "잘 먹고 마시게 하고, 한 사람당 5천 정도요."

위 사장이 말했다. "그럼 당신이 이광선생도 초빙할 수 있소?"

그가 말했다. "이이구,  청할 수 있다마다요. 당연히  할 수 있죠. 그런데 당신도 알다시피,  그의 글씨는 값이 비싸서 돈 봉투로는 안될 거요. 반드시 작품 값에 따라야 할 거요."

위 사장이 말했다. "그의 가격대로 하고, 두 장을 쓰게 하고 한 장 값만 내면 안 될까요?"

그가 말했다. "그것도 안될 거요."

위 사장이 말했다. "그럼 내가 찻집 사람에게 가서 부탁하겠소."

그가 말했다. "당신이 말하는 사람이 이광네 집 아래에 있는 그 찻집이요? 사장이 하이루오라고 하는. 나도 잘 아오. 그 여자 친구 중에 루이커라고 있는데 맞죠?"

위 사장이 말했다. "그녀 주위에 십여 명의 친구가 있는데, 하나같이 노처녀 아니면 과부고 하나같이 대 미인이죠."

그가 말했다. "모두 알아요. 우리는 자주 함께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그래요."

잉리호우는 입을 삐죽 내밀면서 속으로 말했다. "정말 함부로 지껄이네. 내가 당신을 언제 봤어!"

위 사장이 말했다. "당신들이 친하다면, 잘 되었소. 당장  내가 두 사람을 이리로 부르겠소."

잉리호우가 생각했다. "이제 곧 거짓말이 들통나겠구먼!"

하지만 그가 말했다. "일을 다 말하지 않았으니,  오늘은 만나지 맙시다.

방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의자를 끄는 소리였다.

잉리호우는 혹시 사람이 나와서 서로 마주치면 난감할 것 같아서, 사뿐사뿐 걸어서 마작실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