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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九. 등풍 골목의 쓰이난 (司一楠•登丰巷).3

 

쓰이난은 잉리호우에게 어떻게 풍등로에 오게 되었는지 물었다.

잉리호우는 요즘 기분이 울적하고, 재수 없는 일이 연달아 생긴다고 하였다.

쓰이난이 말했다. "네가 기분 울적할 게 뭐 있어?"

잉리호우는 '아이 참'하면서, 말을 하려다 그만두었다. 그러면서, 며칠 전 기분전환하러 성남 호텔 뒤쪽의 공예방에 갔다가, 소문선(素文扇: 그림이 없는 흰 부채)을 하나 샀다고 했다.

그걸 하이루오에게 가지고 가서 진주 손잡이 장식을 달아달라고 했더니, 하이루오는 좋은 부채라고 하면서 , 마침 약간 붉으스레 한  흰 마노 들여온 것이 있는데, 전부 가공하여 금강저(아래 사진 및 설명)를 만들려고 하니, 그녀에게 부채를 더 많이 사 와서 모두 금강저 장식을 달아, 모두에게 하나씩 주자고 하였다.

하지만 그녀가 소문선을 다시 사러 갔더니, 작은 마아옥죽선(马牙玉竹扇)은 여섯개밖에 남아있지 않았고, 나머지는 모두 자루가 큰 추선(秋扇: 가을에 쓰는 부드러운 바람을 일으키는 부채)만 진열되어  있었다.

가게 주인은 그녀가 꼭 소마아(小马牙: 작은 말 이빨) 선이 필요하면, 다른 가게에 가서 찾아보던가, 두 시간  후에 오면 그 사이에 다시  가져다 놓겠다고 하였다.

그녀는 가게를 나와 쇼핑센터를 돌아보려고 하다가, 뜻하지 않게 자해 공갈을 치는 자에게 당한 것이라 했다.

쓰이난은, '부채면 부채지, 무슨 소문선이니 소마아선이니 따지냐'라고 하였다.

잉리호우는 소마아선이 바로 소문선(素文扇)이라 했다.

문선(文扇)은 일반 추선(秋扇)보다 5센티가량 짧고, 소골(小骨) 역시 조금 작으며, 부채머리 모양이,  작은 말의 이빨같이 작고 정교하여 여자들이 사용하기에 적합하다고 했다.

쓰이난이 말했다. "너도 하이루오 언니의 문학청년 풍모를 닮았구나

그런데, 부채가 그렇게 작아서 무슨 바람이 일어나겠니? 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소문선을 사주고, 나한테는 추선을 사 줘. 그걸 이광선생님께 가지고 가서 글자 몇 자 써 달랠 거야."

잉리호우가 말했다. "어라! 난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네. 하이루오 언니도 그건 생각 못했어. 그저 모두에게 금강저 매달아 줄 궁리만 했지, 다시 이광 선생님께 부탁해서 모두에게 글씨 써달라고  해야겠어."

대화를 대충 마치자 , 쓰이난은 가야겠다고 했다.

잉리호우는 시계를 보더니, 부채를 받으러 가려면 이직 한 시간쯤 더 있어야  하고, 그녀도 쇼핑센터를 돌아다닐 생각이 없어졌으니, 커피 집에 가서 커피나 한잔 하자고 했다.

쓰이난은 자기는 커피를 안 실뿐더러, 샹그리라 호텔에 가서 활불 일행의 방 예약도 해야 한다고 했다.

잉리호우는 부채를 받을 때까지 같이 기다리면, 자기도 호텔에 같이 가 주겠다고 했다.

쓰이난이 생각해 보더니, '그 말도 맞지만, 자기가 꼭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잉리호우가 먼저 커피 집에 가 있으면, 자기가 일을 보고 나서, 오겠다'라고 했다.

쓰이난은 급히 차를 몰고 쉬치네 집으로 갔다.

문을 들어서자, 쉬치는 새로 사 온 신을 쓰이난에게 신으라고 했다.

쓰이난은 신고 있던 헌 신발을 벗으며, 냄새가 난다고 하면서 서둘러 발을 씻으러 갔다.

새 신을 신고, 거실을 왔다 갔다 하는데, 쉬치가 말했다. " 발에 잘 맞아?"

쓰이난이 말했다. "내 발이 호강하네. 이렇게 좋은 신도 신어보고!"

그리고는 쉬치에게 달려들어 키스하려고 했다.

쉬치가 말했다. "이부터 닦아!"

쓰이난은 이를 한번 닦고, 또 닦았다. 그녀가 나오자, 쉬치가 샤워를 하러 갔다.

쓰이난은 부엌으로 가, 종즈를 잘라서, 거기에 꿀을 뿌려, 식탁 위에 놓았다.

그러고 나서, 생선을 갈라, 깨끗하게 씻었다. 그때까지도 쉬치는 나오지 않았다.

쓰이난이 신유(神油)와 세정제를 침실에 갖다 놓으려고 들어가나, 쉬치는 샤워를 끝내고, 벌써 침대 위에 반듯이 누워 있었다.

쓰이난이 말했다. "시간 없어. 난 조금 있다, 샹그리라 호텔에 가서 활불 일행의 방 예약을 해야 해.

쉬치가 말했다. "나라고 바쁘지 않은 줄 아나 보지? 나도 조금 있다가 세무서에 가야 해."

쓰이난은 웃으며 침대로 올라갔다.

뜨거운 키스가 있었다.

쉬치가 말했다."하이루오 언니는 벌써 하일루론산(주름살 방지 피부 보습제)을 맞았는데, 나도 일굴을 작게 만들러 갈까?"

쓰이난이 말했다. "네 얼굴은 작은데 무얼 고민해?"

수치가 말했다. "내 코는 역사, 약간 오뚝하지가 않아."

쓰이난이 말했다. "이와가 코가 오뚝하지. 하지만 그 애는 외국인이야. 넌 중국 전통 미인 형이라 코가 너무 오뚝하면, 되레 이상할 거야."

쉬치가 말했다. "중국 전통 미인형이라는 게 뭐야?"

쓰이난이 말했다. "시골 처녀의 건강함이지."

쉬치가 말했다. "시골 처녀라니? 누가 시골 처녀라는 거야?!""

쓰이난이 말했다. "말이 잘 못됐네. 가난한 집의 고운 딸이란 거지."

쉬치가 말했다. "그럼 대갓집 규수는  옌니엔추란 말 아니야? 옌니엔추를 좋아하게 되었어?!"

쓰이난이 말했다. "옌니엔추는 내 스타일이 아니야. 나도 옌니엔추의 스타일이 아니고. 그 애의 고고하고 차가운 모양은 전부 만들어진 거야. 너도 아는지 모르지만, 그 애 코는 너무 높고, 코 끝은 언제나 빨갛지."

쉬치는 주섬주섬 체경 쪽으로 몸을 뻗어,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순간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이 깜짝 놀라 쳐다보니, 맞은편, 벽에 걸려있던 유리 액자가 떨어져, 아래쪽 옷 장을 깨뜨려 놓았다.

유리가 여러 조각으로 갈라지고 안에 들어있던 그림도 찢어졌다

액자 안에는 한 폭의 화조도가 들어있었는데, 핑잉(冯迎)의 작품이었다.

쉬치는 전에 핑잉에게 그림을 가르쳐 달라고 했었는데, 내심 자기가 뛰어난 재주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핑잉은 그녀를 가르치려 하지 않았고, 이렇게 말했다. "너는 이렇게 예쁘게 생겼으니, 그게 최고의 장기인 거야. 거기에 이런 하찮은 기술까지 배울 필요가 뭐 있니?"

그러면서 준 것이 바로 이 그림이었다.

쉬치가 말했다. "벽에 있는 못이 튼튼한데, 어떻게 떨어졌을까?"

쓰이난이 말했다. "아마 걸어놓은 끈이 느슨해져서 그런가 봐.

떨어진 건 떨어진 거고, 미인을 보면 물고기가 숨고, 기러기가 내려앉는다더니, 네가 이렇게 예쁘다 보니 액자도 떨어졌나 보다."

쉬치가 말했다. "내가 매일 여기 있었는데도 어찌 떨질  걸 몰랐을까?"

쓰이난이 말했다. "내가 와서 네가 훨씬 예뻐졌나 보지. 뭐"

쓰이난은 침대 위에 엎드려 액자를 집었다.

하지만 액자의 끈 묶은 곳은 느슨해지지 않았고, 유리와 그림만 온전하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다시 맬 생각을 하지 않고 말했다. "핑잉에게 한 장 다시 달라고 해."

수치는 여전히 베개를 끌어안고 침대 위에 앉아 말했다. "핑잉은 언제 돌아온대?"

쓰이난이 말했다. "열흘이나 보름 안에 올 거야."너 얘기 들었냐? 대표단에 양레이(梁磊)라는 나람이 있는데, 핑잉과 그렇고 그런 사이래."

쉬치가 말했다. "양레이라는 사람은 어때? 핑잉이 맘에 들어할 사람이 쉽지 않은데."

쓰이난이 말했다. "나도 본 적이 없어. "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 가, 신발 한 짝을 신었으나, 나머지 한 짝이 보이지 않아 한 발로 깡충깡충 뛰면서 침대 밑에서 찾아냈다.

시원한 종즈를 먹고 나서, 쓰이난과 쉬치는 같이 나가기로 했다.

쉬치는 분홍색 통치마로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서서 폼을 잡으며 말했다. "어때? 이 치마는 색이 야하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지만, 배를 가려줘서 훨씬 날씬해 보이지 않아?"

쓰이난은 의자에 앉아서 쉬치가 거울 앞에서 폼 잡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서, 활동형 치마를 입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권하였다.

쉬치가 말했다. "뭣 때문에?"

쓰이난이 말했다. "네 엉덩이는 O자 형이라, 풍만하고 탱탱하기는 해도, 튀어나와 보이지는 않아, "

쉬치가 말했다. "다음 달부터 요가 레슨 신청했어."

그녀는 다시 거울을 비춰보더니, 분홍색 통치마를 벗어버리고, H형 활동 치마로 바꿔  입었다.

하지만 쓰이난은 여전히 새로 사 온 신을 신지 않고, 말했다. "내가 뭐 더 이상 멋있는 남자같이 보이겠어?"

쉬치는 당황해서 쓰이난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쓰이난의 눈의 흰자위는 유난히 하얘서, 눈알이 더욱 검게 보였고, 서늘한 빛을 대뿜고 있었다.

그녀는 역시 쓰이난을 소파에 놀러 앉히고, 강제로 새 신을 신겼다.

그리고 헌 신발을 베란다에 집어던지고 말했다.

"아직도 내가 서경사람이 아니어서 신경 쓰는 거야?"

※금강저(金刚杵) : 불교 밀종(密宗)에서 지혜와 불성을 상징하는 기다란 장식물. 원래 인도의 무기에서 파생되었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