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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九. 등풍 골목의 쓰이난 (司一楠•登丰巷). 2

쓰이난은 닭날개 무침과 매운맛  오리 목을 샀고, 거기 더해서 방방육을 사러 가려고 했다. 이제까지 산 것만으로도 크고 작은 봉지들을 들고 있었는데, 그녀는 양손에 든 봉지들을 오른 손으로 몰아 들고, 왼손을 비워 쉬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기야, 집에 있어?"

쉬치가 말했다. "오늘 빨빨거리고 다니다 보니 발 아파 죽켔어!"

쓰이난이 말했다. "집에서 무슨 하이힐을 신었어?!"

쉬치가 말했다. "쇼핑몰에 가서 언니 주려고 신을 골랐어."

쓰이난이 말했다. "나 신 많은데, 무슨 신발을 또 사려고 그래?"

쉬치가 말했다. "외출할 때는 머리와 다리에 신경을 써야 해. 언니를 예쁘게 꾸며 주려고 그러는 거야!"

쓰이난이 말했다. "더 그렀다가는, 내가 나 같지 않아 지겠다! 너 빠르게 달리는 BMW차에 무슨 장식해  놓은 거 봤니? 3~4만 원 정도 하는 차에나 디자인하고 꾸미고 그러는 거야. 한마디로 웃기는 거지."

쉬치가 말했다. "유명 상표로 샀어. 아디다스란 말이야!"

쓰이난이 말했다. 나 필요 없어. 나 안 신을 거야. 나 지금 네 집으로 가려고 생선도 샀는데 고추 넣고 조림해 먹자."

쉬치가 말했다. "병원은 갔다 온 거야?"

쓰이난이 말했다. "옌니엔추와 교대했어. 방방육(棒棒肉: 시안 고유 돼지고기 요리)도 사 갖고 갈게."

쉬치가 말했다."방방육은 사 오지 마. 훈제한 내장을 먹으면, 암에 걸리기 쉽대."

쓰이난이 말했다. "그럼 안 사갈게. 곶감 먹고 싶지 않니?"

쉬치가 말했다. "꿀 넣은 시원한 종즈(粽子:찹쌀을 대나무 잎에 넣고 찐 떡)가 먹고 싶어."

쓰이난은 바로 종즈 가게로 달려갔다.

종즈 가게에서는 시원한 종즈를 팔면서, 그 자리에서 꿀을 뿌려 주었지만 그녀는 뿌리지 말라 하고, 10元을 더 주고 작은 캔에 담긴 꿀을 샀다. 캔에 담긴 꿀을 사가지고 가서 먹을 때 뿌려서 먹을 생각이었다.

거기서 길을 건너면, 성인용품 가게가 하나 있었다.

가게 앞면이 아주 작고, 더구니 가게 문 앞에는 시멘트 가로등 기둥이 서있어서, 유의하지 않으면 그대로 지나치기 십상이었다.

쓰이난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하늘은 맑게 개었고, 모든 것이 훨씬 새로워 보였다.

맞은편에서 7-8세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걸어오고 있었다. 아이는 얼린 탕후루 꼬챙이를 쥐고 있었는데,  아직 먹지는 않고, 한 발짝 갈 때마다 한 번씩 혀끝으로 핥고 있었다. 그러다가 뜻밖에 시멘트가로등 기둥에 꽝 부딪쳤는데, 아프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이는 한번 비틀하더니 포르르 뛰어갔다.

쓰이난은 한 번씩 웃고는, 재빨리 가게 안으로 들어가 신유(神油 : 발기강화제) 한 병과 세정제를 샀다. 그리고 숄더백에서 화장지를 꺼내어 재빨리 싸고는 다시 숄더백에 넣었다.

그녀는 가게에서 나올 때, 미소를 지으며, 옆집 냄새나는 오리 목 파는 가게 문 앞에 있는 광고판을 보았다. 광고판 모델도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자기처럼 부끄러워 웃는 것 같았다.

이때, 휴대폰이 울렸다. 또 쉬치에게서 전하가 왔나 했는데 들여다 보니, 잉리호우 였다.

전화를 받으니, 잉리호우가 거의 흐느끼며 말했다. "쓰이난, 어디 있어? 여기 올 수 있어?! 빨리 와!"

쓰이난은 깜짝 놀라서, 서둘러 물었다. "왜 그래? 너 왜 그래?"

잉리호우가 말했다. "내가 사람을 치었어. 빨리 올 수 있지?"

쓰이난이 말했다. "바로 갈게. 겁내지 마. 당황하면 안 돼. 너 지금 어디 있어?"

잉리호우는 말을 알아듣게 하지 못했다. " 여기가 어디냐 하면.... 너 성남호텔 알지? 내가 공예방에서 나와서 성남호텔을 지나서 차를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어. 대각선으로 영화관이 있고... 오라, 맞아, 풍등로. 풍등로 서쪽 끝이야."

쓰이난은 최고 속도로 차를 몰았다.

여러 자매들 중 쓰이난이 세일 빠르게 차를 모는데, 잉리호우가 처음 그녀의 차를 탔을 때, 말했다. "너는 어떤 휘발유를 쓰니?"

쓰이난이 말했다. "95호 기름을 넣지."

잉리호우가 말했다. "  어째 가름에 덩 어리 진 것들이 있는 것 같아. 차가 울컥울컥 하는 걸 보니."

쓰이난이 말했다. "너 내 운전 솜씨를 비꼬는 거지? 난 운전 교습소에서  배운 게 아니야. 하이루오 언니에게  차가 생겼을 때, 내가 어떻게 시동을 거는지, 어떻게 브레이크를 밟는지 물어보았더니 말해 주더라고.

그래서 바로 차를 몰고 거리로 나갔지. 어쩜 내가 브레이크를 너무 급하게 밟는가 봐."

잉리호우는 천천히 운전하라고 했으나, 그녀는 계속 앞으로 갑자기 나갔다, 거칠게 세우고 했는데, 세우는 것도 앞에 서있는 차와 겨우 한 뼘 거리에 섰다.

잉리호우가 나중에 차를 샀을 때, 쓰이난이 운전을 가르쳐 준다고 하자, 잉리호우는 싫다고 하고는, 운전학원에서 성실하게 삼 개월간 운전을 배웠다.

다 배우고 나서도, 여전히 조심조심, 도로 위에 올라서면, 눈을 크게 뜨고, 몸을 똑바로 세우고, 두 손으로 운전대를 꽉 잡았다.

쓰이난은 잉리호우가 담이 작은 것을 답답하게 여겼고, 반대로 잉리호우는 쓰이난이 너무 거칠게 차를 몬다고 투덜거렸다.

하지만, 여러 해가 지나도록,  쓰이난은 아무런 교통사고도 내지 않았지만, 이와 반대로 잉리호우는 여러 번 남의 차에 긁히기도 하고, 남의 차 꽁무니를 추돌하기도 했다.

쓰이난은 서둘러 풍 등로에 도착했다.

잉리호우의 차가 거기 세워져 있었고, 그녀는 한 땅바닥에 누워있는 남자에게 다리를 집혀 있었다. 그녀가 뿌리치려고 해도 어찌 된 일인지 뿌리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잉리호우가 말했다. "많이 다치지 않았어요? 일어나서 걸어보세요. 걸어봐야 어디를 다친 지 볼 거 아니여요."

남자가 말했다. "너 나를 치어죽이지 못해 아쉽지? 난 일어다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해!"

잉리호우가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이 어떻게 내 다리는 잡고 있죠?"

남자가 말했다. "내가 잡지 않았으면 도망갔을 거 아니야? 내가 어떻게 차를 쫏아 갈 수 있겠어?"

잉리호우가 말했다. "어디를 다쳤는지  우리 같이 병원에 가서 치료부터 받아요."

남자가 말했다. "나 병원 갈 시간 없어! 그냥 쇼부 치면 안돼?"

잉리호우가 말했다. "그럽시다. 얼마 배상하면 돼요? 300元 드리면 돼요?"

남자가 말했다. "300元이란 말이 입에서 나와?! 1000원(18만 원) 내.  천 원은 내야만 돼."

잉리호우가 말했다. "갖고 있는 게 500원 밖에 없는데, 전부 드릴게요."

남자가 말했다. "당신, 이렇게 잘 입고, 포르셰까지 몰고 다니면서, 돈 없다는 게 말이 돼?"

쌍방 간에 논쟁이 벌어졌고, 구경꾼들, 한 떼가 모여들었다.

잉리호우가 구경꾼들을 향해서 중재를 구했으나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러자 남자가 때를 만난 듯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이때, 쓰이난이 다가가서 어찌 된 일인지 물었다.

잉리호우가 눈물을 펑펑 쏫으면서 경과를 말하자, 쓰이난은 검은 안경을 내리면서, 그 남자를 보았다.

그의 팔뚝 위에 한 줄기 피가 ,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 같이 흘렀다.

그녀가 몸을 구부리고, 손으로 쓱 닦았더니, 피부에 긴 상처가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벽력같이 고함을 쳤다. "손 놔!"

그 남자는 움칫 떨더니 말했다. "못 놔, 난 차에 치었으니 돈을 배상받아야 돼!"

쓰이난이 고함을 쳤다. "너 놓을래 안 놓을래?!"

그 남자가 말했다. "못 놔!"

쓰이난이 사납게 그를 밀치니, 그  남자가 미 끌어지며 일 미터쯤 되는 곳에 나가떨어졌다.

그러자 그가 기어 오는데, 팔다리가 멀쩡했다.

그가  말했다. "내가 차에 치었는데, 돈을 주기는커녕 사람을 쳐?!"

쓰이난이 말했다. "내가 너를 쳤다고? 너 손으로 기어 왔지 않아? 손에 힘이 없어야 하는 거 아니야?

너한테 말해 줄게. 마약중독자가 고의로 시비를 걸어 공갈을 쳐서 돈을 갈취하려는 가 본데, 공갈치는 기술이 너무 형편없다.!"

그 남자는 순간 멍해져더니, 말소리부터 부드러워졌다. "형님, 그럼 삼백 원이라도 주세요."

쓰이난이  말했다. 누가 네 형님이야? 꺼져. 너한테 줄 돈은 한 푼도 없어!"

그 남자는 입에 호도를 물고 있는 것처럼 웅얼웅얼하면서 쓰이난을 보았고, 쓰이난은 다시 꺼지라고 욕을 하였다.

그 남자는 온몸이 흙 투성이가 되어 가버렸다.

잉리호우는 겨우 한숨을 돌리고, 두 손으로 얼굴에 부채질을 하면서 말했다. "그놈 마약 중독자야?"

쓰이난이 말했다. "그놈 얼굴을 봐. 두 뺨에 살이 하나도 없고 거무칙칙한 게 꼭 까치독사 패대기쳐 놓은 것 같지 않니?"

잉리호우가 말했다. "넌 어떻게 그놈이 자해하고, 공갈 치는 걸 알았니? 나도 남들이 자해공갈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그놈이 바로 그런 놈이라니?!"

쓰이난이 말했다. "내가 피를 닦고 보니까, 피부에 상처가 있간 있는데, 차에 부딪혀서 생긴 게 아니고, 차에 받혀서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찢긴 것도 아니었어. 오직 하나의 긴 상처가 있는 게, 분명 칼로 그은 거였어. "

그녀는 땅바닥을 쳐다보았다. 과연 차 맡에 작은 면도칼이 있었다.

잉리호우는 자기도 모르게 '어' 하고 소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