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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八.건업 거리의 루이커(陆以可•建业街). 2

 

 

오후, 두 사람은 건업가(建业街)로 갔다. 건업가의 서쪽 끝은 원래 시 전체에서 제일 높은 고지대였다. 현재는 신 개발지구이며, 대극장은 거기서도 제일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극장 동쪽은 긴 녹지대가 있었고, 거기엔 진귀한 꽃과 나무들이 무성했다. 또 나무들이 무성하다 보니 풍경이 아름다웠다.

쉬치는 동쪽 끝 작은 구역에 살았다.

그녀는 시장에서 인진쑥을 한 광주리 사다가, 하나하나 골라내어 깨끗이 씻은 후, 끓는 물에 데치고, 둥글게 덩어리로 빚어 냉장고에 넣었다. 또 쑥을 끓인 물도 버리기 아까워 몇 개의 위생팩에 나누어 담아 놓았다.

그녀는 하이루오와 루이커가 오는 것을 보았고, 또 공연표까지 주자 기뻐하며 말했다. "기분 째지네! 난 지금 고기를 사러 가려고 하는 참이었어. 저녁때, 인진쑥과 고기로 소를 만들고, 교자만두를 만들어 먹어요"

루이커가 말했다. "귀한 걸 먹게 생겼네!"

쉬치가 말했다. "귀하다고 꼭 좋은 건 아니야. 인진쑥은 시장에 갓 나왔을 때가 제일 연한데, 먹으면 간을 보하고 폐를 부드럽게  하고, 이뇨와 변비에도 좋아."

하이루오가 말했다. "루이커가 호들갑 떠는 건 듣지 말고, 우린 만두나 먹자."

쉬치가 말했다. "언니는 완전 먹보네!"

쉬치는 옷을 갈아입으며, 머리를 빗고 분을 바르는 단장부터 하고 나서 고기를 사러 가겠다고 했다.

루이커가 말했다. "그럼 내가 갈게. 너는 언니에게 건강 법이나 알려주고 있어."

그녀는 문을 열고 아래로 내려갔다

쉬치는 원래 진령 동편에 있는 화현(华县)의 극단 배우였다.

그녀는 배우를 사직하고, 서경으로 와 개업을 한 후부터, 몸이 계속 좋지 않았다. 그래서 특히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여러 자매들에게도 여러 가지 건강 법을 추천하게 되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봄에는 양기(阳气만물을 낳아 기르는 기운)가 올라가서, 간이 힘이 세지니, 여주, 셀러리, 감자 고구마를 많이 먹어야 한다.

여름이 되면, 보통 사람들은 열량이 높은 식품은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겨울에 생긴 병을 여름에 치료해야 하므로 양고기를 먹어서  몸 안의 습기를 내보내야 한다.

가을에는 반드시 매일 새벽마다 계란을 한 개씩 먹어야 하는데, 조미료를 넣지 말고, 설탕도 넣지 말고, 맹물에 익혀서 먹어야 기가 보충된다.

또 날이 추워지면, 무를 먹어야  하는데, 솥에 무를 삶아놓고, 수시로  꺼내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겨울 한철에 200근(100kg)의 무를 먹었다고 했다.

모두들 그녀의 수다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이루오는 언제나 그녀를 피해 앉으며 말했다. "네가 차에 다서 안전벨트를 안 하면, 차도 당연히 띠띠띠 소리를 내면서 너를 성가시게 할 거야."

하이루오의 허락이 있자, 쉬치는 자기 말을 들으라고 강조하면서, 그녀의 집이 화현에서 삼대째 나려 오는 중의(中医) 집안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모두에게 아침저녁으로 육미지황환을 복용할 것을 권했다. 그 밖에도 호주산 심해 상어 기름이 좋고, 일본산 안약이 좋고, 태국 찜질연고가 좋다고 했다.

매번 모임에서 루이커는 샹치위, 쉬치와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샹치위는 언제나 주식 이야기만 했고, 쉬치는 언제나 건강이야기만 했기 때문이다.

지금 루이커는 고기를 사러 갔다.

하이루오는 파를 다듬고 마늘을 다지고, 쉬치는 밀가루 반죽을 했다.

쉬치가 말했다. "언니 얼굴에 여드름이 있네! "

하이루오가 말했다. "이 나이가 되었는데, 아직도 여드름이 있다고? 요 며칠 새, 생긴 거야."

쉬치가 말했다. "혹시 변비 있어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오래되었어."

쉬치가 말했다. "칭장고원(쓰촨 성과 시장 사이에 있는 고원) 국화를 줄 테니까 물에 불리지 말고 먹어 볼래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일주일 먹어 보았는데 별 효과가 없었어."

쉬치가 말했다. "언니 몸 안의 열기가 정말 센 가봐! 그럼 일본제 변비약 좀 드릴 테니 매번  조금씩 먹어요. 문제가 싹 해결될 거예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나도 먹어 봤어. 효과는 좋았는데, 복통이 좀 있었어."

쉬치가 말했다. "통증이 있으면, 먹으면 안 돼요. 빈랑사통환을 좀 드세요. 이건 한방 제제약으로 어떤 느낌도 없이 새벽에 화장실에 갈 수 있어요. 쓰이난도 목 뒤에 여드름이 났었는데 삼일 복용하고 공복이 되니 깨끗이 나았어요.

하이루오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쉬치가 말했다. "언니도 나를 믿지 않는군요."

하이루오는  밀가루에 물을 섞어서, 도마 위에서 반죽했다.

쉬치는 냉장고에 넣어 도었던 인진쑥을 꺼내어 잘게 썰면서 말했다. "인진쑥은 정말 귀하니, 가실 때, 몇 봉지 싸드릴게요. 가서 삶아도 되고, 볶아도 되고, 차게 해서 무쳐 먹어도 돼요. 이이고, 언니는 육미 지황환을 이젠 안 드세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일주일 먹어보았나? 오래돼서 기억은 안 나지만 더 이상은 안 먹은 거 같아."

쉬치가 말했다. "계속해야 돼요. 우리 할아버지는 일생 동안 드셨는데, 96세가 되었어도 자전거 타고 외출하셨어요.

이광선생님도 수년을 드셨는데, 언니 그분 신체를 보셨죠? 어디 50살 먹은 사람 같아요? 한두 달 먹어서는 거의 효과가 없고, 적어도 반년 이상 먹어야 그것이 신묘하다는 걸 알게 되는 거예요.

쓰이난도 벌써 일 년째 먹고 있는데, 매일 아침 내가 언제나 먹으라고 일깨워 줘요. 앞으로 언니한테도 매일 문자를 보내서 일깨워 줄게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수치야, 너는 건강 상담센터를 개업해도 되겠다!"

쉬치가 말했다. "나도 조금 그러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루이커가 고기를 사 가지고 돌이 왔다.

하이루오는 루이커에게 만두소를 다지게 하고, 쉬치에게는 만두피를 얇게  밀 라고 했다. 그러고는, 정작 그녀는 손을 씻고 베란다로  나가서 앉으려고 했다.

루이커가 말했다. "귀가  아파서, 조용히 있으려는 거지?"

만두를 먹고 나서, 곧 세 사람은 걸어서 대극장으로 갔다..

그녀들은 녹지대를 걸어가면서, 나무들을 보며 즐거워하며, 나무줄기부터 나뭇가지에 달린 잎에 이르기까지, 모두 생기 발랄한 것을 보고 감탄했다. 그녀들은 이런 생기발랄함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생활이 윤택해지고 정신이 충실해지면, 머리에서 빛이 나지 않겠는가? 혹은 일정한 경지에 도달하면, 사람도 부처님같이 광휘가 생기지 않겠는가?

하이루오는 한 나무를 가리키며 루이커에게 무슨 나무인지 물었다.

그 나무는 잎이 넓고 두꺼운 것이 마치 왁스를 한 겹 발라놓은 것 같았다.

루이커가 말했다. "그건 비파나무야."

쉬치가 말했다. "그게 무슨 비파야? 감나무가 맞아. 우리 시골에는 감나무가 많아서, 가을철에는 온 산야에서 감이 익었지. 마치 나무 하나하나마다 작은 붉은 등롱이 걸려있는 것 같았어.

감나무는 접목을 해야 하는데, 접목을 안 한 나무에서는 꼭 대추만 한 작은 감이 달리지. 그걸 연한 대추라고  하는데 먹을 수는 없어. 가을이 막 끝나는 초겨울에 감을 따는데, 나무 끝에 달려있는 서너 개는 꼭 까막치  밥으로 남겨둬."

루이 커가 말했다. "까막치가 뭐야?"

쉬치가 말했다. " 까마귀이지 뭐."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루이커는 통화를 하느라 뒤쪽에 남았는데, 한참 지나도 쫏아 오지 않았다.

쉬치가 말했다. "빨리 와. 무슨 중요한 전화길래 그렇게 길게 해?!"

루이커는 그냥 가라고 손짓했다. 하이루오와 쉬치는 앞으로 걸어갔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이게 석류나무지?"

쉬치가 말했다. "잎은 석류 같은데, 석류나무는 이렇게 높고 크지 않아요. 이건 홰나무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시장에서 홰나무 꽃을 팔던데 이 나무에서 따는 거니? 홰나무 꽃을 밥에 뜸 들일 때 넣고 쪄먹으면 맛있어."

쉬치가 말했다. "뜸 들일 때 넣는 것은 양 홰나무 꽃이야. 이건 토종 홰나무라, 꽃을 먹을 수 없어요.

쉬치는 또 다른  것들을 가리키며, 저건 호두나무니, 이건 밤나무다 하다가, 먼데 나무까지 가리키며, 저건 쥐엄나무라 하였다.

루이커가 드디어 전화를 끝내고 쫓아와서는, 한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보기엔  이건 앵두나무 같은데."

쉬치가 말했다. "그건 뽕나무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아, 나도 어렸을 때 누에를 쳤는데, 우리 할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교외로 뽕잎을 따러 갔던 게 기억나. 그런데 뽕나무가 이렇게 크진 않았어."

쉬치가 말했다. "그 뽕나무는 크게 자라진 않아요."

루이커가 또 다른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나무는 가을에 무슨 열매가 열리려나?"

쉬치가 말했다. "고추가 열려."

루이커가 말했다. "고추가 열린다고? 너 사람을 갖고 노냐?!"

쉬치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루이카는 또 쉬지 않고 물어댔고, 쉬치도 쉬지 않고 대답했다.

루이커가 말했다. "쉬치는 시골 사람인데도, 아는  것이 이렇게 많구나!"

쉬치는 갑자기 말을 안 했다. 루이커가 앞으로 뛰어가면서 소리쳤다. "이 나무는? 이 나무는?"

쉬치가 말했다. "묻지 마. 나도 서경,  도시 사람이야. 쥐뿔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