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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八.건업 거리의 루이커(陆以可•建业街).1

고악 연주 모습

 

삼일 동안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날이 개었다.

미세먼지가 말끔히 사라지고, 하늘에는 흰 구름이 덩실 떴다.

찻집 이층에서 보면, 멀리 진령(秦岭)까지 보였다.

하이루오는 점내에서 포목점에서 보내온, 포장 백 견본을 살펴보고  있었다.

가오원라이는 샤오 탕에게 빨리 와서 보라고 소리쳤다.

한 줄기 기다란 용 구름이 진령 위로 다가왔다.

샤오 탕은 저것은 용인데, 날아가는 용이 아니라 뛰는 용이라고 했다.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그럼 공룡이군!"

공룡은 뛰어가다가 일 순간 흩어지더니, 빌딩 옥상에 이르러서는 작은 덩어리만 남었는데, 꼭 거미가 엎드리고 있는 것 같았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이분에게 차도 안 내오고 뭐 하냐?!"

샤오 탕이 차를 타 가지고 오자, 견본을 가지고 온 기술자가 말했다. "난 차 안 마셔요. 차 안 먹는 사람이에요. 그렇지만, 가져오셨으니 마실게요."

찻집에는 며칠 전, 이씽차호(宜兴茶壶:장수성에서 나오는 차 주전다)와 젠양잔(쓰촨 성 젠양현에서 나오는 찾진)이 많이 사입되어, 그것을 담을 포장백을 만들려고, 얼푸 거리에 있는 포목점에 연락하여 기술자가 온 것이다.

그가 가져온 견본은 담황색과 짙은 갈색 두 가지인데, 두 가지가 다 우단으로 만든 것이었다. 위쪽에는 용봉 형상이 수놓아져 있고, '잠시 앉는 찻집(暂坐茶庄)' 글자 모양이 찍혀있는데, 자루 입구는 삼각형이며, 단추가 있어서 서로 교차시켜 채울 수 있었다.

하이루오는 노란색으로 통일하라고 하였고, 노란색은 절에서 쓰는 노란색으로 하라고 하였다.

또 용봉 형상은 너무 흔해서, 세속적인 느낌이 드니, 비천상으로 바꿀 수 있는지 묻고, 잠시 앉는 찻집(暂坐茶庄) 이란 네 글자 싱호도 더 작게 하고, 자루 아랫부분 왼쪽에 넣으라고 하였다.

말을 하고 있는  중에, 루이커가 비닐봉지를 들고 천천히 들어왔는데, 비닐봉지 안에는 책이 한 권 들어 있었다.

하이루오가 루이커에게 포장 백을 보아 달라고 하자, 루이커는 자루 주둥이가 잘 못 만들어졌다고 하면서, 풀고 조이고 하는 것을 끈으로 바꾸면 안 되냐고 하였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네 말이 맞다. 잡아매는 끈은 굵은 것이어야 해. 젓가락 굵기로 말이야."

루이커가 말했다. "잡아매는 끈은 적갈색이 어떨까?"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는 맞는 말만 하는구나!"

루이커가 말했다. " 그건, 적갈색이라야 해."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 오늘은 어째서, 사람이 빼짝 마르고, 새까맣게 보이냐?"

루이커가 말했다. "나도, 내가 마르면 까매진다는 걸 알아."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럼 나갈 때, 분을 많이 발라야 하겠다!"

루이커가 말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아. 반면에 몸은 하얗거든. 하필 목 위만 까만 거야.

맨 얼굴이 어때서 찻집 들어오면서도 포장을 해야 해?"

그녀는 그러면서, 그녀는 샤오 전과 샤오 쑤를 바라보았다.

찻집의  차는, 차 시장에서 기성품차를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매년 후지엔, 안후이, 윈난 성의 차 산지로 사람을 보내서 가루 차를 사다가, 자체 제작한 함과 자루에 담아 상표를 붙여서 파는 것이다.

샤오 전과 샤오 쑤는 차를 저울에 달아가며, 정교하고 아름다운 종이 통에 가루 차를 담았다.

샤오 전이 말했다. "루이커 언니, 우리가 이렇게 하는 건 손님을 속이는 게 아니에요. 차 잎은 절대 고급이에요!"

루이커는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난 너네 사장 때문에 화났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네가 나 때문에 화났다고?!"

루이커가 말했다. "어떻게 내가 삐쩍 마르고 까매지지 않을 수 있겠어? 밤 이면 밤마다 잠을 못 자고, 일은 진전되는 게 없는데. 더구나 이렇게 활기 없이 나가다 보니, 회사가 도산할까 봐, 직원들까지 정리해야 하는데..."

하이루오가 말했다. "죽는소리하는 거 못 봐주겠네. 죽는소리하면 정말 그렇게 되는 거야."

루이커가 말했다. "정말 궁해졌다니까."

하이루오가 말했다. "광고탑도 하나 따내지 않았어?"

루이커가 말했다. "기껏 그거 하나지 뭐."

하이루오가 말했다. "오라, 나한테 부탁할 일이 있구나!"

루이커가 그제야 웃었다. "맞아. 언니가 꼭 도와줘야 해."

하이루오가 말했다. "여기서 내가 널 도와줄게 뭐 있어? 너한테 꿔줄 돈도 없는데!"

루이커가 말했다. "말만 한마디 해주면 되는 일이야."

그녀는 목소리를 낮춰, LED 전광판 일을 이야기했다."흥분되지 않아?"

하이루오는 흥분되고 말고 할  게 없었다. "루이커, 내가 하나 깨우쳐 줄게. 실무자는 너에게, 지도자가 나에게 지시만 내리면 바로 하겠다고 하고, 지도자는 또 너에게 아래에 올라오면 지시하겠다고 해야 모든 게 끝나는 거야."

루이커가 말했다. "지시랄 것도 없이, 시 위원회 비서장에게 한마디만 해주라고 하면  되는 거야. 그렇게 해줄 수 있지?"

하이루오가 말했다. "쉬장린이 비서장이 그에게 말하도록 해달래?"

루이커가 말했다. "내 생각에 비서장이 그렇게 해 줄 것 같은데."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 내가 비서장과 가깝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루이커가 말했다. "하어간 난 알아."

하이루오는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한참 있다가 말했다. "그런데 난 그 사람한테 공사 따 달라는 말 같은 건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 그 사람이 해 줄지 안 해줄지, 난 보장 못해."

루이커가 말했다. "문제없을 거야!"

이때, 문으로 손님이 들어왔다. 샤오 탕이 가서 맞으며 차를 사러 왔는지 물었다.

하이루오는 루이커가 손에 들고 있는 비닐봉지를 들고 말했다. "너는 말로는 바쁘다더니, 한가하게 책방이나 돌아다니냐?"

루이커가 말했다. "한가해서 돌아다니다니? 서점에 가는 건 옳은 거야."

하이루오가 책을 보니, 뜻밖에 이광이 십 년 전에 쓴 헌 책이었다.

속표지를 보니 윗면에 '좋은 친구 린푸차이(林福才)에게 증정한다. 지도를 바라며,라고 쓰여 있었다.

루이커가 그제야 말하기를, 방금 새벽 시장에 갔었는데, 시장이 이미 닫혔고, 오직 헌책 파는 좌판 하나가 장사를 끝내려고 정리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마침 이 책을 발견하고, 린푸차이는 이광 선생의 친구인데 뜻밖에 증정한 책을 팔았나 해서, 이광 선생에게 주려고 이 책을 샀다고 했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잘했어. 이 책을 이광 선생에게 드리면 그가 어떻게 반응힐까?"

루이 커가 말했다. "얼굴이 벌게져서 린푸차이를 크게 욕할 거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꼭 그렇지도 않을 거야. 그는, '친구 린푸차이에게 다시 이 책을 증정한다'라고 써서 린푸차이에게 우송할 거야."

두 사람은 한바탕 웃었다.

하이루오는 갑자기 루이커를 보면서 말했다. "그게 아니야, 너는 평소 매일 늦잠을 자는 사람인데, 오늘은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새벽 시장까지 돌아다녔다고?"

루이커가 말했다. "일찍 언니한테 가서 부탁하려고 그런 거지."

하이루오가 말했다. "아직 충분치 않아. 그밖에 어딜 갔었어?"

루이커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언니에게 부탁하려면, 뭐라도 잘 보여야 할거 아냐? 그래서 친구네 집엘 갔지."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런 다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해. 날 속일 생각 말고!"

루이커가 말했다. "서경 고악(鼓乐: 중국 전통문화  중, 북을 위주로 연주하는 음악형식. 창(唱)이 곁들여지기도 하며, 얼후등 다른 악기와 협연하기도 한다)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거 알지?"

하이루오가 말했다. "내가 배우는 칠현금 선생님한테 들었어. 서경 고악은 중국 고대 음악의 살아있는 화석으로 일컫어지며, 진작 등재되었어야 한다고."

루이커가 말했다. "하지만 언니는 서경 고악, 축하 공연이 있다는 건 모르지?"

하이루오가 말했다. "언제 하는데?"

루이커가 말했다. "오늘 저녁고도(古都) 대극장에서."

하이루오가 말했다. "표는 구했어?"

루이커가 말했다. "친구에게 가서 사달라고 했는데, 세 장 밖에 못 구했어."

하이루오가 말했다.."그래, 활불이 일찍 못 와서 유감이구나. 서경 고악은 승, 도, 속(僧道俗) 세 가지 유파로 나누어지는데, 그가 들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했겠니?

그런데, 세장이라고? 그럼 누굴 부르냐?"

루이커가 말했다. "언니 한 장, 나 한 장, 그리고 쉬치가 고도 대극장 부근 건업가에 사니까 그앨 오라고 하지 뭐. 다른 사람은 가든 말든 신경 안 쓸 거야. 그들은 이런 걸 좋아하지 않거든."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네들이라고 어찌 흥미가 없겠니? 흥미가 없더라도 들어보면 좋아하겠지"

루이커가 말했다. "언니는 이 표를 쉽게 산 줄 아는데, 내가 친구를 다그쳐서 꼭 석장 구해달라고 해서 겨우 산 거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래 그래, 애썼다. 내가 밥 한번 살게."

루이커가 말했다. "언니는 가만있어. 쉬치가 사면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