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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七. 신치, 시리수이네 집(辛起•希立水家): 1

 

시리수이는 훠궈식당에서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나가려고, 문을 막 여는데, 머리가 헝클어진채, 신치(辛起)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시리수이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너 때문에 간 떨어질 뻔했다! 왜 여기 서 있니?"

신치가 대답했다. "언니와 얘기할 게 있어서 왔어. 막 왔는데 언니가 문을 연거야."

시리수이가 말했다. "그렇구나. 나하고 같이 찻집에 가자. 저녁에 우리 자매들이 또 모이기로 했다. 너도 그 사람들과 알고 지내면 좋지 뭐. 혹 연분이 있으면 자주 왕래하고, 같이 모여서 놀기도 하고."

신치는 '흑흑' 울음을 터뜨렸다.

시리수이는 여자가 우는 것에 익숙지 않았다.

'잘 우는 여자는 무섭지 않지만, 무서은 것은 슬퍼서 우는 남자와 슬퍼서 노래하는 여자라 했던가! '

(※중국 농촌 속담에 남자는 슬플 때  노래하고, 여자는 슬플 때 울고, 노파는 함부로 지껄여서 슬픔을 발산한다, 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는 그와 반대로 하는 사람이 무섭다는 것으로 해석됨. 男愁唱,女愁哭,老太太发愁瞎嘟囔)

시리수이가 바로 말했다. "울고 또 울고, 넌 어쩌자고 이렇게 눈물이 많냐! 티엔청빈(田诚斌)과 사이가 틀어졌어?"

신치가 말했다. "그 사람과 별거 중이야."

시리수이가 말했다. "네가 좋아서 나온 거 아니야? 난 후셩(胡胜)과 갈라서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져서 행복이 덩굴째 굴러 떨어진 것 같던데. 혼자 거리를 걸어가면서도 웃음이 절로 나왔어.

그런데 너는 하염없이 울고만 있는 걸 보니, 마음속으로 그를 버리지 못하고 있구나?!"

신치가 말했다. "이건 아니야."

시리수이가 말했다. "나하고 같이 가자. 가서 술 한잔 하면서 드디어 그와 헤어지게 된 걸 축하하자."

신치가 말했다. "난 안가. 자매들, 그 사람들은 모두 잘 나가는 사람들인데, 내가 가면 얼마나 깔보겠어? 내가 떳떳해져아, 가서 말이라도 붙일 수 있지.

언니만 가. 난 이래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시리수이는 난처했다. "네가 아래에서 기다리겠다고? 그렇게 한다면 내가 무슨 친구겠어? 그 모임에 너는 안 가도 돼. 그렇지만 나는 안 가면 안 돼.

그럼 이렇게 하자. 너는 우리 집에 들어와 있고, 나는 두 시간 있다가 돌아올게. 목마르면 물 끓여서 차를 타 먹어. 차는 냉장고에 있고, 커피는 식탁 위, 병에 있어. 배 고프면 부엌에 말린 국수와 계란, 요구르트, 그리고 납작보리가 있으니까 꺼내 먹어. 졸리면 침대에서 한잠 자고."

신치는 감격해서 또 눈물을 흘렸다.

시리수이가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신치가 말했다. "언니, 바깥에서 문을 잠가."

시리수이가 말했다. "내가 설마, 네가 우리 집 물건을 들고 갈까 봐 겁을 내겠니?!

시리수이는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문득, 자기가 방금 했던 말이 안 했어야 할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신치가 분명히, 얼마 전에 집안에 있는 오버헤드 프로젝터 한대, 전자레인지 한대와 청화 자기 병 세 개를 자기 있는 곳에 가져다 놓았다고 말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기 입을 한 대 때렸다.

시리수이가 첫 번째 자동차 판매점을 할 때, 신치를 알게 되었다.

그 당시 신치는 자동차 판매점 부근 유치원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녀는 일이 없으면, 자동차 판매점예 와서 여러 가지  종류의 차를 구경했다.

그녀는 표준어를 하면서도, 말속에 홍콩, 대만 어투가 강하게 들어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이차는 무슨 형이며, 저차 이름은 무엇인지, 혹은 차 옆에 서서 폼을 작으며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였다.

사진에 대하여 어떻게 하면 얼굴이 예쁘게 나오는지, 어떻게 하면 수정이 되는지, 하는 것들은 모두 시리수이가 그녀에게 가르쳐 주었다.

신치는 얼굴이 서구적으로 생겼다. 시리수이가 한족이 맞는지 물어본 적이 있는데, 신치는 한족이 맞다고 하였다. 시리수이가 이상해서, 한족은 모두 얼굴이 평평한데 너는 어째서 윤곽이 뚜렷하냐고 했더니, 신치는 어쩌면 할머니의 할머니, 또 할머니의 할머니가 흉노에게 능욕당했을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웃었다. 시리수이가 신치의 이 말을 막으며 나무랐으나, 그녀는 신치의 서양사람 같이 생긴 얼굴을 좋아했다.

나중에 왕래가 많아졌을 때, 신치가 사실은 섬서 남부, 시골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16세 때 서경으로 와서 막일을 시작하였고, 힘들고 빠듯한 생활을 해 왔다.

그녀는 시리수이에게 몇 차례 돈을 빌려갔는데, 적은 돈으로 쪼개서 나누어 갚은 적이 많았고, 어떤 때는 아예 갚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럴 때는 그녀가  직접 마주 대하며 갚지 말라고 했다.

그녀는 신치가 이 돈을 빌려서 언제나 옷과 신발을 사러 간다는 것을 알았다. 입고 꾸미는데 드는 돈이 먹고 마시는데 쓰는 돈보다 열 배는 더 많았다. 신치는 위(胃)가 계속 안 좋았고, 특히 생리 때가 되면 배가 죽다 살아났다고 할 정도로 아파했다.

시리수이가 권했다. "의복은 다른 사람이 보라고 입는 것이고, 음식은 자기를 위해서 먹는 거야."

신치가 말했다. "나는 시골 사람이라, 반드시 도시사람 티를 내야 해."

신치는  오관(눈, 귀, 코, 혀, 피부)과 신체가 모두 좋고 세련되게 생겼으며, 또 표준어를 배워서, 도시인에 비해 훨씬 도시인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도시인인 티엔청빈과 결혼했다. 티엔청빈은 직업도 있고 집도 있었으나, 말단 공무원이라 월급도 적었고 융통성도 없었다. 결혼 후, 그들은 말다툼과 소란이 그치지 않았고, 이혼이란 두 글자를 입에 달고 살았다.

'계속 이혼하자, 계속 이혼은 인 된다' 하는 식이었다.

시리수이의 결혼도 인 좋았고, 신치의 결혼도 안 좋았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시리수이는 신치에게 별거라는 아이디어를 생각나게 했는데, 별거 3년이면 법원에 이혼 소송도 할 수 있었다.

신치는 정말 이사를  갔다. 다른 곳에 셋방을 구해서 이사했고, 이사를 가면서 집에 있던 물건들을 많이 가져갔다.

사람을 때리더라도 얼굴은 때리면 안 되고, 일을 폭로하더라도 사람의 단점을 폭로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시리수이는 자기가 해서는 안될 말을 한 것을 후회했다. 그러면서 위층으로 올라가 다시 위로할 말이 없을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허둥지둥 찻집으로 향했다.

차를 몰고, 길상 거리를 지나는데, 비는 내리면 내릴수록 더욱 거세졌다.

설상가상 한쪽 와이퍼가 고장이 나서, 시리수이는 어느 카센터 앞에 차를 서우고 종업원에게 와이퍼 교체를 부탁했다.

그때, 어떤 사람이 그녀의 어깨를 쳤다. 고개를 돌리니, 그 사람은 뜻밖에 쉬샤오린(许小林)이었다.

쉬샤오린은 시리수이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당시 그는 그녀를 쫏아다녔는데, 그녀는 그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쉬샤오린은 키가  그녀보다 훨씬 작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가 그녀에게 속 마음을 고백하던 날, 그녀가 고개를 숙이면서 그의 양말에 구멍이 뚫어져 있는 것을 보았고. 심지어 뚫린 구멍을 통해 그의 지저분한 발뒤꿈치까지 보였다.  그녀는 혐오감을 느꼈고, 그 자리에서 바로 거부하였다.

나중에 두 사람 모두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 졸업 후 쉬샤오린은 시(市) 도시 관리국에 배치되었고, 그녀는 전력 공급국에 배치되었는데, 그녀는 배치된 후, 얼마 있다가 사직하고,. 장사 길에 들어섰다.

십수 년 동안 서로의 소식은 알고 있었으나, 내왕하지는 않고 지냈다.

생각지 못하게, 그날, 비 오는 날 저녁 그를 카센터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쉬샤오린이 그녀를 보는데, 그의 눈동자가 여전히 반짝반짝 빛이 나서 기쁨의 광택이 살아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녀 역시 과장된 제스처로, 놀라 소리쳤다.

시리수이가 말했다. "어라, 너로구나. 여긴 어쩐 일이야?!"

쉬샤오린이 말했다. "타이어가 바람이 새서 왔지. 날씨는 정말 하늘의 뜻이구나! "

시리수이가 말했다. "날씨가 왜 하늘의 뜻이라는 거야?"

쉬샤오린이 말했다. "만약 비가 안 내렸으면 우리가 만나지 못했을 거 아니야!"

시리수이가 웃으며 말했다. "모두 잘 된 일이지 뭐. 이차 좋은데!"

쉬샤오린이 말했다. "헤헤, 부서에서 배정해 준거야."

시리수이가 말했다. "맞아, 너 처장 되었다며? 과연...!"

쉬샤오린이 말했다. "쪼끔 올라갔지 "

시리수이가 물었다. "장가도 갔고, 아들도 있고, 더군다나 높이 승진까지 했으니 득의양양할 텐데, 왜 이렇게 무기력해?!"

쉬샤오린이 말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인가 봐. 직무상으론 그럭저럭 나갔지만, 집안이 엉망이야."

시리수이가 말했다. "너도 싸움하다 이혼했니?"

쉬샤오린이 말했다."이혼은 무슨 이혼. 이들 놈이 속을 썩이는 거지."

시리수이가 말했다. "아들도 키가 작아? 공부를 잘 못 해? 그런 건 다 유전이야. 쉬샤오린!"

쉬샤오린이 웃으며 "나는 이놈의 키 때문에 수십 년을 주눅이 들어 살았기 때문에, 마침내 키 큰 마누라를 찾아냈지. 아들놈은 지금 나보다 키도 크고, 인물도 잘 생겼어.  또 공부도 괜찮게 해.

그런데, 그놈이 어린 나이에 연애에 빠져서, 먹고 입는 것에만 신경을 쓰지 뭐야. 내가 그놈에게 왜 멋 부리고 다니면서, 내 돈을 다른 사람에게 뿌리고 다니느냐고 야단을 쳤지. 그랬더니, 글쎄 내가 쓰는 돈도 그놈 돈이라는 거야! 내가 그놈 돈을 쓰다니? 너 개 같은 놈이 뭐라고 했는지 좀 들어봐. 아빠는 이들 하나밖에 없으니, 집에 있는 돈은 결국은 다  자기 거라는 거야. 그러니 아빠가 지금 내 돈을 쓰고 다니는 거라는 군."

시리수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 애가 지능지수가 높으니, 앞으로 지도자 깜이네."

쉬샤오린이 말했다. "아이고, 너까지 왜 염장을 지르냐?"

시리수이가 말했다. "앞으로 너한테 잘 보여야 되겠다. 너 처장이 되었으니 좋은 일  생기면 날 잊으면 안 된다."

쉬샤오린이 말했다. "수십 년이 지났어도, 언제나 너 잊은 적은 없어.

앗 참! 시에서 각 거리 입구에 수십 개의 LED 디스플레이 스크린을 세우는데, 이게 내 소관이야. 너 혹시 흥미 있냐?"

시리수이가 말했다. "그거 큰 건 이구나. 나도 하게 해 줘!"

쉬샤오린이 말했다. "너 정말 하고 싶어?"

시리수이가  말했다. "정말이고 말고!"

쉬샤오린이 말했다. "네가 시(市)의 어떤 지도자든지 우리 국장한테 말하게 하면, 내가 너를 잘 꾸며서 말해줄게."

시리수이가 말했다. "쉬샤오린, 너 이거 입에 발린 소리하는 거 아니야? 아니면 날 놀리는 거야? 내가 시 지도자를 찾아갈 정도가 된다면, 네가 무슨 소용 있겠니?"

쉬샤오린이 말했다. "그럼 내가 국장될 때까지 기다려 봐."

시리수이가 말했다. "네가 국장될 때까지 기다리다간, 그 안에 내가  굶어 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