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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六. 훠궈 식당의 위번원(虞本文•火锅店): 3

사천성 여행 중 찍은 티벳 절

 

원탁은 주빈이 따로 없다.

누가 어디에 앉았든 모두 주석(主席)인 것이다.

루이커는 이와를 끌고 서쪽 자리에 먼저 앉았다. 샹치위는 루이커 옆에 앉았다. 옌니엔 추는 남쪽에 앉았다. 쓰이난과 쒸치는 동쪽에 앉았다. 잉리호우는 쓰이난과 쒸치 중간에 앉으려 했으나, 쓰이난이 쒸치를 가까이 오게 하는 바람에 쒸치 옆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에 위번원이 앉았다. 이광은 샹치위 옆에 앉았다.

샹치위는 입이 뾰로통해져서 말했다. "선생님은 옌니엔추와 읹으세요!"

이광이 말했다. "나는 당신과 앉을 거야. 입이 뾰로통하니까 섹시한데."

루이커가 키득키득 웃었다. 결국 하이루오가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샤오탕이 다가와  물었다. "하이루오 언니, 어떤 차를 따를까요? 운남 전홍(云南滇红: 운남성에서 산출되는 홍차), 아니면 월광미인(月光美人)? 어떤 것으로 할까요?"

모두들 말했다."월광 미인이란 차도 있어?"

샤오탕이 말했다. "새로 나온 신품종이에요. 월광미인아라고 한 이유는 이 차는 미모의 여자들이 찻잎을 따서, 그늘에서 말린 다음, 건조한 암실에 놓아두었다가 오직 밤중에만 실외로 가지고 나와, 달빛의 정화(精华)를 연달아 열 번의 밤 동안 흡수시켜서  완성하기 때문이에요."

하이루오가 말했다."모두 같은 차를 마실 필요는 없어요. 사람마다 개성이 각기 다르고, 입맛도 맞추기 어려우니, 차 주전자는 쓰지 말고, 그 이태리 크리스털 잔을 가져와서 누가 무얼  마시든지 그걸 타 드려."

샹치위가 말했다."맞아요, 맞아. 같은 차를 마신다는 건 같은 사람만 그러는 건데, 우리는 한 사람 한사람 개성이 다르지 않겠어요? 나는 재스민 차로 주세요."

루이커가 말했다. "신품종 차 맛이 어떤지 모르니, 나와 이와는 운남전홍을 주세요."

위번원이 말했다. "나는 역시 기본을 좋아하니 백차(白茶: 발효하지도 비비지도 않은 차)로 주는데 안길(安吉: 저장성 후저우 지역)에서 나온 걸로 주세요."

잉리호우가  말했다. "나는 암차(岩茶: 후지엔성 무이산에서 나오는 차)로 주세요.  수선 표로, "

쓰이난이 말했다. "나는 육계(肉桂:계피)로 주세요."

쒸치가 말했다. "나는 용정(龙井: 저장서 항저우 시후에서 나오는 차)으로."

샤오탕이 물었다. "말고기로 드릴까요, 소고기로 드릴까요?"

쒸치가 말했다."말고기, 소고기라니?"

샤오탕이 말했다. "마두산(马头山)의 육계는 말고기라 하고, 우가산(牛家山)의 육계는 소고기라고 부르지요."

쓰이난이 말했다."그럼 말고기."

쒸치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아는 것도 되게 많네. 나도 용정 취소하고 쓰이난이 시킨 걸로 주세요."

샤오탕이 옌니엔추에게 무얼 들겠느냐고  묻자, 옌니엔추가 대답했다. "나는 그저 맹물 한잔."

샤오탕은 하이루오에게도 물었다. "하이 언니는요?"

하이루오가 말했다."먼저 이광 선생님께 물어봐야지! 선생님 뭐 드실래요?"

이광이 말했다. "미색도 먹는다는 말이 있는데, 방금 훠궈를 먹은 것도 아니니, 지금은 그냥 미색이나 마실께. 차는 됐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래도 차는 드셔야죠."

이광이 말했다. "그럼 월광미인으로!"

하이루오가 바로 말했다. "나는 철관음(铁观音 중국 10대 명차 중 하나, 푸젠성에서 나오는 우롱차) 갖다 줘."

샤오탕은 요구대로 일일이 차를 타서, 각 사람들 앞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계단 입구로 가서 가오원라이와 함께 술을 잔에 담았다.

가오원라이는 술을 잔에 담으면서, 한편으로는 샤오탕의 가슴을 빤히 쳐다보았다. 샤오탕은 손을 털어서 잔에 담긴 한줄기 술을 가오원라이의 얼굴에 뿌리면서 말했다. "너 뭘 봐?!"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목을 본 거예요."

샤오탕이 말했다. "목에 뭐 꽃이라도 있단 말이야?"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목에 옥을 걸고 있지 않아서요."

샤오탕은 순간 할 말이 없어서, 휴지를 뽑아서 가오원라이의 얼굴에 묻은 술을 닦아주며 말했다. "내가 무슨 옥이 있겠어?"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저 사람들은 모두 옥패를 차고 있어요."

샤오탕이 말했다. "옥패는 하이 사장이 그네들에게 준거야. 열 사람 모두 있지."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아, 그렇군요. 어째서  누나만 없는지 알겠네요."

샤오탕이 말했다. "내가 사장이 아니지 않아."

가오워나이가 말했다. "너무 안됬네요!"

샤오탕은 휴지를 던져버리고, 더 이상 닦아주지 않았다.

술이 나오자, 모두들 벌떡 일어나 건배하면서, 오늘 좋은 음식과 좋은 술을 준비해 준 물주에게 감사한다고 하였다.

위번원이 말했다. "내가 무슨 물주라고 그래? 나한테 감사할 것 없어. 우리  매달 모일 때마다  나도 얼마나 많이 초대받아 갔었는데. 밥을 먹고 나서, 다시 찻집으로 오라 한 것은  우리 모두 여기서, 서로 알게 되었고, 자매가 되었기 때문이야.  자매들이 또 이광 선생님도 알게 되었고, 계속 오늘까지 이어진 거지. 연안(延安)이 혁명의 성지라면, 찻집은 우리를 새로운 생활로 나아가게 하는 성지야. 요새 하이루오 언니가 이층 방을 넓혔는데, 하이루오 언니도 모두 오게해서, 어떻게 꾸미고 배치했나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있었을거야.  활불이 오면, 여기는 불당인거고, 활불이 가면, 여기는 또 우리가 앞으로 모이는 장소가 되는거야. 자, 우리 찻집에 감사하고, 하이루오 언니에게 감사하자. 그리고 하이루오 언니에게 우리들에게 하는 건배사 한번 시키자."

하이루오가 말했다. "네가 돈 내서 초대한 건데 내가 무슨 건배사를 하냐?"

위번원이 말했다. "우리 자매들 모두 여기서 함께 끌어안고, 온기를 느낍시다. 모래 한 줌이라도 움켜쥐면 덩어리가 됩니다.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해주겠어요?"

이광이 고개를 숙이고 옌니엔추에게 말했다. "하나하나 모두 고슴도치인데 함께 끌어안으면 온기를 느끼기는커녕, 서로 찔러서 아프기만 할 거야. 모래 한 주먹은 쥘 수가 있겠지. 그런데 쥐면 쥘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거야."

옌니엔추가 말했다. 선생님은 우리를 그렇게 봐요?"

이광이 말했다. "나는 위번원의 말을 음미해 봤을 뿐이야."

하이루오는 이광과 옌니엔추가 머리를 맞대고 귓속말 하는 것을 보았으나, 그들이 하는 말은 듣지 못하고  말했다. "이광 선생님도 축사 한마디 해주세요."

이광이 말했다. "나는 내빈이오. 입만 갖고 와서, 먹고 마실 책임만 있지."

하이루오가 위번원을 향해 말했다."내가 뭣 좀 말해도 되지? 네가 이번에 모두에게 너무 잘 먹고 잘 마시게 해 주는 바람에, 수준이 갑자기 너무 세져서, 앞으로 낼 사람이 곤란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위번원이 바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먹고 마시는 것은 다 그럴 이유가 있었다 치고, 언니가 왜 이 이층의 새로 꾸민 방에서 활불을 대접하는지, 앞으로 새로 만날 곳이 생겼으니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할 건지나  말해봐."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거 좋지. 내가 몇 마디 할게. 지금 사회도 미찬가지지 만, 무슨 새로운 명목이든, 새로운 조류든, 새로운 과학 기술이든, 석가모니가 우리 중생에게 해결해 줘야 하는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는 거야.

우리는 절에 가서 수행할 수도, 참선을 할 수도, 불경을 읽을 수없으니, 일상생활에서 참선을 수행하고, 화두를 깨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어. 당연히 구체적으로 우리 자매들에게 말해야 하는데는데, 지금 모두 말말 수는 없군.

활불을 접대하는 것을 핑계삼이, 찻집에서 이방을 넓혔는데, 불당이나 선실로 쓰다가, 이후로는 예불을 시작하려고 해.

오늘 우리 모두가 여기 모여 앉았는데, 어떤 힘이 우리를 한데 모이게 했을까? 표면상으로는 초대했으니 먹고 마신 거지만, 사실 이것은 우리의 과거 업(業) 때문인 거야.

하이루오가 이렇게 말하니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모두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술잔도 건드리지 않았으며, 젓가락도 만지지 않았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이 말을 했다 해서 내 풍격이 높아진 것도 아니고, 여러분이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다 해서 체면이 서는 것도 아니야!"

모두들 각자의 본모습을 되찾았다.

"하이루오 언니는 정부 지도자처럼, 말도 잘하네. 우리 신나게 먹고 마시자!" 

한때, 좋은 말을 들었어도, 모두들 게걸스럽게 먹어댔고, 정신없이 술잔이 오가서 혼잡스럽기 짝이 없었다.

신이 난 루이커 큰 소리로 말했다.

"야 야, 조심하자. 우리 망가지면 안 돼, 열 비녀들(十钗们)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