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병실의 등이 모두 꺼지고, 당직하는 의사와 간호 시들은 대기실 뒤에서 고개를 떨구고 졸고 있었다.
시리수이는 일어서서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나서 휴대폰을 들고 복도 끝, 계단 모퉁이로 가서 이광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었다. 이광은 사람들과 마작을 하고 있다가,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이렇게 늦은 밤에 전화도 다 하고... 내 생각이 났어?"
시리수이가 말했다. "그럼요, 당신 생각이 났죠. 당신은 내 생각 안 했겠지만!"
이광이 말했다. "어젯밤에는 당신들을 업고 산에 올라가는 꿈을 꾸었지. 첫 번째 업은 사람이 당신이었어."
시리수이가 말했다. "왜, 나 혼자만 업지 않고?!"
이광이 말했다. "당신들은 함께 뭉쳐 다니지 않아."
시리수이가 말했다. "그럼 당신은 열명 모두를 업었단 말이에요? 힘들어 죽을 뻔했겠다!"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보를 터뜨렸다.
시리수이가 말했다."괜한 말 관두고, 진짜 말할 게 있는데 괜찮아요?"
이광이 말했다. "모두 내편이야. 말해도 돼."
전화기를 통해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패를 빨리 내라고 재촉하는 소리였다.
시리수이가 말했다. "방해되지 않아요?"
이광이 말했다. "난 두 가지를 함께 할 수 있어!"
시리수이가 말했다. "일이 좀 있어요."
이광이 말했다. "무슨 일인데?"
시리수이가 말했다. "당신은 내 일을 언제나 신경 써 줘야 돼요.!
저번 모임에서 당신이 데리고 온 남자, 모두 소란스러울 때 우리에게 소개해 준다고 하며 쌍방이 원하면 중매도서겠다고 했지 않았어요?"
이광이 말했다. "응 그랬지. 왕베이씽(王北星星)이 말이야, 듣자 하니 당신에게 완전 뿅 간 것 같아."
시리수이가 말했다. "나는 두 남자를 겪어 봤는데, 결혼에 대해서는 반드시 신중해야 해요.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그 사람 그렇게 나이가 많은데 어째서 독신인 거죠?"
이광이 말했다. 그 친구 한번 결혼한 적 있어. 기껏 3개월이었지만. 그 친구 결혼 적령기 때였지."
시리수이가 말했다. "뭣 때문에 이혼했대요? 여자 쪽에서 그가 맘에 안 들었나, 아니면 그가 여자가 맘에 안 들었나? 성질이 원인일까 아니면 경제문제? 혹은 몸이 귀찮아서?""
이광이 말했다. "그건 알아서 뭐 하게? 연애란 느낌이야. 눈만 맞으면 그걸로 되는 거야. 너무 이성적으로 따지면 그건 거래 아니야?"
시리수이가 말했다. "난 상황이 달라요. 겨우 굴에서 빠져나왔는데 또 절벽이 가로막히면 안 되지 않아요? 더군다나, 그가 학력이 어떤지, 회사 일은 잘하는지? 또 그가 고정급만 받는 사람이면 저축도 별로 없을 테고..... 집이나 있을까? 혼자 사는 집이 있는지, 아니면 부모님과 같이 사는지?"
이광이 말했다. "그런 것들, 나도 꼭 알아볼게. 내가 그를 접촉해 보니까 사람이 괜찮다고 생각했지. 자주 만나서 친숙한 건 아니고,
말을 그리 많이 해보지는 않았어도, 마음속으로 괜찮겠다 싶었어."
시리수이가 말했다. "난 어쩌다 수수께끼 같은 사람만 만날까!"
이광이 말했다. "세상에 당신같이 말 잘하는 사람이 또 있을라고?!"
시리수이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생트집을 잡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그의 별자리 혹시 아세요?"
이광이 말했다. "점을 쳐 보려고? 나는 별자리는 몰겠는데, 그의 말로는, 자기 생일이 12월 이십 며칠이라던데."
시리수이가 말했다. "아! 마갈(숫염소) 좌네요! 당신 하던 거 하세요. 내가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할게요."
그런데 이때, 시리수이는 전화기를 통해서, 어떤 마작 친구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게 누구야? 기위(공산당 기율 위원회) 심사간부 아니야? 병이 났군!"
"병이 났다고?"
시리수이는 전화를 끊고서도 계속 거기에 서 있었다.
병이다. 사랑은 확실히 일종의 병이다. 어떻게 하지?
누가 고치는 약이 있다면, 찾아야 할 대상은 바로 약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시리수이는 안면 근육이 부르르 떨리며, 웃음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계단에는 올라오는 사람도 없고, 내려가는 사람도 없었다.
계단 모퉁이 천정 등은 그리 밝지 않았다.
병원은 죽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어쩌면 당신이 보지 못한 혼령들이 여기저기, 어디나 있을 것이다.
심야 이런 시간에, 만약 갑자기 어떤 사람이 소리 없이 계단에서 다가온다면, 그건 분명 귀신이다.
하지만 시리수이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신체가 건강하다고 자신하고 있었고, 특히 연애 중일 때는, 머리 위로 밝은 기운이 넘친다고 생각했다. 혹시 귀신을 보았다 해도, 그건 타오르는 화염일 테니, 멀리 피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휴대폰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휴대폰으로 별자리 애정도(圖)를 다운로드하였다. 거기엔 12개로 나눠진 인체 위에 하트 표시로 사랑의 부위를 표시하고 있었다.
백양 자리, 한 개의 하트가 오른쪽 가슴에 있다.
황금 소 자리, 세 개의 하트가 왼쪽 가슴에 분산되어 있다.
쌍둥이자리, 한 개의 하트가 입에 있다.
큰 게 자리, 한 개의 하트가 오른쪽 가슴에 있다.
사자자리, 한 개의 하트가 머리에 있다.
처녀자리, 두 개의 하트가 오른쪽 가슴에 있다.
천평 자리, 네 개의 하트가 머리에 분포되어 있다.
전갈자리, 한 개의 하트가 하반신에 있다.
사수자리, 한 개의 하트가 가슴 가운데 있다.
쌍어 자리, 온몸에 하트가 가득하다.
물병자리, 하트가 없다.
숫염소자리, 하트가 없다. 전신 위아래 모두 없다.
시리수이는 바로 이마에 땀이 났다. 그녀는 이광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광이 말했다. "어쩌자고 패를 냈어? 이럴 때, 여전히 빙(饼)을 내다니?!"
"말해! 이건 당신한테 하는 말이야. 말하라니까."
시리수이가 말했다."미안해요. 또 시간을 뺏네요. 내가 찾아보니까, 숫양 자리는 애정에 그다지 마음을 쓰지 않아요."
이광이 말했다."그럴 리 없어! 왕베이씽은 무슨 일이든 몰입하는 스타일이야."
시리수이가 말했다. "하지만 애정 도에는 그가 마음 안 쓰는 걸로 나와요."
이광이 말했다. "무슨 도를 본 거야?"
시리수이가 말했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12 성좌 애정도요"
이광이 말했다."장난 삼아 예측해 보는 거구먼, 그게 뭐 정확하려고?!"
시리수이가 말했다. "당신은 쌍어 자리 아니에요?"
이광이 말했다. "나는 3월 15일이 생일이 이ㅏ."
시리수이가 말했다. "당신이 바로 쌍어 자리예요! 짱어 자리는 온몸이 하트로 가득 차 있어요. 당신이 바로 그러지 않아요! 당신은 딱 들어맞는데, 딴 사람은 틀린다고요?!"
이광은 큰 소리로 껄껄 웃더니 말핬다. "내가 온몸이 전부 하트라고? 내가 열개의 하트가 있다면, 그중 어떤 것이 당신에 대한 것일까?"
시리수이는 멈칫, 하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녀는 잠시 후 말했다. "흥, 열 자매 가운데, 당신은 나에게만 잘해주지 않았어요."
이광이 또 웃으려고 하다가 웃음소리가 갑자기 멈추었다.
시리수이가 말했다. "그럼 그에 대해서 다시 알아봐 줄 거죠?"
이광이 말했다."그럼."
전화가 바로 끊겼다.
시리수이는 다리가 나른하여, 복도의 벽을 부축하듯 짚으며 병실로 돌아왔다.
시아즈화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그녀는 불을 끄고, 침대 옆에 앉았다.
자매들은 전에 이 세상 사람들을 놓고 의논했었다.
사람을 둘로 나눌 수 있는데, 쓰시, 쓰이난(司以南)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고, 옌니에추와 핑잉은 미인과 추녀이다.
시리수이는 그녀들이 이렇게 말한 것은 그녀들의 출신, 형편과 관련 있다고 이해했다.
그런데 그녀만 남자와 여자로 생각한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번쩍 후셩(胡胜)과 왕베이씽이 떠올랐다.
둘을 서로 비교하면, 항상 이쪽의 장점과 저쪽의 단점이 비교되거나, 저쪽의 장점과 이쪽의 단점이 비교되었다. 그것은 때에 따라 명확하기도 했고, 때에 따라 모호하기도 했다. 그녀는 마음이 안절부절못하여, 다시 계단 모퉁이로 가서 이광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광의 전화는 꺼져 있었다.
다시 병실로 돌아오자, 당직 간호사가 병실 점검차 왔다. 그녀는 문을 열고는, 시리수이가 멍하니 앉아있는 것을 보고, 잠시 후 알은체를 했다.
간호사가 말했다. "눈 좀 붙이셨어요?"
시리수이가 말했다. "지금 졸고 있는 중이에요."
간호사가 말했다. "졸면서 눈을 뜨고 졸아요?"
시리수이가 얼버무렸다. 간호사는 환자에게 무슨 상황이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없다고 하면서 오히려 주치의, 간호장, 그리고 상대방의 이름을 물었다. 그러면서 내일 책을 사러 갈 텐데 이광에게 서명해 달래서 감사 선물로 주겠다고 했다.
간호사가 말했다. "아, 이광, 유명인이지 않아요? 어떻게 그런 사람 서명을 받을 수 있어요?"
시리수이가 말했다. "우린 오랜 친구예요."
간호사가 말했다. "와, 대단하네요! 중학교 때, 교과서에 그의 글이 실려있었어요. 그런데 그의 서예 작품도 뛰어나다면서요?"
시리수이가 말했다. "거기까지는 내가 감히 부탁 못해요. 그의 서예 작품은 비싸거든요."
간호사가 말했다. "내가 듣기에 그는 돈만 알고 사람은 모른다면서요?"
시리수이가 말했다. "돈 싫어하는 사람 있나요? 모두들 마른 손가락에 소금 찍듯, 그에게 서예작품을 공짜로 얻으려 하다가, 안 주니까 괜히 그를 헐뜯는 거예요."
간호사가 뭔가 더 말하려 하는데, 시리수이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보니, 이광에게서 온 전화였다. 그녀는 전화를 받겠다고 간단히 말하고, 빠른 걸음으로 계단 모퉁이로 갔다.
이광은 막 휴대폰을 충전하고 있었다고 하며, 현재 자기들은 잠시 쉬면서, 컵라면을 먹고 있는 중이니, 오래 얘기해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했다."당신은 나보고 그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오라고 하는데, 당신도 당신 얘기를 해줘야 해. 그가 만약 나에게 묻기 시작하면 나도 대답해 줘야 하니까. 당신 지금 완전히 이혼한 거지?"
시리수이가 말했다. "헤어졌어요. 자유예요!"
이광이 말했다."하하, 이제 당신네 자매들이 모두 싱글이 되었구먼!"
시리수이가 말했다. "루이커, 쒸스, 쓰이난은 모두 결혼하지 않았어요."
이광이 말했다. "좋은 여자의 결혼은 어째서 모두 불행하지?"
시리수이가 말했다. "불행한 게 아니고, 자기와 맞는 것을 추구하는 거예요."
이광이 말했다."그런데 왕베이씽도 당신하고 꼭 맞는다고는 할 수 없어."
시리수이가 말했다. "말해봐서, 안 맞으면 다시 찾아보죠."
이광이 말했다. "그거 좋지. 여자는 어쨌든 집이 있어야 하고, 또한 성(性) 문제도 있는 거야."
시리수이가 말했다. "하이 언니네들이 이미 말했어요. 앞으로 함께 노인 복지 주택에 가서, 죽을 때까지 같이 살자고.
성(性)에 대해서는 하하, 누구도 남자가 부족하지는 않아요."
이광이 크게 웃고 나서 말했다. "그건 맞아. 과거에는 성은 대를 잇는 것이었지만, 현재는 인간의 예술이 되었어."
시리수이가 말했다. "예술이요?"
이광이 말핬다. "내가 예술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쓸모 있는 것을 쓸모없는 것으로 바꾸는 과정이 예술이야. 서예를 예로 들면, 글자를 쓰는 것이 아니야. 글자는 일을 기록하기 위해 생겨났고, 그건 쓸모 있는 것인데, 오늘의 서예는 결코 읽을 수 있는 내용을 쓰는 게 아니야. 중요한 것은 정서, 기운, 윤곽 선, 전체 구조와 붓의 감촉을 보는 거야.
성도 이처럼, 아이를 낳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일종의 욕망을 해결하고, 신체의 오락을 위한 것이지."
시리수이가 말했다. "좋은 말이에요. 그 말을 하이 언니네들에게 전하겠어요!"
이광이 말했다."내가 당신에게 한 말은 하이루오, 루이커, 핑잉에게도 했어."
시리수이가 말했다."그녀들에게 한 말을 왜 나한테는 말 안 한 거죠?!"
이광이 말했다. "이걸 말 안 했던가? 용서해 줘."
시리수이가 말했다. "용서 못해요!"
그녀는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역시 당신을 사랑하니까, 당신도 나를 위해 왕베이씽을 자세히 관찰해 주세요!"
이광이 그러겠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기 전에 한마디 했다.
"아 아, 대상을 찾는 것, 이리저리 찾으러 다니는 것은, 실은 모두 자기를 찾으려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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