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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二. 찻집의 하이 루오: 海若,茶庄: 3

 

샤오 탕이 시중들어주는 가운데, 이와는 차를 석 잔 마셨다.

땀이 스며나오고, 얼굴이 붉어졌다 하얘졌다 하였다. 그녀는, 그제야 머리를 매만졌다.

그때 계단에서 발자국 소리가 나자, 두 사람은 차 마시기를 멈추었다.

샤오 탕이 말했다. "오셨나 봐요!"

이와가 아직 일어서기 전에 말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이게 웬일이야? 생불(生佛) 보다 이와가 먼저 왔구나!"

이어서 하이루오가 머리를 내밀더니, 계단 입구에 나타났다.

진홍색 장삼(중국 전통 두루마기)을 입고, 까만 바지에 까만 가죽 구두를 신었는데, 가슴에는 여전히 백옥 장식을 달았고, 귀에는 비취 귀걸이를 했다. 그리고 긴 머리를 잘라서 단발이 되어있었고, 전보다 약간 수척해 보였다.

이와가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하이루오가 먼저 큰 소리로 말했다.

"어제 서경에 왔을 텐데, 왜 먼저 나한테 전화 안 했어?"

이와는 단번에, 한없이 작고 약해졌다. 그녀는 뛰어가 하이루오를 안았다. 그녀는 하이루오보다 키가 컸으나 머리를 하이루오의 품 안에 묻고, 훌쩍훌쩍 울음을 터뜨렸다.

샤오 탕은 조용히 계단  아래로 물러갔다.

하이루오는  황금빛 바다 말 같은 이와의 머리칼을 만져보고 나서, 그녀의 얼굴을 받쳐 들고 말했다.

"어디 좀 보자. 살쪘나, 말랐나?"

이와는 공손히 말했다. "보세요. 봐."

"달라진 게 없구나! 어제 몇 시에 도착했어?" "밤에 왔어요."

밤에 오는 바람에 낡고 허름한 것들이 모두 감춰졌구나. 휘황한 등불에서는 모두 유행하는 것 같고, 뻔쩍뻔쩍해 보이지 않겠어?"

"아침에 일어나니 이렇게 스모그가 심한 줄 몰랐어요."

"스모그, 심하지. 목구멍이 틀림없이 불편할 거야. 외출할 때  꼭 마스크 쓰고 물 많이 마셔라. 목구멍 약 있지?."

그녀가 주머니에서 목구멍 약을 꺼내자, 이와는 그녀의 손을 막으며 말했다. "내가 먼저 드려야 할 선물이 있어요!"

그녀는 백을 열고 러시아산 어깨 숄과 은 팔찌, 마지막으로  마트료시카(러시아 민속 여러 겹 목공예 인형)를 꺼냈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이거 좋구나! 마트료시카를 들고 한 겹 여니  여자가 나왔고, 다시 또 여니 또 여자, 연달아  네 개의 인형이 나왔다.

"와, 여자 인형 한 개가 여자 다섯 개가 되었구나!"

이와가 말했다. "바로  언니예요. 아내, 엄마, 찻집 사장, 불교 거사, 여러 자매의 왕 언니."

하이루오가 말했다."나는 남편이 없는데 누가 나를 아내로 삼았냐?!"

이와가 놀라고, 많이 미안했으나, 더 이상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아이고, 미안해요. 하이 언니."

"미안할게 뭐 있니? 나는 거기다 서양 애 언니 역할이 있지 않니. 이번에 어떻게 서경에 돌아올 생각을 한 거야?"

이와가 말했다. "언니 생각을 했어요."

하이루오는 이와를 들여다보았는데, 이와의 입은 나와 있어서 마치 꽃잎 같았다. "그럴싸하게 말하는구나."

이와가 말했다. "언니네들을 보러 온 거예요. 가능하다면, 언니한테 차 파는 것도 배우고요. 장래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찻집을 열거예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좋지, 좋고말고. 내가 이  이층 방을 치워 놓게 했거든. 너 바로 출근해라. 내가 월급도 줄게."

"정말이에요?" "그럼, 정말이고 말고."

이와는 하이루오의 얼굴에 뽀뽀했다.

"네 생각에 이방 꾸민 것이 괜찮으냐?" "방이 불당(佛堂) 같아요."

"그래, 불당을 만든 거란다. 이전에는 언제나 오(吴) 사장네 불당으로 예불드리러 갔었어. 오 사장이 시장(西藏: 티베트) 생불에게 오라고 연락했는데, 나도 며칠 접대하기로 하고, 이 이층 방을 빌린 거야. 생불이 오면 여기 머물 텐데, 생불이 가면, 내가 여기 혼자 있을지 어쩔지 골치가 아프다."

거기다 자매들을, 언제나 1층에 있으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야. 그들이 영업에 영향을 줄 거고, 영업도 그들의 흥미에 영향은 줄 거야. 여기라면, 어떻게 소란스럽더라도 그냥 그걸로 그만이지만."

이와가 말했다." 언니네 열 자매 중, 내가 보았던 사람은 서넛이 예여. 이번에 가능하다면, 전부 사귀고 가겠어요. "

한바탕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이와는 무언가 울리는 것을 느꼈다.

마치 구리 선이 떠는 것 같았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거 벌이 웅웅대는 거야."

이와가 말했다. "그 벌통에 아직도 벌이 있어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도 보았겠지만, 일층 칸막이 공간에 있는 마나님이 류머티즘 관절염이 걸려서 계속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이삼일에 한 번씩 꼭 벌을 잡아서 무릎에 봉침을 놓는 다더라."

그녀는 고개를 돌려 샤오 쩐을 불렀다. 샤오 쩐이 올라왔는데, 입술을 빨갛게 칠해서, 웃는데 이빨까지 빨갰다."

하이루오가 말했다."출근했으면 일을 해야지, 너는 어쩌자고 입술을 빨갛게 칠했냐?!" "이와가 준 립스틱을 한 번 칠해본 거예요. 휴지 함에서 휴지를 꺼내서 깨끗이 닦을게요."

하이루오가 말했다."기왕 칠했으니 닦지 말고 그냥 놔둬라. 이와는 너희들에게 선물도 줄줄 아는데, 너희들은 이와에게 무얼 해줄 거냐?"

샤오 쩐이 말했다."오늘 이와에게 점심을 사려고요. 상하 빌딩에 가면 라오루(老卤)  국숫집이 있는데, 이와는 보나 마나 먹어보지 못했을 거예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라오루 국수는 나한테도 한 번 사겠다고 한 것 같은데. 너는 한 달이 가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

샤오 쩐이 말했다."그럼 이참에 이와랑 같이 가요!"

이와는 그저 웃고 있을 뿐이었다.

하이루오가 말했다."이와는 내일부터 우리 집에 출근할 거야. 네가 많이 가르쳐 주어라."

샤오 쩐이 말했다."그래요? 그럼 내가 서양 수습공을 받게 생겼네요!"

이와는 바로 예를 차려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사부님!"

샤오 쩐은 얼른 이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이와는 다시 한번 1층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사부님'하고 불렀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렇다고 이와에게 함부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면 안 된다!"

샤오 쩐은 이와를 데리고 이래 층으로 가더니 모두에게 말했다. "모두 들었지? "

샤오 탕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샤오 쑤, 싸오 황이 말했다.

"엉뚱하게 골치 아픈 일이 생겼어?" (원문: 外边风在吹哨子?)

샤오 쩐이 말했다. 이와 가 내일부터 우리 집에 출근해. 하이 언니가 나에게 그녀를 가르치라고 했어. 이와, 이 사람들한테 말해요, 그래 안 그래?"

이와가 말했다." 이와가 말했다. "맞아요. 모두 많이 도와주세요!"

이와, 저 둥근 의자 가져오세요. 나 좀 쉬게. 오늘따라 어째서 발이 이렇게 아프지!"

둥근 의자를 아직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샤오 탕이 말했다. "이와도 우리처럼 종업원이 되었으니, 샤오 쩐  너 13조 가져와서, 이와에게 그것부터 가르쳐."

샤오 쩐이 입을 삐쭉 내밀었으나, 서랍에서 비닐에 싼 종이 한 장을 가져다가 이와에게 주었다.

샤오 쑤는 빙긋이 웃었으나 소리는 내지 않았다. 그녀는 머리를 숙이고 오직 찻 줄기만 골라냈다.

이와가 비닐에  싼 종이를 보니, 제일 위에 13조라고 쓰여있었다.

1. 음식을 절제할 것.

2. 말을 신중히 할 것.

3. 일은 순서 있게 할 것.

4. 의연하고 과감할 것.

5. 검소하게 살고, 남을 도울 것.

6. 시간을 아끼고, 근면할 것.

7. 성실함은 믿음을 가져온다.

8. 정직은 아첨이 아니다.

9. 중용의 적절함.

10. 거처를 정결히 할 것.

11. 마음을 평온하게 할 것.

12. 욕심을 억제하고 마음을 수양하라.

13. 겸손하게 사람을 대할 것.

이와가 말했다. "와, 이게 지켜야 하는 수칙(守則)인가요, 아니면, 이상적인 미덕(美德)인가요?"

샤오 탕이 말했다."이건 미덕 13조예요. 하이 언니가 책을 보다가 뽑은 건데, 종업원 수칙으로 만들었어요."

이와는 혀를 쏙 내밀었다.

이때 하이루오가 위층에서 내려왔는데, 남색 장삼(중국식 두루마기)으로 바꿔 입었고, 어깨에는 이와가 준 러시아 숄을 걸치고 있었다.

그녀는 샤오 황에게 백차(白茶: 푸젠성 산, 발효시키지 않은 차)를 한통 포장하라고 했다.

샤오 항이 물었다. "누구에게 가는 건가요?"

하이루오가 대답했다. "루이커(陆以可)."

샤오 황은 정성스레 차를 포장하여  샤오 탕에게 주면서 말했다.

"기장해. 루이커, 안길 백차 한 통, 1,000원."

샤오 탕이 장부를 꺼내 기장하려고 하는데, 하이루오가 말했다. "기장하지 마."

샤오 탕이 말했다. 우린 작은 장사를 하지만, 사장님은 언제나 이것도 선물하고 저것도 선물하고 그러네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해서 남는 이윤이 몽땅 날아갔네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모두 자매들한테 가는 거야. 사려는 사람은 언제나 돈을 내야 하지만, 선물하는 건 선물하는 사람의 몫이지. 그녀에게 새로 들어온 이 차를 맛보게 하려는 거야."

샤오 쑤가 입을 오므리고 웃었다.

샤오 탕이 말했다. "너 왜 웃어?" 샤오 쑤가 말했다. "내가 뭘 웃어요?"

차를 사러 온 남자가 선반 앞에 서서, 다구를 보다가 은 주전자를 꺼내더니 샤오 쑤에게 물었다. "이거 가격이 얼마요?"

샤오 쑤가 샤오 탕을 향해 턱 짓을 해가며 대답했다. "지배인님에게 물어봐야 해요."

그러자 샤오 탕이 말했다. 이만 오백오십(20,550) 원인데, 정말 사신다면, 조금 깎아서 이만 오백 원(20,500)에 드릴게요."

남자가 말했다. "그렇게 비싸요?"샤오 탕이 말했다."물건마다 다 제값이 있는 거예요. 이건 일본에서 수입한 순은이에요."

남자가 말했다. "조금 더 깎아주면 하나 살 텐데..."

샤오 탕이 말했다."그 옆에 있는 철 주전자는 싸요. 530원이에요."

남자는 은 주전자를 놓고, 자기가 산 차를 들고 가게를 나갔다.

샤오 탕은 목소리를 낮춰 샤오 쑤에게 말했다. "그 사람은 너 예쁜 거 보고 말 걸고 싶어서 쭈뼛쭈뼛하는 거야. 사긴 뭘 사겠어? 근데 너 갑자기 누구보고 지배인이래?"

샤오 쑤가 말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지배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요."

샤오 탕이 말했다."네가 보기에 아주머니가 좀 좋아진 것 같으냐? 여전히 봉침을 맞으려면, 벌 몇 마리 더 잡아야 하는데.."

그녀는 오히려, 자기가 하이루오를 흘끗 보았다.

하이루오는 못 들은 척, 이와와 얘기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