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시의 서로리(西涝里)는 역시 빈민촌이었다.
골목은 좁고, 집들은 낡았으며, 각종 전선이 한 묶음으로 묶여있어 마치 검은 구렁이가 줄이어 서있는 플라타너스 나무를 뚫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이 플라타너스 나무들은 1950년대 심어진 것으로 원래는 높고 크게 자라 재목이 될 수 있는 나무다. 하지만, 전선을 통과시키기 위해 무수히 베어지다 보니, 나무 그루터기는 점점 더 울퉁불퉁해졌고, 양편의 가지와 줄기도 구불구불해져서, 모양이 형편없이 추했다.
다른 높은 건물은 보이지 않았고, 기껏 골목길 북쪽의 공지 위에 빌딩 한 채가 고독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빌딩 앞에 분수대도 있었으나, 물은 말라버렸고, 분수대 안에는 두텁게 흙이 덮혀져 있었다. 그 옆에는 생뚱맞게도 몇 가지 헬스 기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거기서 두 사람이 철봉에 매달려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는 것이 마치 목을 매 죽은 것 같았다.
한 사람이 등을 농구대의 철기둥에 쉬지 않고 쿵쿵 부딪혔다.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와 잠깐 쉬더니 다시 날아갔다.
얼후(줄이 두 개인 중국 현악기)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 나는 곳을 찾아보니, 어떤 사람이 먼 곳에서 벽돌로 쌓은 성벽 위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얼후를 연주하고 있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비풍(悲风: 호금 곡명) 가운데 부분인데, 이어서 음조가 슬프게 바뀌었다.
그는 거기서 늘 연주하는 모양인데, 청중은 하나도 없었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루이커의 능력 광고 회사는 13층에 있어.
하이루오가 이와와 함께 빌딩을 올라가려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있고, 엘리베이터 천장도 열려있었는데 위가 까마득히 높아 보였다.
기름투성이인 기사 두 사람이 아래쪽에 웅크리고 뚝딱뚝딱 두드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어요?" 물었으나, 아무 대꾸가 없었다.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해요?" 다시 물었는데도 기사들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고, 눈을 부라리며 그녀들을 보았는데, 흰자위는 크고, 검은자위는 작았다.
하이루오는 이와를 잡아끌고 복도를 나왔다. 밖에서 고개를 들고 건울 위를 보니, 한 번에 셀 수도 없이 많은 13층의 창문들이 보였다.
이와가 말했다. "여기 상황이 안 좋네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이 건물에는 거주 주택도 있고, 회사도 있어서 사람들이 다양해."
그녀는 휴대폰을 걸었다.
휴대폰에서 루이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참 신기해. 방금 네 생각을 하는데, 네가 바로 전화를 하니 말이야. 우리는 심령이 서로 감응하는가 봐!"
하이루오가 말했다."혼자 착각에 빠지지 마!"
루이커가 깔깔 웃으며 말했다." 어디야?"
"너네 건물 아래."
"그럼 빨리 올라와. 라피(프랑스 와인 중 하나) 한 상자 사다 놨어!"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어."
루이커가 말했다. "한 시간 전에 내가 돌아올 때는 멀쩡했는데, 어떻게 망가졌다는 거지? 하하, 옛날에 문무백관이 황제를 알현하려면 모두 말에서 내려야 한다더니, 네가 나를 만나는 것도 쉽게 되는 게 아니라고.
엉덩이에 힘을 주고 기어 올라와 봐."
"어쭈! 네가 내려와."
"오전 내내 뛰어다녔더니 하이힐에 발이 모두 닳아버렸어"
"잔소리 말고, 내려와!"
이와는 계속 몰래 웃다가 말했다. "우리가 그녀를 찾아온 건데, 언니가 내려오라 하면 내려온대요?"
하이루오가 말했다."내가 세지 않아?" "맞아요. 더 세요."
하이루오가 바로 웃었다. "우리 자매들 중에서 나와 그 애는 둘도 없는 친구라, 격식이 필요 없는 거야. 너도 식구들을 만날 때 악수 안 할 거 아냐?"
과연 잠시 후, 향기가 맡아졌고, 루이커가 절름거리면서 문에서 나왔다.
그녀는 청바지에 흰 블라우스를 입고, 가슴에는 옥(玉) 펜던트를 걸었으며, 얼굴에 루주도 칠하고, 분도 바르고 있었다.
하지만 눈썹 그린 것이 너무 과장되어 마치 살쩍(귀 옆 머리털)을 끼워놓은 것 같아 보였다.
이와가 먼저 소리쳤다."어머나! 이 향(香)이 무슨 향이야! 무슨 향수를 쓰셨어요?"
루이커가 말했다. "데오도란트(체취 억제 향수)!"
그녀가 누군가 보니, 이와였다. 그녀는 와 소리를 지르며 달려와 포옹하면서, 언제 서경에 왔는지 물었다.
그러면서, 처음 그녀의 회사에 왔는데, 데리고 올라가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라고 하였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 화장한 거 보고 이와가 놀랐겠다!"
루이커가 말했다. "그래? 나는 평일에는 화장을 안 해. 화장할 줄도 모르고. 하지만 오전에 시 정부에 가려면, 화려하게 꾸미고 가야 해.
국장이라는 인간이 나보고 그런대로 예쁘다고 하거든!"
하이루오가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 "국장은 꼰대야? 꼰대들이 여자를 보고 어찌 예쁘지 않다고 하겠어? 다 예쁘다고 그러겠지!"
루이커가 말했다. "새로 온 류 국장은 나이가 갓 사십을 넘겼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꽃을 찬미할 때는, 언제나 그 꽃을 꺾으려고 그러는 거야!"
루이커가 말했다. "그는 나를 꺾지 못했어. 오히려 나한테 잡혔지!"
하이루오가 말했다."광고판 몇 개 따냈어?"
루이커가 말했다."하나! 공항 가는 길에 있는 거."
하이루오가 말했다. " 아이고, 광고판 하니에, 겨우 라피와인 한 상자야?"
루이커가 말했다. "그것도 쉽지 않았어! 광고판이 세워지면, 다른 광고주들 부르기 전에 너네 찻집부터 광고 한번 때려줄까? 공짜로 말이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찻집에 광고가 무슨 필요 있어? 우린 그저 왔던 손님 다시 오게 하는 장사인데."
루이커는 이와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말했다. "사람은 다 다른 거 아냐?"
이와는 그저 웃었다.
루이커가 말했다."사무실에도 안 올라왔으니, 내가 점심 살게. 서문 앞에 '새우 연못'이라고 새우요리 잘하는 집이 있어."
하이루오가 말했다."너한테 밥 먹으려고 온 거 아니야!"
그녀는 루이커를 한쪽으로 끌어당겼다.
이와도 눈치가 있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얼후 켜는 사람을 찍으러 갔다.
헬스 기구에 있던 사람들은 다 가버리고, 농구대 아래 어떤 할머니가 하나 앉아 있었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다른 할머니가 하나 앉아 있는데, 손자를 데리고 있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호두를 꺼내, 깨어서 호두 속 알맹이를 손자 입에 넣어주었다. 그러더니 이이의 코를 쥐고 말했다."펭, 팽 풀어!" 콧물이 잡아내려 져서 땅바닥 위로 던져졌다.
그 할어니는 몸을 돌려 농구대에 있는 할머니에게 쭈뼛쭈뼛 말을 걸었다.
서로 어디서 왔는지, 아들은 어떤 직장에 다니고 있는지, 고향에서 이곳으로 살러 왔는지 혹은 딸도 이곳으로 일하러 와 있는지, 당신도 손자 데리고 올 건지? 이런 말들을 하는 것 같았다.
아이는 호도를 먹으면서도,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할머니의 호주머니에서 호도를 꺼내 자기가 깨려고 하였다. 그러나 호도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땅바닥으로 떨어지더니, 튀어 올라 이와의 발밑으로 데굴데굴 굴러왔다.
이와는 생각했다.
"이 호도는 자기가 깨질 것을 알고 있을까? 그러면서도 즐거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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