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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二. 찻집의 하이 루오 ( 海若,茶庄) : 1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은 건들건들 불어와서 마치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 같았다.

그러자 나무 잎들이 펄럭펄럭 박수를 쳤는데, 박수를 치고 또 치니, 많은 잎들이 제풀에 떨어져 버렸다. 그러는 사이 스모그도 점점 옅어져 갔다.

공원 담장 밖, 나무 의자에서 참새 몇 마리가 깡총대는 데, 색갈이 짙은 회색이고, 작은 것이 꼭 돌로 만든 계란  같았다.

그때 하늘에는 비행기가 떠 있었다.

어쩌면, 질투심에서 나온 건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참새는 유쾌하게 바라보았으나, 비행기에는 주의하지 않았다. 설령 하늘을 한번 쳐다본다 해도, 멀리 가고 있는 비행기의 그림자가 점점 작아지는 것 밖에 보이지 않거나, 혹은 보고도 모를 것이다.

이것은 취후신(曲湖新) 구의 부용로 중간쯤에서의 일인데, 이와는 벌써 거기  서 있었다.

고층 건물이 숲처럼 빽빽이 서있고, 점포들이 고기비늘처럼 빽빽이 박혀있는데, 그중 튀어 보이는 상가 건물이 있었다. 상기의 1층부터 6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인데, 결코 고급품이 아닌 이 도시에서 제일 유행하는 복장, 신발과 모자, 가방, 화장품과 각종 가전제품 등을 팔았다.

7층은 영화관, 노래방, 술집, 커피 점이고, 8층에서 12층은 중국 전국 각지의 간식, 양고기 국, 후르토, 꼬치구이, 요우타(油塔:시안 지방 전통 한족 간식), 햄버거 같은 것을 팔았다.

새로운 경영방식을 도입해서 그런지, 상가 건물은 개점이래 매일 고객으로 붐볐다. 여기 고객의 1/3은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이었고, 1/3은 먹고 마시러 오는 사람, 나머지 1/3은 물건을 사러 오거나 먹고 마시러 오지는 않고 그저 아이쇼핑이나 하러 오는 사람이었다.

상가 오른쪽으로 가면, 다섯 동의 독특한 외관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서있는데, 매 건물 모두 30층이다.

이들 건물 뒤쪽으로 시장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다섯 시가 되기 전, 이른 새벽에 골동품 가판대가 도처에서 벌어졌고, 진귀한 것을 싸게 사려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이 왔다.

하지만 이 시장은 7시가 되면 갑자기 사라지는데, 이 때문에 이곳을 이슬 시장이라 하기도 하고, 귀신 시장이라 부르기도 했다.

건물 왼쪽으로 가면, 공원의 서쪽 모서리가 나온다. 말이 공원이지 실은 온통 좁고 긴 수풀이었고, 잡목 하나 없는 곰솔로 획일화된 곳이었다. 또 울타리를 쳐서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했고, 나무 꼭대기에는 떨어진 서너 개의 연이 달려있었지만 그걸 가져올 방법은 없었다.

오히려, 울타리 뒤쪽에는 새로 심은 벚꽃 나무가 있었는데, 수십 구루 일렬로 심어져 있었다. 벚꽃나무 가지와 잎이 끊임없이 서로 이어져 있어서, 꽃과 새들이 대화하고, 빨간 꽃, 하얀 꽃, 노란 꽃, 향기가 그치지 않았다.

여기를 건너면, 바로 작은 광장이 나오는데, 울타리 옆에 나무 의자가 하나 있었다. 나무 의자에는 귀신 시장을 돌아다니다 온 사람들이 앉아있는데, 그들은 아마도 아무것도 사지 못하여, 요행을 놓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풀이 죽어서, 집으로 돌아갈지 혹은 상가로 올라가  무얼 좀 먹을지 궁리했다.

거기서 앞을 보면, 멀지 않은 곳에 그 작은 이층 건물이 있지만, 그들의 망연자실한 시선으로 보면, 나중에는 결국 졸음만 올 것이다.

자석은 나무토막, 진흙, 종잇조각에 대해서 영원히 작용하지 않고, 못, 너트, 철사 같은 쇠붙이만 끌어당긴다.

이와는 그 작은 이층 집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응시했는데, 보기만 해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여기는 전에  주상복합 부동산 매물의 공정 진행, 모델하우스로 쓰였던 곳으로, 매물들이 팔린 후, 2층은 단지 사후관리용 업무 창고로 쓰였고, 1충은 외부인에게 세를 주었다. 세를 주었던 1층에 두 개의 점포가 개업했었는데, 이 점포들은 2년도 못되어 전부 양도되었다. 이 두 개의 점포가 하나로 합쳐져서 찻집이 된 것이다.

5년이 지났는데, 작은 건물의 외벽은 여전히 홍갈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서쪽 이층 창 아래, 벌통도 여전히 있었으며, 심지어 계단에는 네 개의 장미꽃 화분이 여전히 좌우 대칭으로 놓여 있었다.

단지, 점포 문이 커졌고, 문 양쪽 모두 바닥까지 오는 유리로 변해있었으며, 문 위 간판도 바뀌어, 녹색 바탕에 금빛 글자로, "잔 주오(暂坐: 잠깐 앉으세요)"라고 한 획 한 획 쓰여 있어, 각별히 눈길을 끌었다.

바람이 다시 세차게 부는 것 같았다. 이와는 손으로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을 누르다가 문득 책에서 보았던 한마디가 떠올랐다.

"물결(波)은 물의 바람(風)이요, 바람은 공기(空)의 물결(波)이다.

픽업트럭 한 대가 찻집  문밖에 서있었다. 사람들이 물건을 나르고 있었는데, 철제 선반, 나무 막대, 사다리, 칠통, 회반죽 통, 플라스틱 판, 그 밖에도 벽돌, 모래를 담은 광주리와 마대들이었다.

그들은 소리 없이 들락날락했다.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울리자, 문안에서 날카로운 고함소리가 났다. "무얼 부수는 거예요? 누가 무얼 부쉈어요?!"

이어서 달려 나온 것은 녹색 적삼을 입은 여자였다. 샤오 탕(小唐)이었다.

샤오 탕은 풍만해서, 무릎을 덮는 근무복이었지만 둥그런 엉덩이가 팽팽하게 드러나 보였다. 그녀는 화초 한 묶음을 안고 있었다.

물건을 나르던 사람이 말했다. "아무것도 부순 거 없어요. 쓰레기봉투가 터지면서, 다 타버린 주전자가 떨어진 것뿐이요."

깨진 주전자가 계단에 떨어져 있었다. 샤오탕이 그걸 보고는 발로 한번 차니, 차바퀴 앞으로 굴러갔다.

그녀는 그 커다란 화초 묶음을 차 위로 던지려고 하면서 말했다.

"이것도 가져가세요!"

픽업트럭 위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이 해바라기와 산자나무는 아직 멀쩡한데..."

샤오 탕이 말했다."시들었어요!"

그녀가 차 위로 던지는데, 한쪽 다리를 발끝으로 서고, 다른  쪽 다리는 공중으로 비스듬히 들었다.

차 위의 사람이 말했다. "천천히, 천천히 하세요. 당신까지 던져 올리지 말고!"

샤오탕이 웃으며, 광장을 흘끗 보았다.

광장 가도 모퉁이와 간행물 판매점 사이에 한 사람이 서있었다.

그녀는 얼른 뒤로 돌아서 계단으로 올라갔다. 막 장미 한 화분이 피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간행물 판매장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녀는 혼자 중얼중얼 말했다.

"이와? 어, 이와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팔다리를 내저으며 같은 곳을 향해서 뛰었다. 광장을 가로지르지 않고, 광장 왼쪽의 주차장에서 대각선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둘이 얼싸안고 깡충깡충 뛰면서, 작은 차 옆으로 왔다.

그때, 생각지 않게, 차창이 스르르 내려가더니, 안에는 뜻밖에 운전자가 여전히 앉아 있었다. 세 사람은 어색해서, 괜히 껄껄 크게 웃었다.

찻집에 들어서니, 실내 레이 아웃이 바뀌어 있었다.

정면 벽 앞에 있는 장식용 탁자에는 재물신 상(像)이 없어지고, 차의 조상으로 불리는 육우(陆羽)를 모셨다. 여러 개의 선반이 있었는데, 어떤 것은 각종 차함이 가득 들어있고, 어떤 것은 차 탕관, 찻잔, 차완, 차 종지가 여럿 들어있었다.

본래 문안에서 왼쪽에 있던 계산대는 서북쪽 귀퉁이로 갔고, 동시에 냉장고와 포장기가 늘어났으며, 원탁도 두 개가 늘었다. 

동북 귀퉁이에는 여전히 칸막이 공간이 있었는데, 커튼이 없어지고 미닫이문으로 바뀌었다. 문을 여니 안에는 부뚜막, 가스통, 물 끓이는 주전자와 작은 찻장이 있었다. 찻장 옆에는 노마님이 앉아있었는데, 몹시 여윈 모습이었다. 그녀는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리고, 두 손으로 무릎 위를 주무르고 있다가, 고개를 들고 보더니 문을 밀어 닫았다.

칸막이 공간 옆에는 놀랍게 계단이 있어서 직접 2층으로 통했고, 계단 아래는 화장실이 감춰져 있었다.

계단 맞은편, 오른쪽의 네모 탁자 앞에는 재킷을 입은 중년이 하나 앉아있었는데, 아마 차를 사러 온 사람 같았다. 그는 남자아이와 장난을 치고 있었다. 남자아이가 노란 천으로 된 강아지 인형을 들고, 앞으로 폭폭 찌르면서 말했다. "물어! 물어 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