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杭州)에 있는 어느 절, 문 앞에 이런 현판이 걸려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높은 곳은 기어오르고 낮은 데는 걸어가는데, 멈춰 앉지도 않는다.
잠깐 앉는 게 어떤가? 앉아서 차도 한잔 들고. "
천하 도처에 찻집 없는 데가 없다. 서경성에, "잠시 앉으세요(暂坐)"라는 이름의 찻집이 한집 문을 열었다.
2016년, 이해에 이와(伊娃)라는 러시아 여자는 결국 다시 서경에 오게 되었구나 생각했다.
벌써 초봄인 것 같은데, 스모그가 전 시내를 덮고 있었다.
사실, 여기는 5년 전에도 스모그가 있었지만, 그때는 경미하여 어느 누구도 그때는 지금 같지 않다고 할 것이다.
그때도 자주 검은 구름이 도시 남쪽에 있는 진령 상공으로 이동했는데, 사람들은 이런 농담을 했다.
"베이징의 스모그가 떼거지로 우리한테 불어온 거야?!"
불어온 스모그는 아주 옅어서 마치 한 겹의 솜 같았고, 매우 빠르게 흩어져 사라졌다.
하지만 현재는 공기 속에 연기 빛깔이 많아졌고, 거기에 우윳빛과 갈색까지 섞여서, 처음에는 어렴풋이 보이다가, 점차 가득 차게 되면, 거리가 먼지 가까운지, 깊은지 얕은지를 알 수 없었고, 마치 요염한 매력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았으며, 노면의 횡단보도 선을 구분하기 힘들었다. 이 정도가 되면, 마치 차들이 스모그 속에 빠져버린 것 같고, 모든 건축물들이 한순간에 무게가 사라지면서 흘러 다니는 것 같아서,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큰 거리와 좁은 골목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다. 어찌 그렇게나 많은지!
만약 지구가 하나의 산(山)이라면, 움푹 팬 곳과 작은 길 근처에는 동물들이 있을 것이다. 큰 골짜기에는 큰 동물, 예를 들어 사자며 호랑이며, 곰이 있고, 작은 갈림길에는 작은 동물, 산양, 오소리, 여우와 고슴도치가 있을 것이다.
거기다 협곡 갈라지는 곳에는 소(沼)가 있어, 못생긴 물고기들이 살아가고, 또 어떤 협곡에는 기기묘묘한 새들이 있을 것이다.
중국인들은 혹시 모두 그냥 새라고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숫자가 방대하여, 일제히 날아오르면 하늘과 해를 가리고, 일제히 내려오면 모든 나무 가지들을 점거하고, 흥분하여 안절부절못하다가, 서로 의기 상통하게 되면 말이 시끄러워진다.
어떤 말이라도 일단 시끄러워지면, 리듬을 잃게 되고, 떠들썩함은 수만 개의 입이 동시에 해바라기씨를 까먹는 것 같아진다.
그것은 세상 모든 모기와 파리가 한꺼번에 몰려와서 천둥같이 붕붕대는 것이다.
이와는 이런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깨었다.
창을 밀어 열자, 날이 막 밝아오고 있었고, 아직 반 조각 남은 달이 창백하게 비추고 있었다.
와글와글 붐비는 사람 떼로 스모그로 가득한 거리는 혼란스럽기 그지없었고, 그 장면은 기이하면서도 공포스러웠다.
*자핑와(贾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暂坐)" 번역을 시작합니다.
'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카테고리의 다른 글
二. 찻집의 하이 루오: 海若,茶庄: 3 (1) | 2023.12.19 |
---|---|
二. 찻집의 하이 루오: 海若,茶庄: 2 (1) | 2023.12.17 |
二. 찻집의 하이 루오 ( 海若,茶庄) : 1 (1) | 2023.12.12 |
一. 서경성의 이와(伊娃.西京城): 3 (3) | 2023.12.08 |
一. 서경성의 이와(伊娃,西京城): 2 (2) | 2023.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