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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一. 서경성의 이와(伊娃,西京城): 2

문 앞에서 기침소리가 나더니, 집주인아주머니가 들어왔다.

그녀는 손에 부추, 호박, 고추와 파를 담은 망태기와 계란 한 판을 들고 있었다.

어젯밤에 왔고, 그때가 이미 늦은 늦은 밤이었는데도, 아주머니는 왜 미리 연락도 하지 않았냐고 나무라면서, 그랬더라면 후란빙(糊烂饼)이라도 만들어 놓았을 것이라 했다.  후란빙은 일종의 부침개인데 밀가루 반죽에 부추 줄기, 호박 가늘게 썬 것, 계란과 다진 고추를 넣고 만드는 것으로 보통 전(煎)보다 훨씬 먹을 만했다.

이와도 이것을 좋아했다. 그런 만큼 아주머니가 아직도 그녀가 그것을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는 것에 감격하여, 얼결에 말했다.

"그럼 내일 먹죠, 뭐. 아주머니가 식재료까지 사 오실 줄은 생각도 몰랐어요."

아주머니가 말했다. "아이고, 어제 잠도 제대로 못 잤지?"

이와는 서들러 망태기와 계란을 받으며, 그녀의 등을 두드리면서 말했다.

"이렇게 일찍 채소시장에 가셨어요?"

"이르긴 뭐가 일러, 거리에 벌써 사람들이 꽉 찼던데."

이와가 말했다. "이렇게 미세먼지가 심한데도 그렇게 사람이 많아요?!"

"사람들은 걸어 다니는 벌레 같아."

이와는 웃으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나 움직이는 것을 좋아할까, 모두 움직여서 무얼 하려고 그러나?

공기가 이렇게 나쁜데, 거리에 와글와글한 많은 사람들도 걸어 다니면 당연히 배고파질 텐데.... 혹시 이들이 열량과 함께 나쁜 냄새가 나는 나는 화로와 쓰레기통을 하나하나  발산시키려는 거 아닐까?!

아주머니가 물었다. "밥 먹고, "잠깐 앉아 찻집"에 갈 거야?"

이와가 대답했다. "그럼요. 난 하이 루오(海若)를 만나야 해요."

이와는 대답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졌다.,

이렇게 되면 자기도 거리에 있는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그들도 성안에 사는 사람들이다. 성 동쪽 사람은 성 서쪽으로 가려하고, 성 서쪽 사람은 성 동쪽으로 가려하고,  성 남쪽 사람은 성 북쪽으로, 성 북쪽 사람은 성 남쪽으로 가려한다.

그런데 자기도 굳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서경으로 와서, 옛 성안에 묵으려고 왔다가, 또 취후신(曲糊新) 구로 가려고 하고 있지 않나? 그것 역시 거리를 붐비고, 꽉 차게 만드는 것 아닌가!

이와도 분명, 거리의 사람들과 다를 게 없었다.

서경에서 유학하던 5년, 제 딴에는 이미 서경 사람이 다 되어, 모든 거리 이름을 다 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황성로, 한양로, 부우로, 공윈가, 서원가, 주작기, 현무로, 동시, 서시, 탄시골목, 당방 골목, 단루문.... 흥미진진하게 이 성이 중국의 13개 왕조의 고도(古都)였다고 말할 때는, 그녀는 얼굴이 빨개지며, 콧등의 주근깨까지 뚜렷하게 보였다.

그녀가 이곳의 풍물과 습속, 아울러  사람들의 성격, 기질, 복장과 음식, 까지 익숙해지면서, 중국어 표준말에 언제나 뒤섞여 있는 짙은 서경 사투리까지 따라 하게 되었다.

학업을 마치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간 지 5년 동안, 그녀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남자 친구와 다시 헤어졌다. 이 때문에 얼마나 많은 밤, 그녀는 꿈속에서, 오직 이 도시에 있으면서, 정(井)자형 거리 모퉁이에 있다고 있다고 느꼈던가?

그녀는 성벽 위에서 연을 날렸다.

그녀는 새벽을 알리는 종소리와 저녁때 울리는 북소리를 들었다.

혹은 야시장 작은 진열장 앞에 앉아 볶음 국수와 구운 고기를 먹었다. 그녀는 양 고환을 한 쌍 시켰다. 그녀는 죄판 주인에게 여전히 생경한 억양으로 큰 소리로 말하면서,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두 개의 양 고환을 입가에 기름이 번질번질 나오도록 씹었다.

혹은, 성내 강 연안의 사람들 무리 속에 섞여서, 아마추어 극단이 노래하는 지방극을 보았다. 연지를 칠한 삐쩍 마른 남자 여자가 큰 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하면, 주먹이 하나 들어갈 정도로 입이 크게 벌어졌다.

그녀가 거리 모퉁이를 산보하고 있을 때마다, 빈 플라스틱 물병을 발견했고, 그것을 집어 쓰레기통에 던졌다.

길가에는 새로 심은 계수나무가 비스듬히 쓰러지려고 하면, 얼른 달려가 제대로 세우고, 나무뿌리가 있는 땅을 힘껏 발로 밟았다.

그러다가 잠이 깨면, 그녀는 서경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졌다.

그렇다.  서경은 이와의 제2의 고향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가는 것도, 돌아가는 것이고, 서경으로 돌아가는 것도 돌아가는 것이다. 오는 것, 가는 것 모두 집에 가는 것이다.

밥을 먹고 나서, 이와는 주인집  건물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정원에 있는 돌 테이블 위에는 뜻밖에 등나무 덩굴시렁이 있었다.

나뭇가지와 잎이 한 무더기로 뒤엉켜서 시렁의 네 면으로 늘어뜨리고 있어  마치 발을 쳐놓은 것 같았다.

이와는 전에 이 돌 테이블에 서 책을 읽었다. 그럴 때면 매번 고양이 한 마리가 달려와서는 옆에 엎드렸다.

그 고양이가 아직도 있을까? 이런 생각이 막 떠오르는데, 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쉬고 힘 빠진, 지치고 처량한 고양이 소리였다.

이와가 고개를 돌리니, 문간방 영감이 빗자루를 들고 뛰어갔다. 그의 배는 전보다 훨씬 커졌다.  셔츠는 꽉 끼었고, 제대로 끼워진 단추도 없었다.

이와가 말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그는 응하며 가볍게 대답하더니, 빗자루로 등나무 무더기를 털면서 욕을 했다. " 야옹, 야옹, 넌 백주 대낮에 무슨  짝을 부르고 난리냐?"!

욕이 온전한 을 반응이라도 되는 양, 이와는 단지 정문을 나갔는데, 뒤에서 여전히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이와 아냐?"

고양이는 자전거 보관소 지붕 꼭대기에서 다시 한번 울부짖었다.

중국인들은 개를 좋아하지, 고양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개는 집안에서 애완동물로 기르지만, 고양이는 모든 거주민 단지 안에서 유랑하는 신세였다. 고양이가 사랑받는 것은 지극히 힘든 일이었으며, 사람들은 고양이를 혐오했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지 밖에 있는 기다란 나무 의자에 예닐곱 명의 나이 많은 부녀자들이 앉아있었다. 그녀들은 고기와 채소를 담은 크고 작은 보따리 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너 나 할 것 없이 다리 통증 때문에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에 얹고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주물러대고 있었다.

그녀들 모두가 단지 주민들이고, 이와가 이름은 알 수 없지만 모두 얼굴이 낯익은 사람들이었다.

뚱보 아줌마는 집주인과 같은 독채, 첫 번째 방에 살았다. 그녀는 손에 두부와 미나리, 그리고 물고기를 들고 있었는데, 머리가 큰 메기였다. 아마 야채시장에서 산 것 같은데, 꼬리 꼴에서 아래로 벌건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또 닭도 갖고 있었는데, 털은 다 뽑았으나, 닭 볏은 그대로 있고, 다리가 뻣뻣하게 비닐봉지를 뚫고 삐져나와 있었다.

이와는 그녀들에게 인사를 했는데, 뜻밖에 "헬로"가 튀어나왔다.

이와가 물었다. "오늘이 일요일이에요?"

그녀가 대답했다."아니야. 내일이 일요일이야."

이와가 말했다."그렇군요, 어쩐지 이렇게 먹을 것을 많이 사 오셨네요."

이와가 웃자 그녀도 따라 웃는데, 온몸의 살이 흔들렸다.

이 늙은 아주머니들은 모두 평일에는 늙은 부부만 살아가며, 아껴 먹고 아껴  쓴다. 야채 시장에서 파 한 뿌리 사더라도 꼭 두세  군데 가게에서 비교해 보고, 흥정한다. 마지막으로 사는 파는 시든 껍질을 벗겨내고, 잔뿌리는 떠서 냈고, 떠날 때는 마늘 한 움큼이라도  더 쥐고 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주말이 되면, 먹을 것을 살 수 있는 데까지 많이 산다.

그날 저녁에는, 성안 각각 다른 곳에 사는 이들 딸에게, 모두 내일 이침 일찍, 밥을 먹으러  오라고 전화한다.

그래서 일요일에는 단지 마당이 최고로 회목하고 소란스러워진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아들딸들이 또 각자 사는 곳으로 떠나고 나면, 그들은 식탁과 의자들을 치우고, 대접과 그릇들을 씻는다.

그런 다음, 자리에 앉으면, 온몸이 쑤시는데, 고통과 동시에 뿌듯함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