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

2023, 인도차이나 여행 (4/30: 하롱베이: 베이징 서시와 싱가포르 부자)

4월 30일 아침 8시. 우리는 호텔 앞에서 관광버스를 탔다

버스는 여러 호텔을 돌아다니며 예약한 손님들을 태우고, 하노이에서 두 시간 반쯤 걸리는 하롱베이로 향했다.

이윽고 하롱베이에  도착, 버스에 탄 사람들은 같은 배를 타고 오늘의 일정을 시작했다.

배가 출항했다.

배는 바다 위로 비쭉비쭉 솟은 아름다운 석회임 바위섬 한가운데를 향해 나아간다.

이때 가이드가 사람들을 8명씩 나누어 식탁에 앉게 하더니, 점심 식사가 나왔다. 아줌마들이 해산물 위주의 여러 가지 요리를 식탁에 늘어놓았는데, 맛도 있고 푸짐했다.

마침, 내 옆에는 50대로 보이는 건장한 한국인과 그의 부인이 앉았고, 맞은편에는 머리가 하얀 노인과 갸름한 얼굴의 청순하게 생긴 미녀가 앉게 되었다. 보통 여러 나라 사람들을 섞어 놓으면, 서로 어색해서 자기 나라 사람들끼리만 얘기하기 일쑤인데, 건장한 한국인 남자가 유창한 영어로 어색하지 않게 식탁 분위기를 주도해 나갔다. 그는 해운 관련 기관에 근무 중이며, 지금 싱가포르에 사는데, 오랜만에 부인과 하롱베이로 휴가차 왔다고 했다.

그는 맞은편에 앉은, 머리가 하얀 노인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다.

흰머리 노인은 꼭 우리나라 정치인 김한길처럼 생겼고 말도 조용조용히 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온 은퇴자라 했는데, 옷차림이 세련되었고, 돈 많은 부자 같아 보였다. 둘이 유창한 영어로 사업 이야기를 하는데, 이야기 둑이 터지니 마치 오랜  친구가 만난 것 같았다.

건장 남은 같은 식탁에서 식사를 하게 된 사람들에게 한 사람씩, 어디서 왔는지 물었다.

청순 미녀에게 건장 남이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영어로 Cnina라고 대답한다. 내가 괜히 궁금해서, 얼른 중국어로, 중국 어디서 왔나 물었더니 그녀는 웃으면서 베이징에서 왔다고 했다.

나는, 그녀가 서시만큼은 아니라도 미인은 분명하고 또 이름도 모르니, 그녀를 베이징 서시(西施)라 부르기로 했다. 그 옆에 앉은 평범한 젊은 여자는 타이완에서 온 서시의 친구라 했다.

사람들은 생면부지의 사람일지라도 이상하게 같은 식탁에서 식사한 것만으로 서로 스스럼없이 말을 걸게 된다. 나는 싱가포르 흰머리에게 영어로 사진을 찍어달라기도 하고, 베이징 서시에게 중국어로 사진을 찍어 달라기도 했다. 싱가포르 흰머리는 내 카메라를 보고 좋은 카메라고 했고 나는 대답 대신 그냥 웃었다. 베이징 서시의 카메라 솜씨는 시원치 않았다.

좁은 배 안이라, 이리  갔다 지리 갔다 해도 갈 수 있는 공간은 뻔했다.

그러다가 우연하게도  싱가포르 흰머리가 베이징 서시의 숄더백에서 무언가 찾는지, 숄더백을 뒤지는 것을 보았다.

"헉! 베이징 서시가 자기 숄더백을 내주고, 싱가포르 흰머리가 그걸 뒤지다니! "

하롱베이는 언제 봐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우리는 작은 보트에 나누어 타고 흔들흔들 동굴 속을 들어가 보기도 하고, 어느 작은 섬에 올라 석회암 동굴에 들어가 보기도 했다.

모든 투어 일정이 끝나자,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하노이로 돌아왔다. 가이드는 아침에 올 때처럼 사람들을 호텔에 내려주었다. 

베이징 서시는 싱가포르 흰머리와 함께 럭셔리 호텔에서 내렸다.

우리는 조금 더 가서, 시끄럽고 번잡한 우리의 가성비 호텔에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