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일 아침, 오늘도 역시 쾌청하다.
일행을 독촉하여 서들러 짐을 꾸려, 택시를 타고, 치앙마이 1버스 터미널로 갔다.
매표소에서 줄을 서, 기다리다가 매표원에게 치앙콩 가는 버스가 있나 물으니 없다고 한다. 그래서 치앙라이 가는 표를 세장 끊었다.
처음 가는 곳이라,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치앙라이에 가면 치앙콩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일단 표를 산 것이다.
내가 불안해한 이유는 두 가지다.
태국 국경도시 치앙콩에서 라오스 국경도시 훼이 싸이로 넘어가는 국경이 코로나로 아직도 폐쇄되어있는 것은 아닌지?
또 오늘 다행히 치앙라이에서 치앙콩 가는 버스를 탔다 하더라도 두 나라 국경 근무 직원들 근무시간 안에 갈 수 있는지?
오늘 라오스로 넘어가야 그다음 행선지인 베트남에도 갈수 있을 테니, 일단 부딪혀 볼 수밖에 없다.
표를 사고 나서 물어보니 치앙마이 - 치앙라이는 세 시간, 치앙라이- 치앙콩은 한 시간이 걸 린다고 한다.
'혹시 치앙콩 국경을 넘지 못하면 도로 돌아오자. 그렇게 되면 치앙라이에서 하루 이틀 묵으면서 그 유명한 골든 트라이앵글이나 구경 가자' 고 생각했다.
치앙마이, 치앙라이, 치앙콩 하는 데, 치앙이란 도시라는 뜻이라고 한다.
치앙마이 1 버스터미널
치앙마이 버스 터미널
우리가 타고 간 치앙라이행 버스
그린라인 버스 내부
9시 20분, 버스가 출발했다. 우리가 탄 버스는 그린 라인(green line)이라는 버스 노선인데 새 버스라 깨끗했고, 길도 잘 포장이 되어 편안했다. 서비스도 좋아서 매 좌석마다 물 한 병과 작은 카스텔라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버스는 높은 언덕을 넘은 다음, 벌판을 달렸다.
치앙라이 도착 시간은 오후 12시 30분.
치앙라이는 높은 건물이 없는 작은 도시로, 중심 도로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매표소로 뛰어가 치앙콩 가는 버스 표가 있냐고 물었다. 매표원은 한시간에 한대씩 있다고 하며, 버스표는 안파니, 버스비는 버스 속에서 내라고 한다.
우리는 1시 차를 탔다. 치앙콩 가는 버스는 낡아빠진 벤츠 버스인데 천정에 달린 선풍기가 두세 군데 돌아가고 있었다. 승객은 고작 열 명 남짓, 대부분 서양인이었다. 이 버스의 종점, 치앙콩이 더이상 갈 곳이 없는 라오스 국경이니 당연히 국경 넘는 여행객들 밖에 없을 것이다.
내 앞자리에 덩치 크고, 나이 든 서양인 남녀가 타고 있었는데 무척 수다스러웠다. 낚싯대 같은 이상한 장비들을 조작하면서, 무언가 혼잣말로 녹음도 하고 풍경 녹화도 했는데, 하여간 바빴다. 어디서 왔나 물어보니, 자기들은 미국에서 온 유튜버인데 동남아 각지를 돌아다니며 방송 중이라고 한다. 1월에 타이완으로 들어와, 어제까지는 베트남에 있었고 오늘 라오스 국경을 넘는다고 한다. 유튜버 아줌마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하니까 일부러 과장된 제스처를 연출한다.
치앙라이 가는 길(차 창 풍경)
치앙라이 가는 길 (작은 마을)
황무지 같다
열대 지방이라 벌판에 야자수가 있다.
치앙라이 부근 마을( 마치 벚꽃 나무 같다)
치앙라이 거리
미국 유튜버 아줌마
그들이 만는 유튜브
치앙라이 버스 터미널
치앙콩 가는 버스 시간표
치앙콩 가는 버스
이윽고 버스가 출발했고, 한 시간쯤 벌판을 달 려서 치앙콩에 도착했다. 가는 도중 남자 버스 차장이 영어로 국경에 내리면 다른 교통수단이 없으니, 자기들에게 일 인당 50 밧을 내면 라오스 국경 사무소에서 훼이 싸이 끼지 툭툭으로 태워다 준다고 했다. 여기는 시골 버스 차장도 완전 국제화되어있어 영어가 자면스럽게 술술 나온다.
아마 국경을 넘어가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반강제적으로 툭툭을 타게 해서, 노선버스처럼 영업을 하는 것 같았다. 승객들 모두 웅성웅성 의논들을 하는데 다소 비싸 보이기는 했으나 답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모두 50밧 씩 추가로 더 냈다. 한 시간 타는 버스비가 70밧밖에 안 하는데, 잠깐 가는 툭툭 요금이 일 인당 50밧이라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국 국경에서 무사히 출국 수속을 마치고, 이번에는 라오스 출입국 사무소로 걸어가 입국 수속을 마쳤다. 신기한 것은 태국이나 라오스나 그 흔한 엑스레이 투시기조차 없는지 출입국 절차에서 짐에 대한 체크가 전혀 없었다. 태국에서도 짐 체크 없이 빠져나왔는데 라오스에서도 그냥 통과다.
라오스 국경 사무소를 통과하니, 입국 신고 한 곳 바로 옆에 루앙프라방 가는 버스표 매표소가 있었다. 우리는 잘 됐다 싶어 버스 표를 샀다. 일 인당 태국 돈 1000밧, 2명 분 2000 밧을 내고, 더이상 태국 돈 가진게 없어서 미국 달러 50불을 냈는데 거스름 돈을 주지 않았다. 그들이 준 영수증에는 각각 29만 킵이라고 쓰여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다른 버스 승객들은 아무도 버스 표를 사지 않았다. 그래도 어쨌든 같이 툭툭을 타야 하니 모두들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표를 사고, 기다리고 있던 툭툭에 오르니 같이 치앙콩으로 오는 버스에 탔던 승객들이 모두 거기 있었다. 그중 이스라엘에서 왔다는 부부에게 왜 버스 표를 안 샀나 물어보니 자기들은 slow boat를 타고 간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늘은 후에 싸이에서 자고 내일 아침, slow boat를 8시간 정도 타고 가서, 무슨 무슨 포구에서 하루 머물고, 그다음 날 다시 루앙프라방 가는 보트를 갈아타고 간다고 했다.
"옳거니! 그게 정답인데..."
하지만 우리는 이틀 더 걸리는 일정은 생각할 수 없었다. 우리는 정보 부족으로, 일정을 잘 못 잡아 메콩강을 천천히 거슬러 올 라가는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다.
미국 유튜버 부부도 내렸다
툭툭 에서 (이스라엘 여행객인데 치앙마이 한식 음식점에서 나를 보았다고 한다 )
루앙프라방 가는 슬리핑 버스
라오스 훼이 싸이 도착 기념 맥주 한잔.
한가한 라오스 버스 터미널
국경 버스 터미널인데 한가하기만 하다.
라오스 버스 터미널 앞 상가 ( 모든 것이 한가하다)
메콩강 보트여행 기회를 놓친데 더해서 버스표 바가지까지 썼다.
루앙프라방 가는 슬리핑 버스는 하루 한대 밖에 없다. 요금은 라오스 돈 29만 킵, 미화로 18불인데 우리에게 버스표 한 장을 무려 50불 이나 받았고, 또 태국 돈으로는 일 인당 750밧이면 되는 것을 1000밧, 두 장 2000밧이나 받은 것이다. 태국 돈 500밧과 미화 32불을 더 받은 셈이다. (총 6~7만원 정도면 되는데 14만원을 냈다)
국경을 바로 넘어온 여행객들이 환율에 익숙하지 않은 이때를 노려서 국경 입국 사무소 바로 앞에서, 이런 짓을 한 것이다. "설마 국경 사무소 버스 매표소인데 바가지를 씌울까?" 정말 생각지도 못했고, 당연히 맞겠거니, 자세히 따져보지도 않았다. 더구나 다른 사람들이 툭툭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길게 생각해 볼 겨를도 없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했다. 태국 돈 1000밧은 어떤 환율을 적용해도 미화 30불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밤새 슬리핑 버스를 타고 오면서 곰곰이 셈해 보니 엄청 바가지를 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밤새 비좁은 슬리핑 버스를 타고 비포장 산길을 달려오느라 피곤했지만, 나는 아침 9시, 루앙라방에 내리자마자 바로 슬리핑 버스 표 매표소에 가서 따졌다. 젊은 매표원은 입장이 곤란하니까 나이 든 책임자 창구로 안내했다.
"왜 750 밧이면 되는 것을 1000밧이나 받았나?" 50대쯤 되어 보이는 책임자가 우물쭈물하다가 대답했다.
"나머지는 보험료다.(insurance)" "그럼 좋다. 미화 18불짜리 표는 왜 50불 받았냐? 32불이 보험료냐?"
미리 젊은 매표원에게 미화로 내면 버스비가 18불이라는 것을 확인해놓고 물은 것이다. 이제까지 열심히 변명하던 루앙프라방 매표소 책임자는 말문이 막히자, 바로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건 나는 모른다. 그쪽 매표소는 여기와 다르니 거기 가서 따져라."
"같은 버스 회사이니 확인하고 돈을 거슬러 다오."
"거기 가서 돌려받아라."
결과는 아무 것도 없었지만 분명 항의는 했으니 조금 위안이 되었다.
혹시 태국, 치앙콩에서 라오스, 훼이 싸이 국경을 넘는 사람은 절대 이런 식으로 속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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