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무척 더웠다.
나중에 들어보니 39도 였다고 한다.
아침나절, 방콕 국립 박물관에 가보기로 했다.
구글 지도에서 보니, 우리 숙소에서 박물관이 그리 멀지 않아 슬슬 구글 맵을 보며 걸어서 찾아가 보려고 했으나, 날은 덥고 길 가는 사람에게 물어도 잘 모르겠다 하고...
괜히 30분 이상 헤매다가 택시를 타니, 아이고, 바로 근처다.
박물관은 너무 일찍 가서그런지 손님도 없고, 방마다 지키고 있는 관리 직원과 우리뿐이다.
박물관은 에어컨 팡팡~~ 시원하니 살 것 같다.
방콕 국립 박물관에는 우리나라 박물관처럼 신석기 시대부터 내려오는 오랜 역사 유물들은 없고, 태국 왕실의 컬렉션 유물과 왕실의 생활 그대로를 보여주는 물건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박물관 건물 자체가 왕이 거주하던 건물을 기증한 것이고, 각종 생활용품들은 실제로 왕실에서 쓰던 것을 그대로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덕수궁에 있는 왕실 박물관이나 같은데 훨씬 규모가 크고 전시물도 많았다.
태국 초등학교 학생들이 선생님의 인솔 하에 단체 관람하고 있었다.
우리는 여러 건물에 나눠 전시된 유물들을 차근차근 둘러보았다.
왕실에서 모은 많은 부처님과 불교 관련 예술품들이 있었다. 특이하게도 우리나라 부처님들은 머리 뒤에 광배가 있는데, 태국 부처님들은 사나운 코브라 뱀이 머리 뒤를 감싸고 있는 가운데, 똬리를 튼 뱀 위에 앉아서 좌선하는 것이 이채로웠다.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도 마음의 평화늘 가져야 한다는 기르침일까?
그 밖에 코끼리 조각상들이 많았다. 코브라나 코끼리가 워낙 태국인들의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모양이다.
또 기억에 남는 전시물은 태국 국왕이 타고 다녔다는 황금 장식으로 가득한 금빛 가마였다 . 어두운 실내에 있는데도 눈이 부신데, 진짜 태양빛 아래 국왕이 행차한다면 얼마나 눈 부셨을까?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방콕 번화가, 시암 파라곤 백화점, 푸드코트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백화점이라 역시 에어컨이 팡팡, 거기다 시원한 맥주까지 먹으니,아무리 밖이 39도라고 해도 그건 남의 일이었다.
식사 후, 이번에는 시내 한복판에 있는 짐 톰슨 박물관을 가보려고 구글맵을 들여다보며 방콕 시번화가를 헤매다가 가까스로 찾아가긴 했는데 영어 가이드가 집을 잠깐 안내하고 입장료가 일인당 300 밧이라는 바람에 포기하고 그냥 돌아왔다. 조그만 개인 집에 있는 박물관이고 또 짐 톰슨이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데,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올 때는 방콕 시내 운하를 다니는 배를 타고 돌아왔다.
카오산 로드 근처 선착장에 내려서 이번에는 툭툭을 탔는데, 오다가 교통사고가 났다.
우리가 탄 툭툭이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는데, 오토바이가 길 복판에 나가떨어졌다.
우리나라 같으면 큰 싸움이 벌어졌을텐데, 받은 사람이나 받힌 사람이나 서로 웃으며 이야기한다. 우리 툭툭 기사도 별 것 아니란 듯 그냥 내리라고 한다.
나는 놀래기도 했고, 툭툭 가사가 돈 50밧 (2천 원) 벌려고 신나서 달리다 사고를 낸 걸 생각하니, 괜히 미안해서 제대로 데려다 주지는 않았지만 얼른 돈을 주고 내렸다.
저녁은 한식 식당에 가서 삼겹살과 소주를 먹고, 식사 후에는 강변에 나가 야경을 보았다.
차오프라야 강의 야경은 퍽이나 평화롭고 이름다웠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세상사 모두 꿈만 같다
오늘 아침에는 아무 할 일이 없는 것 같았는데, 하여간 하루 종일 바빴다.
* 짐 톰슨: 2차 대전 때, 태국으로 파견된 미국 정보 장교. CIA의 전신인 OSS 소속으로 태국에서 근무하다가 태국 실크에 눈을 떠, 태국 실크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1967년, 성공한 기업인인 그가 말레이시아 캐머런 하일랜드에서 휴가 중 실종되자, 태국에서는 그가 비밀 작전을 수행하다 사라졌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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