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도(茶道)의 정수는 "온화함(和), 공손함(敬), 맑음(清), 고요함(寂)"의 네 글자에 있다. 이것은 일본 다도와 불교의 선종(禪宗)의 결합의 총화이다.
마지막 글자"고요함(寂)은 평온하고 조용히 움직이지 않는 경지를 말하며, 속세의 혼란과 단절하고, 다도에만 전념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실내에서 하는 일본 다도는 , 밖에 비가 내릴 때 하는 것이 틀림없이 제대로일 것 같다. 우리는 다행히 오전에 일본 사찰 다도 체험을 했다. 이렇게 안개비 내리는 정경 속에서 다도를 한 것은 내 생각과 맞는다.
일본 다도는 "일기일회(一期一會: 일생에서 한번 맞는 기회이니, 최선을 다해 상대방을 대접한다는 일본의 다도 용어)를 이념(理念)으로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 자리에 있는, 하나하나의 정경, 하나하나의 표정, 이런 것들을 모두 소중하게 마음에 새겨야 한다. 그 자리에서 반짝 사라지는 것이라도, 둘도 없는 단 하나의 것이니, 완전히 똑같은 두 번의 모임은 없다. 이것은 오히려 서양 철학의 명언과 흡사하다.
"사람은 두 번, 똑같은 강 하류에 들어갈 수 없다."
일본 다도 문화는 원래 중국 당나라에서 전해졌다고 한다.
우리는 신경 써서 앞에 있는 다구(茶具)들을 관찰했다. 그랬더니, 다구에 의외로 금이 간 곳과 이가 빠진 곳이 있었다. 이것 역시 일본 미학(美学)이 추구하는 "차적(侘寂: 조용함을 뽐내다)"으로 세상에 완전무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깨우쳐 준다. 생멍력이 있는 사물은 언제나, 생명의 변화하는 본질 때문에, 사람들이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옛날부터 전해내려 오는 이야기다.
하루는 토요토미 히데요시(丰臣秀吉: 풍신수길)가 차 맛을 즐기고, 꽃을 감상하러, 차의 명인 센노리큐우(千利休:천리휴)의 집을 찾아갔다. 마침, 다원(茶园)에서 크고 아름다운 나팔꽃을 모조리 잘라버리는 것을 보고, 히데요시는 크게 노했다. 이윽고, 소박하게 장식한 다실에 들어가니, 오직 나팔꽃 한 포기가 놓여있었다. 꽃은 여전히 이슬을 머금었고, 신선하고, 속되지 않아, 그는 기분이 상쾌해졌다. 센노리큐우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인간이 어찌 모든 꽃을 다 보아야 하는가? 오직 한 포기만 보아도, 오히려 그 독특한 이름다움을 능히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중국 문화 가운데서 공통된 이념을 떠올렸다.
"약수가 삼천이 있다 한들, 나는 오직 표주박 하나만 마시면 되는 것을"
(弱水三千,我只取一瓢饮)
혼세에지(본서사)에서, 오후에는 일본 기모노 문화강좌와 기모노 입어보는 행사가 있었다. 일본 기모노는 느슨하고 길며, 우아하고 아름답다. 일본 여자들은 결코 타고난 미인이 아니다. 그녀들은 서구 미녀들처럼 늘씬하고 키가 크지도 않을뿐더러, 중국 여인들의 균형 잡힌 몸매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현란하고, 은은한, 기모노를 입고, 한 곳은 가리고, 한 곳은 드러내고, 한쪽은 풀고 한쪽은 묶음으로서, 타고난 부족함을 덮어, 일본 여성의 독특한 매력을 두드러지게 드러나게 한다.
기모노의 이런 이념은, 이때 창밖으로 보이던, 연기 같은 안개, 옅은 먹의 산 안개, 옅고 짙은 먹으로, 층층이 다르게 표현된 수묵화처럼 정취가 넘친다. 일본 여인이 기모노를 입으면, 바로 부드럽고 아름다운 용모와 몸가짐을 갖춘 미인이 된다.
기모노를 입고 2층 창 앞으로 가니, 마치 깊은 규방의 일본 여인 같다. 야마나시 현의 가을비는 시대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조금 외롭고 슬프게 한다.
"혼자 창가에서, 어둠이 내리기를 어떻게 기다리나! 오동나무에 이슬비가 내리고, 황혼은 점점 다가오네. 이런 상황을 어찌 "수(愁: 슬픔) 한 글자로 표현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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