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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일본의 세 장면(东瀛三章)(二) 혼세에지(本栖寺 본서사)의 달 2/2 :尔雅

나는 호숫가 울타리에 서서히 붉고 둥근 달과 검은 구름의 전쟁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다. 나의 실루엣은 달이 승리하느냐 패배하느냐에 따라 수시로 분명해졌다가 흐릿해졌다가 했다.

이윽고, 붉은 달이 검은 구름을 뚫고 나오자, 그녀의 연하고 부드러운 빛이 환하게 바뀌었지만, 그녀의 얼굴색은 많이 창백해졌다.

이때, 뒤에 있던 어떤 문우(文友)가 감탄했다. 봐라, 달빛 아래 비치는 얼야(尔雅:작자)의 그림자는 얼마냐 아름답냐!

바쁘게 달을 촬영하며 따라오고 있던 문우 디엔러(典乐 )가 그녀의 망원렌즈에 촛점을 맞추며, 나와 달이 같이 나오는 사진을 찍었다.

문우 디엔러는 그녀가 시를 쓰던 안 쓰던 상관없이, 언제나 진정한 의미의 시인이다.

오늘 밤, 그녀는 시심(詩心)을 가득 담에서, 카메라로 달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있는 중이다. 평소 그녀는 친구들 혹은 가족들과 대자연에 들어와 걸어갈 때, 자기가 사람들과 뒤처졌다는 것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그녀는 한 송이의 꽃 혹은 한 포기의 풀을 보면서 너무나 진지해지기 때문이다. 그녀가 꽃을 보고 나면,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이 꽃을 아직 못 보았다면 이 꽃은 당신을 할 말이 없게 만들 것이다. 당신이 와서 이 꽃을 보고 나면, 당신은 이 꽃의 진짜 빛깔을 단번에 알게 될 것이고....

지금 나는 미국의 저명한 여자 예술가 조지아 오키프(미국 화가 1887~1986 해골, 꽃 등을 확대한 작품)가 생각난다. 그녀의 화초 계열의 글은, 있는 사실을 쓰면서, 추상적 의미를 덧붙여서, 미감(美感)과 시 의(詩意)로 충만하다.였다. 그녀는 커다란 회면 전체에 꽃송이를 가득 채웠다. 그 이유는 아무도 진짜 자세히 이 꽃송이를 보지 않았고, 그것이 이렇게 작으니, 사람들이 시간이 없다고 해도 볼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그것을 매우 크게 그림으로서, 사람들은 깜짝 놀랄 테지만, 짧은 시간에 그것을 집중하여 보게 하여.... 이렇게 한번 보고, 사람들은 청말 의외이고 놀랄 것이다.

평소에, 우리는 괜히 번거롭고 바쁘게 다니느라, 한 송이 꽃도 들여다볼 시간이 없다. 예불의 도량, 혼사에 지(본서사)에서 한바탕 아름다운 월출을 만나니, 마음이 안정된 상태로, 편안하게, 대자연의 오묘함을 감상하고 읽을 수 있었다. 당연히 어떤 인연이 있었으리라!

얼마나 오래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붉은 달은 이미, 구름을 뚫고 올라와 점점 커져서, 붉고 윤기나던 얼굴빛은 점점 퇴색했으며, 점점 창백하고 권태로워졌다. 나는, 그녀의 초췌함을 차마 볼 수 없어 머리를 떨구었다. 정말, 꽃이 흘리는 눈물이고, 달에 대한 상심이다.

얼마나 오래 지났을까? 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보고, 다시 놀랐다. 그녀는 멀리 구름을 떠나 하늘 높이 걸려있었고, 막 환한 빛을 하늘에 쏟아내고 있었다.

달과 하늘, 이들은 서로 의지하고, 서로 공경하며, 이별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한 쌍의 연인 같았다. 달은 이전의 창백한 모습이 바뀌어 휘영청 밝아졌다. 정말이지, "교교한 공중에 외로운 둥근 달"이다.

맑은 가을밤, 붉은 달이 온 세이지(본서사)를 비추니, 맑고 투명하여, 티끌 하나 없다. 호수의 빛이 밤의 빛깔과 어우러지고, 달빛은 파도 한가운데를 비추어, 이름다운 그림자가 출렁이며, 신비하게 매혹시키며, 사람을 공상에 빠지게 한다.

"인생이 대대로 끝이 없으니, 강월(江月)도 연년이 이럴 진가....

오늘 밤, 장뤄쒸(张若虚: 660~720. 당대 시인)가 천년 전에 읊은 춘강화월야(春江花月夜)가, 마치 천년 전처럼 이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