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본 도쿄에 도착한 날 저녁, 가이드는 우리 모두에게 첫 대면 선물을 주었다. 커다란 무쿠다(无覇) 배 한 개와 오렌지색 단감 한 개였다.
배는 아삭하고 맛이 달았으며, 아주 맛있었다. 배는 너무 커서 감히 혼자 먹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몇몇 문우들과, 오늘은 이걸 나누어 먹고, 내일은 저걸 나누어 먹기로 약속했다. 갈색 과일 껍데기를 벗기자, 속은 하얗고 투명했는데, 한입 베어 무니, 과즙이 뚝뚝 흐르고, 섬세하고 부드러워서 비할 데 없이 맛이 좋았다.
무심코 과일 상자 안을 보니, 한 송이의 홍마노 같은 포도가 남이 있었는데, 크고 반짝반짝 빛나는 게, 인조 공예품같이 아름다웠다. 참지 못할 유혹에, 이 사람이 슬그머니 한 알 따고, 저 사람이 몰래 한 알 움켜쥐고.... 가이드가 알고 놀랐을 때는, 그 개인 재산이 반 이상 사라져 버렸다. 어라! 이럴 수가....
가이드가 우리에게, 오늘 먹은 배와 감, 그리고 포도는 모두 야마나시(山梨) 현 특산품이라고 했다. 그러니 우리들은 야마나시 현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기도 전에 벌써 야마나시의 맛부터 본 것이다. 이것은 "미인의 향기"를 맡은 것이니, 말하자면, 곡은 달라도 오묘한 연주 기교는 똑같은 것이나 같은 것이다.
야마나시 현은 일본 혼슈(本州岛) 중부에 있는, 후지산이 있는 현이다. 삼림자원이 풍부하고, 일본의 중요한 과일 생산지로서, 과수(果树) 왕국으로 불린다. 기후는 내륙성기후이고, 계절의 온도 차가 비교적 분명하며, 강수량은 적은 편이다.
그곳 과일이 달고, 향기로운 것은, 아마 강수량이 적은 것과 관계있지 않나 생각되는데, 당분이 과육에 저장되고 나서, 과다한 빗물로 희석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북아메리카 중국어 작가협회에서 개최한, 일본 문화 여행을 왔는데, 도쿄에 집결 후, 둘째 날 혼세에지(本栖寺: 본서사)에 갔다. 부처님의 광명이 깃들인 혼세에지(本栖寺:본서사)는 야마나시현 후지산 부근, 혼세에 호(本栖湖) 옆에 있다.
관광버스가 혼세에지(本栖寺: 본서사)에 진입하자, 성운(星云) 대사의 소상히 진입로에서 영접한다. "부처님의 빛은 영원히 두루 비치며, 법수(法水)는 영원히 흐른다"
몇 개의 사미 석상이 무술을 연마하는 자세를 하고 있는데, 매우 재미있고, 귀엽다.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려고 하는 게 되게 웃긴다.
오래지 않아, 밤이 되었다. 경내에서의 숙박은 소박, 정갈하고, 산사(山寺)는 맑고, 고요하다. 여행의 피로가 몰려와, 곧 단잠에 빠졌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잠이 덜 깬 졸린 눈에, 작은 창을 통해, 검푸른 먼 산과 안개비가 소리 없이 내리는 것이 보였다. 경내의 나무들은 짙푸르고 화초는 무성했다. 처마 위에서 조랑조랑 빗방울이 떨어지니, 수많은 작은 물 구슬이 튀었다.
처마 아래 섬돌이 있는 비탈은 푸른 이끼로 덮여있었다.
"푸른 이끼로 섬돌 위가 파라니, 풀빛이 대나무 발 사이로 들어와 방이 파랗게 변했구나"(시구)
원래, 비가 적은 야마나시 현이 우리를 영접하느라, 뜻밖에 부슬부슬 비를 내려주는구나. 비할 데 없이 부드러운 밤 비를!
종이우산을 펼치고, 비에 젖은 자갈이 깔린 오솔길을 걸으니, 비의 상쾌함이 심폐에 스며든다. 절 안의 푸른 소나무와 측백나무, 오동나무가 역시 흐릿하게 보인다.
장엄하고 웅대한 화엄 보전에 들어가, 6시 반에 새벽 일과를 했다. 예불 독경(절하고, 경 읽기)과 자기 마음을 돌아보는 참선을 했다.
화엄 보전의 외관은 중생을 비호하는 커다란 우산 같다. 전체 건축은 안에서부터 바깥까지 네 개의 경사진 기둥이 지탱하고 있고, 전 내에는 어떠한 대들보나 기둥도 없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세상의 모든 현상은 공허하다"라는 것이다.
이곳은 천명이 들어갈 수 있는 예불하는 대전(大殿 : 큰 전당)이다. 대전 정중앙에는 수십 기의 불상이 높은 연꽃 좌대 위에 앉아 있는데, 금빛을 번뜩이며, 염화미소로 인간 세상에 임하고 있다. 연꽃 좌대 아래에는 촛불의 푸른 연기가 펄럭이고, 남녀 스님들이 노래하고, 신도들은 머리를 숙이고 있다. 이때 나무 창밖에 대자연과 새벽의 태양광이 희미하게 보이는데, 주위는 고요하고, 오직 빗소리만 작게 들린다. 종석(옛 타악기)과 경문 읽는 소리 가운데, 문득 마음에 걸려있던 응어리가 없음을 느끼니, 마음은 자유롭고 청정하다.
널빤지 치는 소리가 들리니, 곧 아침 공양이 간 이 되었음을 안다.
혼세에지(本栖寺 본서사), 2층에 있는 식당은 넓고 밝았다. 높고 긴 창으로, 창밖 풍경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나는 창과 마주한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영양 만점의 채식 요리를 즐기면서,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가운데 조용히 내리는 야마나시 현의 비를 감상한다. 가는 실 같은 빗물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빗방울은 작고, 조밀한 발을 드리운듯한데, 말아 올리면 여기저기 옅은 안개가 되고, 안개비가 되어 매혹에 젖게 하는데, 꿈같기도 하고 환각 같기도 하다.
혼세에지(本栖寺 본서사) 맞은편 기슭에 있는 후지산은 보이지 않고, 가까이 있는 호수와 산은 매미 날개 같은 얇은 천을 걸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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