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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기차는 빨리 달린다(火车快跑): 우주의 중심 9, 东君

러시아 역 대부분에 이런 옛날 기차를 전시해 놓는다

 

중국 몽골 국경도시 자망우드 역.

 

 

19세가 되기 전, 나는 그때까지 기차를 보지 못했다. 또 기차가 빠르게 달리면서 내는 소리도 들어보지 못했다.

1980년대 초, 우리 마을에는 전기기구 공급 판매원이 있었는데, 자주 기차를 타고 주부(州府)를 오갔다.

추운 겨울날, 그가 기차 이야기를 꺼내면, 입에서 증기가 뿜어 저 나왔다.

당시, 나는 기차에 대하여 아주 무지했다. 그건 대가리가 까만, 쇠를 두드려 만든 용같이 큰 것이고, 머리 부분에 맹호의 피가 가득 들어있으며, 광야를 나는 듯, 스쳐갈 때면, 스쳐가는 부분에서 큰 바람이 불어, 한 뼘 정도의 나무, 몇 구루 정도는 간단히 쓰러뜨린다고 생각했다.

글자를 알게 된 후, 나는 기차(火车)를 불(火)과 차(车)로 분해했다. 뒤엉킨 화염이 어떻게 하나하나의 차칸을 빠르게 앞으로 이끌어 나가나? 불에 담글질 된 철이 내 기억 속에서 하나하나 응고되었고, 여기에 화약을 사용하지 않는 무기의 형상이 부여되었으며, 그것은 마치 만리 장풍을 머금은 날카로운 검과 같았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철로 된 낯선 손님"이라 불렀다. 이 말은 정확한 형상을 말했고, 일종의 갑자기 나타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나중에, 갑골문자 중에서 "차(车)" 자를 공부하며, 원초의 상형문자는 가장 사물의 본 모습에 접근해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책에  쓰인 것을 보니, 그것은 한 개의 가로 축에 두 개의 둥그런 상상력 풍부한 바퀴로 이루어져 있었다. "차"의 두 바퀴가 진나라 때까지 굴러가게 되자, 전서(篆书 :한자 서체의 하나) 가운데 일륜차 형상으로 바뀌었다.

다시 후대로 내려오자, 글씨 쓰기는 네모 반듯해지는 것으로 나아갔다. 바퀴 역시 둥그런 것에서 네모로 바뀌었고, 더 이상 굴러가는 모습이 아니게 되었다. 게다가, 지금에 와서는 번거로운 것을 생략하고 단순화 시켜서 "차(车)" 자(字)에서 네모 바퀴 형태마저 없어져 버렸다. 나는 억지로, "차" 자의 원본에는 바퀴가 있었다는 생각을 떠올린다.

내가 이직 기차를 본 적이 없었을 때,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그것은 많은 수의 엄청나게 빨리 굴러가는 바퀴로 구성되었으며, 펄펄 날아가는 말발굽으로도 역시 필적할 수 없다고 했다.

처음 집을 떠난 사람으로서, 기차에 대한 경모는 안 봐도 뻔히 알 수 있다. 그러나, 나의 19세 이전, 손꼽아 셀 수 있는 여행에서, 나는 기차와 마주친 적이 없었다.

처음 집을 떠나 원행을 했을 때, 나는 철도역 주변, 어느 초라한 여관에서 묵었다. 밤이 깊어 인적이 끊어질 무렵, 돌연 기차 바퀴가 철궤를 두드리며 지나가는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옛날 협객(진시황을 암살하러 가는 자객 형가)이 역수 가에서 들었다는 바람결에 들려오는 격축(고대 중국의 현악기) 소리와 같았다. 그 소리는 우렁차면서도 마음을 허전하게 했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기적소리에, 나는 고향 생각이 절로 났다.

그밖에, 한 번은 상해(上海), 한 고층 건물 테라스에서 먼 평원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렬로 줄지어 가는 기차가 시야에 들어왔다. 마침, 둥근 해가 지고 있었는데, 마지 앞에 있는 긴 강을 향해 힘차게 굴러가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웅장하고 힘찬 아름다운 모습에 놀라 어쩔 줄 몰랐다.

《백 년 동안의 고독(마르케스의 소설)》에서 열차가 휙휙 소리 내며 시골길을 달릴 때, 한 시골 아낙네가 이렇게 경탄한다.

"하나님 맙소사, 연기가 뿜어 나오는 주방이 기나긴 식당을 끌고 우리 있는 곳으로 달려오다니! 흑백영화로 보니까, 기차는 "연기를 뿜는 주방" 과 "기다란 식당"으로 구성되어 있구나. (나 콘도 마을의 아낙네는 무의식중에 "기차"라고 초월적 시학(詩學) 적 이름을 완성했다)

하지만 내가 본, 현대 기차는 전혀 흑백 영화에 나오는 그런 "검은 머리, 하얀 증기"로 보이지 않는다. 현대 기차는 더 이상, 머릿속으로 꾸며대는, 먼 옛날 거대한 용의 졸렬한 모방이 아니다. 더 이상 우리에게, 대지에 엎드려 거친 숨을 몰아쉬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모양의 그런 것이 아니다.

그것은, 훨씬 가볍고, 믿음직하고, 빠르게 보인다. 맞다, 그것은 너무나 빠르고, 그것이 나는 듯 달리면, 마치 우리가 컴퓨터 스페이스 바를 두드릴 때처럼, 빠른 속도로, 바깥 풍경, 거리 때문에 늘어나는 시간, 그리고 차를 탔을 때의 유쾌하거나 불유쾌한 과정을 삭제해 나간다.

빨리, 좀 더 빨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 시간 경제권,

벌써 필요치 않게 된 것은 머리를 창밖으로 내 뻗고, 밝은 달이 얼마나 오래 있을지 바라보는 것,

필요하지 않은 것은 힘든 여행길에 솟구쳐 오르는, 향수(乡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