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세에지(본서사)는 일본 야마나시 현에 있는, 혼세에 호(湖) 부근에 있고, 혼세에(本栖) 호는 후지산 아래에 있다. 후지산 아래에는 다섯 개의 호수가 있는데, 각각 야마나까 (山中) 호, 카외구치(河口) 호, 세에(西)호, 쇼오진(精進)호,그리고 혼세에(本栖) 호 이다. 다른 몇개의 호수는 모두 개발되어 관광명소가 되었다. 유일하게 혼세에 호만 여전히, 자연 그대로의 원 모습을 지니고 있어, 인적이 드물고, 세상과 동떨어진 별천지 같다.
그날 오후, 우리 북 아메리카 중국 작가협회 일행은 토교 부근 치바(千叶) 현에서 대형 관광버스로 출발, 도쿄 시내 번화가를 거쳐, 깨끗하고 조용한 옛 작은 도시와 과수원과 옥수수밭이 있는 시골 마을을 지나갔다.
점점 멀리 가자, 점점 황혼이 되었고, 점점 시끄러운 속세 외 멀어졌다.
약 3시간 후에 부처님의 광명이 있는 곳, 혼사에 지(本栖寺:본서사)에 도착했다. 혼세에지는 성운대사가 불광산에 창건한 일본의 도량이다. "인자 요수, 지자 요산(仁者乐山, 智者乐水 어진 사람은 산을 즐기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즐긴다)"라고 했던가, 산에 기대고, 물과 마주한 혼세에지는 산을 찾으면 산이 있고, 물을 찾으면 물이 있는, 산 좋고 물 맑은, 조용하고 쾌적한 곳이다.
사찰 내의 방을 배정받고, 짐을 정리하고 나니, 어둠의 장막이 드리워졌다. 혼세에지에 신비한 베일이 걸쳐졌다.
이때, 아직 사찰의 산문이 닫히기 전이라, 어떤 문우(文友)가 절 밖을 걸어보자고 제안했다. 주지스님은 야생동물을 만날지 모르니 외출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만류했지만 "사람이 많으면 힘이 된다"라는 말을 믿고, 일행 여섯 명이 산문을 나서서, 호숫가에 나있는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도시의 철근 콘크리트 정글에서 나왔다.
이때 몽롱한 산 빛깔, 알록달록한 나무 그림자, 미세한 물소리, 이따금 들려오는 개구리 우는소리, 밤의 짙은 어둠....
이런 것들 모두가, 우리의 이야기 소리를 낮추게 했다. 평온하고 조용한 대자연, 또한 나의 황홀감을 방해할까 두려웠다.
내가 어디 있는 지도 몰랐고, 오늘이 마칠 인지도 몰랐다.
도로 왼쪽은 깎아지른 절벽인데, 절벽 상단에 몇 구루의 커다란 소나무가 솟아있었다. 그것은 이 산과 하늘 사이에 있는 실루엣 같았다. 배경이 암흑 속으로 사라지자, 그것은 뜻밖에 내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몬테레이 17마일, 황금해안에서 본 경치 같았다.
도로 오른쪽 아래는 바로 혼세에 호(湖) 다. 우리는 호숫가 울타리를 따라 걸었다. 밤의 색갈이 얼아나 아름다운지, 나는 그대로 도취되었다.
호수 맞은편 기슭, 밤안개에 덮인 후지산은, 신비스럽고, 수줍음 타는 새색시같이, 감추고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어느 특정한 시각에 놀라운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시각, 나를 놀라게 한 것은 호수 맞은편, 왼쪽 윗부분 검은 구름 가장자리에 박혀있는, 작은 동그라미----- 둥그렇고, 아름다운 붉은 달!
나는 처음에는 해가 나온 것인 줄 잘 못 알고, 반응하지 않았다.
과학 설명에 의하면, 붉은 달이 나오는 것은 광선의 굴절 작용 때문이다. 태양광이 지구 양쪽을 통과하여, 파장이 비교적 긴 빨간색 광선이 달 윗면을 굴절하여 쪼이면, 다시 달 표면에서 반사되어 지구로 오고, 깜깜한 가운데 빠져있던 사람들은 붉은 색달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보통 개기 월식 때만 발생하고, 평시에는 거의 보기 힘들다고 한다.
호수에 핏빛 초승달이 비치자, 월색은 혼미해지고, 호수 면에는 금빛이 번쩍였다. 동행했던 샤오만(小曼)은 놀라움에 찬탄을 금치 못했다. "너무나 아름다워, 너무나. 나 뛰어내릴 것 같아. 뛰어내릴 것 같아..... 샤오만은 시인이 아니었으나, 제일 격정적인 낭만 시를 읊었다. 나는 멍청히 웃으며 종용했다. "뛰어내려, 뛰어내려. 아마 영웅이 나타나 미녀를 구해줄 거야."
작고 작은, 둥글고 둥근, 붉고 붉은, 하나의 약동하는 심장.
만약 손바닥으로 받쳐 들면, 너는 반드시 그녀의 가슴의 온도와 심장이 박동하는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열정과 부드러움, 또 굳건한 마음은 자기완성을 추구하기 위해, 하늘의 넓은 가슴이 품은 사랑을 표현한다. 그녀는 검은 구름의 속박과 굴레를 벗어나고자 노력하며 어둠의 텅 빈, 바탕색에서 위로 조금씩 조금씩 헤엄쳐올라갔다.
검은 구름이 그 뒤를 바짝 따르면서, 포위하여 못 가게 하려고, 점점 그녀를 덮쳤다.
그리고, 그녀의 광선을 연약하게 만들고, 그녀를 계속 완전한 어둠 속에 빠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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