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竹)를 사랑하는 손님이 말하다(爱竹客说)
낯선 지방에 가서, 돌아다닐 때, 나에게는 통상 두 가지 즐길 거리가 있다. 하나는 서점을 돌아다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지역 향토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다.
안길(安吉:저장성 후저우시 소재 관광지)에는 당연히 돌아다닐만한 서점이 없지만, 여기에는 토산품이 풍요롭고, 이야기할 만한 먹거리들이 있다.
죽해(竹海 :대나무 바다)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맹종죽, 죽순을 먹었다. 듣기로는, 현지인은 "고소죽순"을 즐겨 먹는다는데, 맛이 담백하다고 한다(화가 오우정의 책에 기재되어 있다) . 내가 먹어 본 것은, 소금에 절여 말린 고기와 죽순을 볶은 것으로 맛이 깊고도 무거웠다. 장대(張岱: 청대 학자)는 죽순을 먹고 보니 명언을 남길 게 없어, 부끄럽다고 했다.
어찌 이렇게 말했을까? 그는 설명할 수는 없으나, 그 맛을 어렴풋이 느꼈을 것이다.
안길에는 대가 많다. 안길 산중에는 높고 험한 바위가 거의 보이지 않고, 산은 거의, 울창하고, 푸른, 층층 겹겹으로 보이는 대나무에 덮여있다.
산으로 깊이 들어가면, 대강 바람이 지나간 곳에는 모두 죽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시끄럽지는 않고, 오직 적막한 가운데 바위 골짜기에 울려 퍼져서 사람들은 고요한 가운데 태초의 느낌이 들려오는 것처럼 느낀다.
이따금 두셋의 삿갓을 쓴 사람들이 대나무 숲에서 어른 거리는 것이 보이는데, 그들 대나무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길게 자란 대처럼 멋지고, 산과 물과 초목과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다.
하지만 살풍경한 곳도 있다. 예를 들어 여행객들이 몰려드는 곳에는 통상 대나무에 사람 이름이나 몇 마디 말을 새겨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그 나쁜 습속의 정도는 다른 풍경구와 크게 차이는 없다.
하지만 대나무에 글자를 새기는 것은 아무래도 옛 건축물의 기와에 글자를 새기는 것보다는 조금 교양이 있다고 할 것이다. 줄지어 서있는 대나무에 모두 널려있는 글자 흔적들을 보면, 느닷없이 고대 죽간(竹简: 고대에 문자를 기록한 대나무 편)이 떠오른다.
산이 깊어질수록, 마을은 점점 적어지고, 어떤 마을에는 십여 호의 인가밖에 없다. 그곳의 생활의 담백함과 대나무의 풍요로움은, 한 폭의 고풍의 산거도(山居圖)를 구성한다.
대나무의 쓸모는 산중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어떤 집은 수돗물을 먹지 않고, 대나무 속을 파내어 산속 샘물을 집으로 끌어들인다.ㅡ
하지만 그들의 주택은 대부분 나무와 돌을 엮어 만든 것이고, 극소수의 사람만이 대나무 집에 살기 원한다.
마을 밖으로 걸어 나가면, 오히려 몇 채의 대나무 집을 볼 수 있는데, 산모퉁이에 흩어져있다. 대나무 집의 단순 소박하고, 맑고 시원한 모양은 바람이 씽씽 부는 한가운데 있으면에 허약하고 고립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산 사람들은 대나무 집은 보기는 좋으나 튼튼하지 않다고 했다. 대나무 집에서 몇 년 살고 나면, 대나무가 썩어버려서 다시 지어야 하니 번거롭다고 한다.
그날 밤, 우리는 대나무 집에서 자지 않고, 죽림 깊숙한 곳에 있는 돌집에서 잤다.(불면증을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비 오는 날, 대나무 집에서 자보면, 분명, 대단히 재미있을 것이다).
빔이 되자, 산 전체가 갑자기 조용하고 쓸쓸해져서, 마치 태고의 시작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밖은 맑고 차가웠으며, 바람도 없고, 대나무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들으니, 마치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밤새 말을 하지 않았다.
동틀 무렵, 죽림 깊은 곳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이전에 듣던 깊은 골목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와는 사뭇 달랐다. 이런 소리는 자연계 소리의 일부분을 방불케 했으며,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그와 반대로, 영혼을 가라앉혀서 삼림(森林)의 모든 고요함을 훨씬 잘 느낄 수 있게 했다.
산속에서, 개는 의외로 닭보다 빨리 일어나고, 그다음에 사람이 일어난다. 산에 사는 사람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닭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나도 일찍 일어나서 죽림 안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태양이 내리쬘 때까지, 나는 산문(散文: 시, 희곡 소설 이외의 문학작품) 연구를 하는 동행자와, 계속 죽림 속에서 들려오는 닭 우는소리, 개 짖는 소리에 대해 담소했다.
아침을 먹고, 죽(竹) 박물관에 갔다. 가서 보니까 죽제품 아닌 것이 없었다. 거기서 대나무 집을 보았는데, 대나무에 대해 알면 알수록 대나무가 아니고 또 다른 물건 같았다. 무슨 물건이라고 해야 할지?
죽이 아니라 대략 공업시대의 어떤 인기 샘플 같았다.
꽤나 많은 물건들이 그랬는데, 그것들이 우리들이 관람을 하도록, 진열되어 있을 때는, 그것들은 사실, 우리들의 생활과는 벌써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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