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먹어라. (吃酒)
어떤 사람은 타향에서 술을 마시면,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이 느낀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자기 집에서 술을 마시면, 오히려 타향에 있는 것 같이 느낀다고 한다. 술은 사람들을 자기가 어디서 왔는지 잊게 하고, 자기가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도 잊게 한다.
니체가 말했다. 수도자가 명상 상태로 오랜 시간이 경과하면, 한 사람이 나누어져 두 사람이 된 것 같이 느낀다.
나는 술 취한 사람도 환각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과음하면, 취해서 눈이 몽롱해지고, 거울을 보면 갑자기 거울 속 사람과 거울 밖 사람 중 어느 것이 진짜인지 획실히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사람이 반쯤 취하고 반쯤 깨인, 곤충으로 처서, 반은 나비이고 반은 번데기인 상태가 되면, 이것은 참으로 즐거운 사건이다.
이때, 때맞춰 바람이 불면, 사람은 자신의 껍데기로부터 벗어나 날아오르게 된다.
차를 먹어라.(吃茶)
남쪽 지방에서는 술 마시는 것을 "술 먹는다(吃酒)"라 하고, 차 마시는 것을 "차 먹는다(吃茶)"라고 한다. 하나의 "먹는다(吃)"는 글자가 고체를 먹는 것에서, 액체를 먹는다는 뜻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니, 차를 먹는 것에 대하여 연구하지 않았다. 단지 최근 들어 술을 끊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차와 가까워졌다.
술에 취하 먼 신선을 흉내 내고, 술이 없으면 부처를 흉내 낸다는 말이 있다. 나는 신선도 부처도 아닌 일개 속인이다. 나는 일찍이 술을 마신 후 마음이 날아갈 듯한 느낌을 경험해 보았지만, 차를 마시고 나서는 무슨 "반야의 세계" 같은 것은 느껴본 적은 없다.
나에게 차는 갈증을 해소시켜 주거나, 잠을 깨게 해주거나 할 뿐이다. 그런 고상한 차 먹는 법을 나는 배우지 못했다.
"생선은 팔팔 끓여야 맛이고, 차는 정성껏 끓여야 맛이다"
이 말의 뜻은, 불의 세기와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차를 끓일 때 불의 세기와 시간은 물에 달려있다. 하지만 우리가 받는 느낌은, 그중에서 저속한 맛이 아니라, 찻잎 속의 물의 화합 작용이 가져오는 일종의 차분함, 편안함, 요원한 느낌이다. 내가 차 좀 마신다는 사람과 다른 것은, 나는 차를 마실 때 자주 혀끝에 한 조각 찻잎을 머금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유 없이 씹고 또 씹어서, 씹어도 아무 맛이 안 나게 되면 뱉어 버린다. 그래서, 장마철에 공양하는 식의 너절한 글을 앞부분에 썼다.
설 떡(年糕)을 먹어라.
상위(上虞: 저장성 샤오싱 아래에 있는 현)에 돌아오니, 친구가 본고장, 수마 설 떡(水磨年糕: 샤오싱의 유명한 전통 간식)을 먹어보라고 한다. 친구 말이, 이건 상위, 양효진(梁湖镇)의 수마(水磨) 설 떡이라고 한다. 나는 수마 법(水磨法 : 물을 부으면서 맷돌로 쌀을 가는 방법)을 직접 본 적이 없지만, 설 떡을 받칠 때 부르는 노래가 재미있었다.
"풀씨로 설 떡 볶네, 먹다 보면 위도(余姚: 저장성 현) 가겠네.
냉이로 설 떡을 볶네, 부뚜막 보살이 실컷 먹으리.
죽밥으로 설 떡을 찌네, 저녁이 되면 배가 든든해지리.
계란 예 설 떡을 넣네, 새 사위가 대우받으리...."
나는 재미가 나서, 계속 받아 적었다. 계속 적다가 노동(卢仝:당대 시인)의 차 마시는 시가 떠올랐다.
"한 잔 마시니 목구멍 축축해지고,
두 잔 마시니 외롭고 울적함을 잊는다.
세 잔 마시니, 얕은 학식이, 오직 문자 오천 권뿐,
네 잔 마시니 땀이 솔솔 나며, 평생이 불만스럽고
다섯 잔 마시니 살과 뼈가 상쾌해진다.
여섯 잔 마시니 신선과 소통하고,
일곱 잔째는 더 이상 마실 수 없고, 오직 양 겨드랑이에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당대 시인 노동의 七碗茶诗)
설 떡을 먹는 것은 세속적이 일이고, 차를 마시는 것은 고상한 일이다.
고상하고, 속된 것은 다르지만, 즐거움은 같다.
야채 뿌리(菜根)를 씹어라. (* 가난을 견딘다는 의미도 있음)
야채 뿌리를 씹는 것은 설 떡을 먹는 것보다, 훨씬 촌스럽고 속된 일이다. 나는 언제나, 풀뿌리를 씹는 사람은 양복 한번 입어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무명 옷으로 추위를 견디고, 야채 뿌리 냄새를 풍기며, 마음은 욕심이 없다. 감사하며 산다.
농촌, 오래된 집 안에서, 풀뿌리를 입안에 넣고 씹으면 응당 특별한 맛이 있다. 그런 지꺽지꺽 대는 소리는 조용하고 어두운 날, 문 기둥이 삐걱대는 소리와 같으며, 아득히 오랜 의미이다. 더욱이, 그것은 집 밖에서 들리는 닭 우는소리, 개 짖는 소리와 하나로 합쳐진다.
소면(素面: 육류를 넣지 않은 국수)을 먹어라.
한 번은 꿈속에서 엄마가 흑설탕 소면을 한 그릇 끓여 주셨다. 나는 옛집 문턱에 쪼그리고 앉아 휘적휘적 먹었다.
잠에서 깨고 나서도, 배가 편안하게 불렀으며, 그날 오전에는 더 이상 다른 것이 먹고 싶지 않았다.
※ 이 글은 원제 "우주의 중심"의 일부분으로, "먹어 먹어"라고 소제목을 붙인 글입니다. 원제목과 그다지 상관없는 내용으로 생각되어, 계속 지루하게 같은 제목 "우주의 충심"으로 올리느니, 새로운 제목으로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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