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저녁의 어두움을 안다.(月亮懂得夜的黑)
새벽, 촌 마을에서 제일 처음 밥 짓는 연기가 한 가닥 올라간다.
석문은 여전히 잠에 깊이 빠져 있다. 개도 짖지 않고, 때때로 닭 울음소리만 새벽의 고요함을 더욱 실감 나게 한다.
송씨네 넷째 아재는 불을 피워 밥을 하고 있다. 풍구가 쿠 덕쿠 덕 소리를 내는데 마치 처음 군대에 갔을 때 부르던 옛 노래 같다.
등불도 켜지 않았다. 석유 한 근에 몇 마오(1元의 1/10)나 하니 아낄 수 있으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지 않겠나?
물이 끓었다.
송씨네 넷째 아재는 솥 안에다 옥수수 가루를 던져 넣는다. 한 솥 가득한 옥수수 죽이 곧 끓을 것이다.식욕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침이 네째 아재 입가를 따라 주책없이 흘러내린다. 네째 아재는 침을 쓱 문지르고는 느긋하게 바라본다. 불쌍한 배는 역시 꼬르륵 거리기 시작한다.
자루 없는 쇠 국자로 다시 큰 솥 안을 몇 번 휘저어 뒤섞고, 넷째 아재는 솥 밑의 불을 정리한다. 그리고 돌아서서 선걸음으로 마당에 있는 채소 밭으로 간다. 솥 속의 죽은 팔팔 끓으며 거품을 내뿜는데, 그것들은 자기들이 곧 굶주린 배를 일거에 소멸시켜버릴 거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다.
채소 밭은 몇 두렁의 파가 있다. 넷째 아재는 십여 뿌리를 뽑아다가 뿌리까지 깨끗이 씻은 다음, 선걸음으로 집으로 되돌아 온다. 펄펄 끓던 죽은 아마 어떤 예측 못할 거라도 예감했는지, 쥐죽은 듯 기척이 없다.
네째 아재는 큰 대접에 가득 죽을 담는다. 열기가 얼굴에 끼쳐오니, 코가 참지 못하고 재채기를 한다. 바로 쇠 국자를 죽 대접에 넣고, 휘저어 열기를 발산시킨다.
죽이 어느 정도 식으면, 넷째 아재는 조찬을 즐기기 시작한다.한 사발의 죽을 입가로 쳐들고, 한번 흡입하는가 했더니, 곧장 뱃속으로 들어간다. 죽을 마시는 소리가 꿀꺽꿀꺽 나는데, 곁들여 파에 장을 찍어 먹는다. 한 사발 한 사발 마시는 짧은 시간, 이마에는 구슬같은 땀방울이 솟아난다. 한줄기 통쾌한 느낌이 솟아오르며 전신에 퍼진다.매 사발의 옥수수죽이 뱃속으로 떨어질 때마다 네째 아재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통쾌함에, 어찌 즐겁던지 마치 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날은 이미 밝아졌다.
촌 방송 소에서 방송이 시작된다. 죽 사발이 갑자기 손 안에서 응고되고, 넷째 아재는 정신을 집중하여 자세히 듣는다. 들어보니 방송원 샤오친(小芹)의 감미로운 목소리다. 샤오친은 생기발랄하게 생겼는데, 길을 걸으면 엉덩이가 씰룩씰룩하고, 앞 가슴 에, 토끼 두마리를 옷 안에 감추고 있는 것 같다. 네째 아재의 마음은 그 씰룩씰룩한 엉덩이와그 펄펄 뛸것 같은 두 마리의 토끼 생각에 뒤죽박죽된다. 그건 또 짧은 시간의 혼란에 그치지 않는다. 다른 하나의 욕망이 불시에 네째 아재를 정신 차리게 한다 ---- 밥이나 먹자, 밥이나 먹어!
모 주석의 어록을 공부하면서 샤오친에게 소리와 색깔이 생겨났다. 마치 봄비가 마음속의 밭에 깊이 스며든 것처럼.
넷째 아재는 속으로 말했다. "관둬, 관둬. 그깟게 무슨 소용이야. 그까짓게 밥을 먹여줘?" 네째 아재는 자기를 욕하고 있다. 자기에게 욕을 했더니, 더이상 엉덩이와 토끼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남은 죽은, 바람이 남은 구름을 치워버리듯, 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허겁지겁 먹고 나서, 네째 아재는 뒷짐을 지고, 선걸음으로 생산대로 간다
넷째 아재는 소를 끄는 석문의 노총각이다. 두 마리 황소는 그에게 있어 일생 동안, 유일한 반려이다. 아침 해가 천천히 대고산 머리 꼭대기에서 떠오를 때, 네째 아재와 소 두마리는 벌써 북석개의 산길을 걸어간다. 네째 아재의 눈 앞에는 때때로 점심 때 먹을 황금빛 옥수수 부침이 흔들거린다. 때때로 샤오친의 품안에 있는 토끼도 흔들거린다. 네째 아재의 걸음이 혼란스러워진다.
네째 아재가 풀 한 다발을 부뚜막 앞에 던질 때, 날은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하루가 지나가는 것이 정말 빠르다.
바람도 안 불고, 문 앞의 늙은 느티나무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조용히 황혼 무렵의 석문에 한 폭의 실루엣이 펼쳐진다.
바로 옥수수를 심을 시절이다. 하루의 노동이 넷째 아재의 식욕을 맹렬한 화염처럼 활활 불타오르게 한다. 네째 아재는 자기도 곧 이 맹렬한 화염에 불타서 잿더미가 될 것이라고 느낀다.
풍구가 다시 쿠 덕쿠 덕 소리 높여 노래하기 시작한다. 저녁때 먹는 죽은 새벽 것 보다 조금 더 걸쭉하다. 거기다 또 감자 다섯 개가 더 많다.넷째 아재는 감자를 정성껏 솥 바닥에 깔아 놓는다. 불꽃이 흥분해서 핥고, 희롱하고, 감자를 한입에 삼키려고 한다. 향기가 솥 밑에서 서서히 피어 오르며, 네째 아재의 식욕을 자극한다.
제기랄, 무슨 방귀아? 넷째 아재는 욕을 하더니, 정말 통쾌하게 방귀를 뀌었다. 뱃속이 한층 더 텅 비었다.
행복의 시간은 결국 다가왔다. 넷째 아재는 두눈으로, 식탁 위에 놓인 한 대접의 죽과 한접시의 감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마치 굶주린 늑대가 잡아놓은 새끼 양을 바라보는 것 같이.
넷째 아재는 한 사발 한 사발 죽을 마셨다. 파는 없었지만, 이따금 악취가 물씬 나는 메뚜기된장을 찍어 먹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짧은 시간, 대접 안의 옥수수 죽은 바닥을 보였다. 넷째 아재는 아예 머리를 쭉 빼고 대접 안을 들여다 보았다. 알뜰하게 싹싹 핥다보니, 바닥이 반짝반짝해졌다. 대접이 비워지니, 시선은 다섯개의 거무칙칙한 감자에 모아졌다. 입을 문지르고 나서, 넷째 아재는 대섯개의 감자를 추켜잡고, 꾸버구벅 거리며, 큰길 대문 근처에 있는 늙은 느티나무 앞에 가서 앉았다.
넷째 아재가 첫 한입의 감자를 물었을 때, 샤오친이 하필 또 방송을 시작했다. "사원 동지 여러분, 모두 안녕하십니까!"
넷째 아재도 당연히 사원이다. 샤오친이 묻는 안부에는 네째 아재도 당연히 포함된다. 네째 아재의 마음은 한줄기 따뜻한 흐름이 솟아났다. 따뜻한 흐름은 심장에서 출발하여, 순식간에 전신의 모든 부분을 점령했다. 따뜻한 흐름이 눈을 점령하자, 넷째 아재의 눈 앞에 바로 똑 같은 두마리의 토끼가 생겨났다. 토끼는 깡총깡총 뛰었는데, 마치네째 아재의 심장 위에서 뛰는 것 같았다. 따뜻한 흐름은 팔뚝도 점령했다. 그러자 네째 아재의 손 안에서 감자가 바로 토끼로 변했다. 네째 아재가 손 안의 토끼를 주물렀는데, 계속 토끼를 주무르자 부스러진 진흙이 되었다. 네째 아재가 부스러진 진흙으로 변한 토끼를 한입에 삼켜버리고, 다시 다른 한 마리의 토끼를 주무르기 시작한다.
행복은 조수처럼 밀려들어와 네째 아재를 그 안에 침몰시켰다.
넷째 아재가 행복의 조수 안에 도취되어 있을 때, 동쪽 거리에서 조문의 피리 소리가 들려온다. 조문은 벌써 연속 며칠갼 피리를 불지 않았는데, 오늘 저녁의 피리 소리는 조금 뜻밖이었다. 뜻밖의 피리 소리는 네째 아재의 마음을 갑자기 흔들어 놓았고, 눈 앞과 손 안의 토끼가 기회를 틈타 달아나 버렸다.
정신이 멍했지만, 네째 아재는 손안에 아직 최후의 감자 한 개가, 아직 먹지 않고 그냥 있다는 걸 깨닫고, 결국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오직, 동쪽 거리의 피리 소리가, 감자를 휘저어 이전의 맛을 조금 없앤 것이다. 넷째 아재는 밤 하늘을 올려다 보고, 알 수 없는 장탄식을 한번 한다.
밤은 조금 서늘하다.
넷째 아재는 천천히 일어서서 물건을 꺼내더니 늙은 느티나무에 대고 꽤 많은 오줌을 뿌렸다. 물건을 털어 다시 집어 넣고는, 굽신굽신 집으로 돌아왔다. 구들 가생이에 바짝 붙어 앉더니 네째 아재는 옷을 벗기 시작한다. 하나 하나, 남김없이 벌거벗는다. 양 다리를 들고, 넷째 아재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채, 둘둘 말아 놓은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넷째 아재의 이불에는 벼게가 두개 있다. 하나는 베고 자는 것이고, 하나는 안고 자는 것이다. 품안에 안을 것이 없으면, 잠을 편안히 잘 수 없다. 안고 자는 베게는 자주 넷째 아재 혼자 만의 전쟁에서 유린 대상이고, 낡은 집의 밤은 더 이상 평온하지 않다.
온돌 위의 전쟁, 비록 한 사람이지만, 여전히 장렬하다.
달은 창살로 스며들어와, 은백색의 빛을 온돌 위에 뿌리며, 넷째 아재의 흥분된 전쟁을 밝게 비춰준다.
어쩌면 이 칼날 같은 달빛이 신체를 태워 아프게 하는지도 모른다.
넷째 아재는 저도 모르게 "아" 한마디 소리친다.
전쟁은 결국 끝났다. 낡은 집은 평온을 회복하고, 잠시 후, 드르렁드르렁 코 고는 소리가 석문의 밤을 채운다
'중국 수필, 단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이 석문(石門)을 지나갔다.(风从石门过)- 6.午后茶 (0) | 2022.10.21 |
---|---|
바람이 석문(石門)을 지나갔다.(风从石门过)- 5.午后车 (0) | 2022.10.19 |
바람이 석문(石門)을 지나갔다.(风从石门过)- 3.午后车 (0) | 2022.10.11 |
바람이 석문(石門)을 지나갔다.(风从石门过)- 2.午后茶 (1) | 2022.10.09 |
바람이 석문(石門)을 지나갔다.(风从石门过)-1.午后茶 (0) | 2022.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