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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바람이 석문(石門)을 지나갔다.(风从石门过)- 6.午后茶

걱정이라고 부르는, 그리움(有种思念叫忧伤)- 上

 

 

토석(土石) 길이 마을 전체를 관통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 길을 그냥 "국도(官道)"라고 불렀다. 오래된 집이 하나 국도 옆에 있는데, 문을 나서서 토석 길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얼마 안 가서 마을을 나가게 된다. 또 마을 밖에는 언덕이 하나 있는데 여기서 길은 둘로 갈라진다. 오른쪽 길은 사포자(沙包子: 지명, 모래언덕) 가는 길로 큰길이고, 왼쪽으로 가면 예배산(礼拝山) 가는 길인데 우마차도 못 가는 험한 산길이다.

북석개에서 서서 보면 석문이 한눈에 다 내려다보인다.

여러 해 지나서, 오후차가 어른이 되어, 고향을 떠나, 직장을 잡고, 매번 고향에 올 때마다, 그는 언제나 북성 개에 서서 옛집을 내려다보았다. 석양이 서쪽으로 사라지고, 모락모락 밥 짓는 연기가 올라올 때면, 그는 애틋한 마음이 울컥 솟았다.

어느 때, 장맛비가 개천 밖까지 넘쳤다. 장마철을 맞아 국도는 물길로 바뀌었고, 온종일 물이 콸콸 흘렀다. 어느 때는 비가 갑자기 왔다가 또 갑자기 그치기도 했다. 바람이 이렇게 빠르다는 것도 믿기 힘들지만, 비가 이렇게 빨리 그친다는 것도 믿기 힘들었다.

귀 기울여 가만히 들어보면, 집 밖이 조용하고, 정말 아주 작은 소리도 사라졌다. 창문을 얼면, 하늘에 별이 가득하고, 구름은 어떤 귀신이 잡아갔는지, 순식간에 종적도 없이 숨었다. 둥근 초승달이 하늘에 비스듬히 걸려있고, 공기는 막 지나간 비에 씻겨서, 더없이 신선했다.

집에서 기르는 개, 검둥이(大黑)는 제가 알아서 창 앞으로 와, 온몸을 부르르 떨어 몸에 남아있는 빗물을 털어냈고, 오후차의 비위를 맞추려는 듯, 다가와 혀를 내밀었다. 뭔가 얼굴 가득 아쉬워했다.

아예, 창문으로 뛰어나가, 개와 함께 두 개의 조각상이 되었다.

달빛은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시골의 밤은 아무 소리도 없이 그저 적막하기만 했다.

전혀 졸리지 않는 것을 보니, 잠을 부르는 벌레는 구름 따라, 바람 따라, 비를 따라 알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갔을까?

그는 발길 가는 대로 거리 문을 열고, 시골길을 따라 그냥, 아무 목적 없이 걸었다. 옆에 따라오는 것은 영원히 떨쳐버릴 수 없는 그림자요, 뒤에 따라오는 것은 영원히 멍청한  검둥이다.

그런데, 발걸음은 그를 어디로 이끌고 가는 것일까?

소년 시절의 몽롱한 생각, 아니면 학생 시절의 알 수 없는 번뇌?

이웃집 거위가 잠들었다. 성봉네 집, 소도 잠들었다. 만 돈 내 집, 나귀 역시 잠들었다. 그나마,익어가는 옥수수, 그나마, 마을 밖 서사강(西沙崗:서쪽 모래언덕), 쉬령 고개, 대고산은 잠들지 않았다.

길은 석문 전체를 관통했고, 북석개 전체를 관통했으나 거기까지는 시선이 닿지 않았다.

길은 발걸음을 이끌었다. 점점 시골 마을은 뒤로 멀어졌다.

앞으로 죽 뻗은 길, 누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

알 수 없다. 마음이 문득 홀가분해졌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니, 달빛 아래 석문이 마치 한 폭의 산수화 같다. 가물가물하고, 끝이 없다. 환상 같기도 하고, 진실 같기도 하다.

눈을 비비고 보니, 꿈은 아니다.

확실히 깨어있다.  검둥이와 별, 그리고 달도 깨어있다.

여전히 잠들어 있는 것은 마을이고, 산야(山野: 산과 들)이고, 발아래 있는 길이다.

마을은 꿈을 꿀까? 산야는 꿈을 꿀까? 길은 꿈을 꿀까?

꿈이 있다면 그리움도 있고, 꿈이 있다면 걱정도 있다.

그럼 마을은 누구를 그리워하고 누구를 걱정하는 것일까?

산야는 누구를 그리워하고 누구를 걱정하는 것일까?

길은 누구를 걱정하고 누구를 그리워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