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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바람이 석문(石門)을 지나갔다.(风从石门过)- 2.午后茶

 

 

한 마리 개의 충성과 존엄(一条狗的忠诚和尊严)

경생(庆生)네 집 개는 늙은 개다. 털 색깔은 흑백이 서로 뒤섞여있고, 야성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석문 안에서 손꼽히는 사나운 집 개였다. 그 개는 두 눈이 유고슬라비아 영화에 나오는 영웅 발터를 닮았다 해서 오후차 또래들은 그 개를 "발터 씨"라고 불렀다.

발터 씨는 매우 차갑고, 조용했다. 그는 다른 개들이 짖을 때 따라 짖지 않았다. 심지어 전 동네의 개들이 떼 지어 짖을 때도 그는 혼자서만 영리하게 귀를 늘어뜨리고 자세히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때, 그의 의심스러워하는 두 눈은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석문에서, 천하에 아무것도 겁내지 않는 만돈(满囤)도 발터 씨는 두려워했다.

당신이 발터 씨의 시선에 들어가게 되면, 일체를 꿰뚫어 보는 듯한 두 눈이 당신을 물고 놓지 않을 것이다. 이런 칼날보다 훨씬 예리한 시선이 당신을 집중하여 물고 있으면, 여유 있었던 걸음걸이가 허둥지둥거리게 된다. 만돈의 심정도 대단히 기가 꺾여서 많이 초조해졌다.

만돈과 발터 씨가 서로 노려보는데, 두 눈은 두 자루의 예리한 칼을 서로 휘두르며 격투하는 것 같았다. 대치하는 중, 결국 만돈의 마음이 허물어지며, 시선이 꺾였다. 네이랄! 만돈은 개를 욕할 수 없었다. 대신 자기를 욕했다.

발터 씨는 여전히 시선의 칼을 높이 쳐들고 걸음걸이가 더 이상 여유가 없는 만둔을 베일 듯 노려보았다. 그는 하반신을 엎드린 채 앞 발로 땅을 파더니, 우선 콧구멍으로 으르렁 으르렁 소리를 내었다. 그런 다음, 표범처럼 물고기 튀듯 튀어 올라, 만돈을 향해 달려들었다. 쇠줄은 풀어졌고, 발터 씨는 흉맹하게 쳐들어갔다. 그는 노한 눈을 크게 뜨더니 갑자기 미친 듯이 짖기 시작했다. 만돈은 파랗게 질려서 급히 경생을 다그쳤다. "너네 집 곰 같은 개 좀 봐라. 너를 따라 덕행을 베풀지도 않고, 좋은 놈 나쁜 놈을 구분할 줄도 모른다. 빨리 우리 집에 물 지게 몇 개 보내라!"

경생은 급히 머리를 끄떡여 그러겠다고 하고, 소리 없이 웃고 또 웃었다. 그는 손을 어디 둘지도 몰랐다.

여러 해 전, 어느 가을밤, 마을 전제의 개들이 갑자기 한목소리로 짖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발터 씨만 입을 다물고, 조용히 마을의 모든 미세한 소리를 판별했다. 다음 날, 전체 석문을 놀라게 할 폭탄 같은 소식 ---- 어느 집 지붕 위에 널어 말리던 땅콩을 누군가 깨끗이 털어갔다!

그 이후, 석문에는 더 이상 밤중에 문을 잠그지 않는 집이 없어졌고, 길에 물건이 떨어져 있어도 줍지 않는 풍조가 사라졌다.사람들은 마음속으로 모두 불안해했다. 

이때부터 육손이 만돈은 발터 씨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빌터 씨는 만돈을 보기만 하면 꼭 짖었고, 죽기 살기로 물려고 들었다. 동네 개들 중, 발터 씨만, 경생 집 밖에서, 어떤 사람이 던져주는 먹이도, 굶어 죽으면 죽었지 먹지 않았다. 만돈이 여러 차례 독을 던져 주었지만, 언제나 매우 실망스러운 헛수고가 되었을 뿐이다.

여름 철이 다가올 무렵, 석문 전체가 이사했다.

마을 전체 사람들이 대대손손 살아온 마을을 떠나, 새로운 구역의 다층집으로 입주했다. 유일하게, 만돈네 한집만 남아 천막을 치고 폐허를 굳게 지켰다. 하루 종일 폐품을 주웠는데, 그나마 운이 좋은 셈이었다.

무너진 담벼락 사이에서 굳게 지키는 것이 또 있었는데, 경생네 개 발터 씨였다. 발터 씨는 한사코 신 구역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했다. 경생이 아무리 명령해도 듣지 않았다. 먹이를 주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개 한 마리가 그렇게 오랜 시간을 버틸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사이, 만돈은 여러 차례 와서 발터 씨에게 먹이를 던져 주며, 양자 간의 긴장관계를 해소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비록 발터 씨의 뱃속이 텅텅 비고, 굶주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도, 그는 만돈의 유혹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는 성난 눈을 크게 뜨고, 위풍당당하게, 만돈이 반발자국 앞으로 다가오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먹어, 안 먹으면 굶어죽어. 이 찐빵에는 독이 없어. 마을 전체 모두에 독이 없어졌어. 내가 너에게 독을 먹여 뮈하겠니?"

만돈은 발터 씨가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굳게 믿었다. 그는 다시 찐빵을 한 개 던져주었지만, 발터 씨는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만돈은 돌아서 갔다.

그는 분명히 알았다.

이 개의 눈에는 그가 도적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좀도둑이라는 발터 씨의 한 가지 믿음은 영원히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가을이 오나 보다 했더니 정말 가을이 왔다.

날씨는 벌써 찬 기운이 돌았다. 만돈이 다시 발터 씨 앞을 지나갈 때, 발터 씨는 이미 일어설 수도 없었다. 그는 뼈만 남을 정도로 여위여서, 땅바닥에 엎디어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

만돈이 소리쳤다."헤이?" 그가 보기에 여전히 움직임이 없어서, 두 발자국 가까이 갔다. 발터 씨는 천천히 눈을 떴는데, 시선은 한가하고 흐리멍덩했으나, 여전히 적의로 충만해 있었다. 발터 씨는 억지로 고개를 쳐들더니 다시 몇 번 만돈을 향해 짖었다. 하지만 이미 힘이 다 없어져서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는 눈꺼풀이 몇 차례 감기더니 다시 힘들여 눈을 뜨고, 눈앞에 있는 오랜 적수를 경계, 감시하며 바라보았다.

갑자기, 발터 씨의 입이 기적처럼 벌어졌다. 이것은 늙은 개의 목숨을 다한 최후의 공격이었다.

만돈은 발터 씨가 무엇을 하려는지 분명히 알았다. 그래서 순순히 한쪽 발을 뻗어 지나갔다. 발터 씨는 곧 만돈의 발을 물고는, 아직까지 남아있던 마지막 숨을 삼켰다.

물린 것에 대해 만돈은 거의 감각이 없었다.

미음속으로 불시에 울컥 슬픔이 북받쳤다. 두 줄기 눈물이 고집스레 석문의 황량한 폐허 위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