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날에도 두 손이 바쁜 것은 날마다 대량의 물건을 만지는 탓이다. 만져야 하는 대상은 모두 온도가 있다. 차갑거나 뜨겁고, 거칠거나 섬세한데, 그것들의 느낌은 절기가 바뀔 때마다 변화한다.
만약 아무런 속박도 없다면, 모든 사람이 마주하는 물체마다 만져보고자 하는 욕망을 발산할 것이다. 사람들은 손으로 만져보고 마음속으로 파악하는데, 판단 역시 이로 인해 정확해진다.
내가 서예 작품전시회를 주관하던 기간, 적지 않은 사람이 손을 뻗어 한(漢)시대 예술품 탁본을 무거운가 가벼운가 만져보러고 하였다.---- 그들은 두 눈으로는 판단이 안되는지, 오직 손으로 느껴보려고 한 것 같다.
나는 많이 불안했다. 그들은 배움을 통하여 그들의 식견을 높이려하지 않고, 마치 손이 모든 의혹을 해결해 주는 것처럼 손을 대려고 한 것이다.
열정적으로 만지기 좋아하는 손을, 말끔하게 씻고나면, 점점 가슬가슬해지면서, 사람들은 여름날과 겨울날, 피부 층 사이의 미세한 변화를 만져서 느낄 수 있게 된다.
장갑은 때맞춰 나왔다. 장갑은 사람의 손 모양과 기막하게 똑같아서, 크거나 작거나 인류의 모든 손에 맞았다. 수업 시간에 나는 몇 명의 여학생이 장갑을 끼고, 붓을 잡고 글씨를 쓰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들에게 앞으로는 장갑을 벗고 맨 손으로 직접 붓과의 관계를 만들라고 하였다. 손바닥 안에 숨어있는 예민한 느낌을 다시 불러오라고 한 것이다. 나는 사람이 장갑을 끼고, 어떻게 선지(宣紙) 위에 붓을 누르고 떼고, 빠르고 느린 반응을 보면서 정교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일체의 행위를 그런 식으로 생략하고, 우아함을 장식으로만 쌓아 놓는다면 가능할 테지만.
내가 친근하게 생각하는, 옛 현인의 소년 시절, 그는 자기 손을 내놓는 것을 인색하게 했다. 먹물에 손이 검게 될까 걱정하고, 겨울 날 물이 지나치게 차가울까 걱정했었다. 그는 얇은 장갑으로 가리고 옛사람을 추적하는 것이 잘못될 것이 없다고 여겼다. 사실, 이것은 너무 저 혼자만 옳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예전 글과 그림을 보는데, 일율적으로 장갑을 끼고 있었다. 시선은 마음대로 해도 되지만, 두 손에 대해서는 요구되는 게 있다.---- 반드시 장갑 안에 온전히 놓아두어야 한다. 만질 때 안전을 보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장갑을 낀 수백수천의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내부 외부가 진작부터 불결하다면, 대책이 없다. 규정만 이처럼 융통성이 없을 뿐이다. 만약 한 사람이 손을 깨끗이 씻고, 두루마리를 펼치고 접고 한다면, 종이 뭉치의 무겁고 가벼움, 종이 결의 순역(順逆) 정도를 파악해서, 선인의 마음을 짐작하고, 빈틈없이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깨끗한 손으로 살짝 부드럽게 만짐으로써, 옛날 종이의 무늬를 느끼게 되고, 마음속의 최고로 은밀한 곳에 들어가게 된다. 장갑은 손에 대해 말하자면, 한층의 먹구름이다. 그 안에 가둔지 오래되었고, 시들게 했으며, 활성화되지 않게 했다. 그것을 벗어버리고, 손을 씻어야 생동감이 되살아난다.
다시 밤이 찾아왔다. 나는 우선 한차례 손을 씻고, 자리에 앉아 한편의 원고를 정리했다. 그런 다음, 다시 한번 손을 씻고, 일어나《양회 표기(漢代의 유명한 절벽에 새긴 글씨)》에 나오는 글자 몇 개를 따라 썼다. 깨끗한 손가락이 민첩하게,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양털 붓을, 점과 선이 간결하면서도 힘 있게 인도했다. 나는 이제까지 서예를 배우는 사람은 한대의 예서를 모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한 사람의 붓 이래 근육과 뼈를 형성하게 해 주며, 한 사람이 붓을 그을 때 힘을 만들어 준다. 이어서 나는 또 한 번 손을 씻었다. 그것은 오늘 밤 글씨 베껴쓰기를 마쳤음을 의미한다.
매번 손을 씻을 때마다 의미가 있다. ---- 하나의 편단의 시작, 혹은 하나의 편단의 끝, 어쩌면 거기에는 차례차례 나아가는 관계가 있고,어쩌면 전혀 상관도 없다. 하지만, 손을 씻는 것 때문에 진행은 정중하게 변한다.
작자 : 주이철 (朱以撤) 1953년 복건성 주천 출생. 복건 사범대학 중문과 졸업 . 서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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