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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부친 일생의 6개 기막힌 장면(父亲一生的六个别致场景) -5 : 千岛

1987년 9월 10일. 47세.

오늘은 제3회 스승의 날이다. 다른 동료들 모두 각 학교 일선 교직원들 위문을 갔고, 오직 그 혼자만 자리를 지켰다. 그는 한 뭉치의 재무보고서 더미를 들여다보며, 그가 여러 해 가지고 다니는 주판을, 재깍재깍 소리 내며, 오른쪽 손가락으로 빠르게 튕겨댔다.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가 휘휘 돌아가며, 약한 바람을 일으켰고, 거기 매달아 놓은 종이 조각이 펄럭거렸다. 그는 실내 정적을 깨는 이 두 가지 소리를 편안히 즐겼다. 그에게는 이소리가 마치 절묘한 교향곡 소리같이 느껴졌다.

현재 그는 구(区) 교육청 회계 책임자다. 한 칸의 방과 여섯 개의 사무용 책상, 전화기 한대, 몇 개의 서류함 정도, 설비를 갖추어 빈약해 보이긴 했지만, 담당하고 있는 책무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여기는 전 구의 중학교, 소학교, 관리의 중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여름방학 내내 그는 한가할 틈이 없었다. 학교가 방학을 해서 선생들이나 학생들이나 마음껏 햇빛 속에 휴가를 즐기더라도, 그들은 똑같이 일을 나누어, 관할 모든 학교의 건축물 안전검사, 교사(校舍) 수리 독촉, 신학기 교학 하드웨어 안전 확보 업무 등을 수행했다.

업무는 물론 고달팠지만, 그의 마음은 오히려 편안했다. 그는 가르치기 시작해서 22년 보냈고, 고향마을 교사로 시작해서, 행정업무 길을 걸어왔다. 그가 걸어온 발자취는 매우 깊었고, 그의 마음가짐은 언제나 침착했다. 한 번도 지나친 요구를 하지 않았고 부귀영화를 탐하지도 않았다. 그저, 맡은 일을 확실하게 실행하려고 했고, 성패 여부는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는 공명정대해야 한다는 것을 신봉했고, 그의 인생 사전(字典)에는 왜곡된 사도(邪道)나 정통이 아닌 이단 이란 단어 같은 것들은 없었다. 오로지 자기 노력에 의해서 전 집안의 생활을 잘 유지해 왔으며, 이것이 바로 그의 신념이었다.

하고 있던 일을 모두 마치고, 그는 일어나 사무실을 나갔다.
햇볕이 따사로이 비치는 가운데, ㅡ늙은 부친이 주랑에 있는 등의자에 앉아 정신없이 < 칠협오의 (청대의 무협소설) >를 읽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그가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다 준 책이었다. 그는 부친에게 방해가 될까 봐 가까이 가지 않고, 조용히 바라만 보았다. 늙은 부친의 모발은 이미 완전히 하얗게 되었고 늙은 티가 났다. 하지만 눈은 침침하지 않았고, 체격도 정정했으며, 길을 갈 때도 힘 있게 걸었다. 여전히 소주를 마셨고, 마작을 했으며, 고서를 보았는데 이것이 부친의 3대 취미였다. 그는 최선을 다하여 부친의 이러한 즐거움을 뒷받침 했으며, 만년의 세월을 편안하게 지내도록 잘 모셨다.

늙은 부친은 81세 고령이 되었는데, 그의 일생은 순탄치 않았다. 북송(北宋) 말기 샤오씽(绍兴)에서 이곳으로 이주해서 900년 동안 번성했던 명문 귀족의 한 사람으로서, 늙은 부친 대에 이르러서는 계속된 어지러운 전쟁으로 가문이 쇠퇴하였다.

늙은 부친과 모친이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키웠는데, 이제 그들의 형제자매 여섯은 모두 결혼을 하고 독립했다. 무슨 골치 아픈 일을 가지고 늙은 부친을 신경 쓰게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늙은 부친은 몇 집을 순번을 정해놓고 옮겨 다녔다. 이런 때가 오면 그 집들에서는 모두 4대(증조부, 조부, 부, 자)가 함께 살았고, 부친은 몸과 마음을 보양하여 천수를 누린다고 대단히 만족했다. 오직, 같은 나이였던 늙은 반려자가 11년 전에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고, 그와 더불어 수십 년을 살면서도, 무슨 좋은 나날을 보낸 것도 없었다는 것 때문에, 늙은 부친은 매번 늙은 반려자를 언급할 때마다. 몹시 상심했다.

다시는 보답할 길 없는 가장 사랑하는 그의 모친을 생각하면, 그의 마음이 재미로 차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사무실로 되돌아가서 녹차를 끓여서 늙은 부친에게 가져다 드렸다. 그는 부친이 찻물 위로 솟구치는 열기를 식히려고 '호호' 입으로 불고 나서, 가볍게 차를 한 모금 마시는 것을 보았다. 부친은 허리를 굽혀 찻잔을 바닥에 놓더니, 다시 깨가 쏟아지는 '포청천'과 협객들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는 편안히 사무 책상 앞에 앉아 당일자 < 항저우 일보 >를 들척거렸다.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집어 드니, 뜻밖에 아들에게서 온 전화다. 그가 기쁨을 감출 수 없어, 신체를 힘껏 뒤로 뻗어 기대니, 의자 앞다리 두 개가 모두 지면에서 떨어졌다. 그는 고개를 들고, 근엄하게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은 금년에 대학에 들어가서, 이틀 전, 북경에 간 참이다. 오늘 일부러 전화한 것은 그가 스승의 날을 어떻게 보내는지 안부를 묻는 전화였으니, 그가 어찌 감격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기는 18세 때 처음 집을 떠나 멀리 가본 것이 병졸이 되기 위해서였는데, 아들은 18세 때, 집을 떠나 멀리 공부하러 간 것이다.

앞 뒤로 29년이 격해 있는 일들이다.
어떤 세대 사람에게도 그 세대의 운명이 있다.
생명은 바로 이처럼 태연스러운 윤회(轮回)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