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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부친 일생의 6개 기막힌 장면(父亲一生的六个别致场景) - 6: 千岛

1987년 9월 10일. 47세 (후반부)

퇴근 시간이 되었다. 그는 부친을 모시고 집으로 왔다. 집 건물 문을 들어와 통로를 따라 들어서면 바로 그의 집 마당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긴 후, 10여 년 동안을 전 가족은 그를 따라 돌아다니며 살았다. 그가 어느 학교로 발령 나면, 집이 그리로 이사 갔다. 전에는 계단 통에도 살았고, 간이 주택에서도 살았었다. 여기 이사 오기 전에는 매일같이 학교 식당에서 가져온 밥과 반찬을 먹었는데, 지금은 단층집에 살면서 바깥으로 통하는 방도 있고 독립된 부엌도 있다.

집 문을 들어서자, 식탁 위에 음식그릇과 젓가락이 벌써 식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아내는 그의 생활 패턴에 익숙해져 있는데, 그는 출장을 가지 않을 때는 때가 되면, 집에 와서 점심과 저녁을 먹었다. 부부가 때로는 시끄럽게 싸울 때도 있지만, 비바람이 지나가면 언제나 날이 맑은 것 아니겠는가?
그는 가정을 한척의 배라고 생각했다. 강에서 흔들거리지만, 자기 스스로 뒤집히는 일은 없고, 오직 풍랑만이 배를 뒤집는다. 그는 바로 배의 방향 타(舵)이다. 그가 시시각각 타의 방향을 잘 장악하고 있으면, 배에 문제가 생길 리 없다.

딸은 고등학교 졸업 후, 집에서 이십여 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산골 중학교의 대리 수업 교사가 되었다. 그래서 개학만 하면, 두 아이가 모두 집에 없다. 그와 아내는 확실히 많이 쓸쓸해진 것을 느꼈다. 다행히 늙은 부친이 월초에 왔었는데 이렇게 또 자주 모시게 되니, 마음속으로 덜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 아들 전화로 그와 늙은 부친은 모두 기분이 좋아 여러잔 술을 마셨다. 부자 지간에, 주흥을 돋우느라 획권(划拳:중국인들이 술자리에서 동시에 숫자를 말하며 손을 내밀어 손과 말이 일치되는지 여부로 승패를 갈라 벌주를 마시는 게임)까지 했다. 획권을 마치고, 늙은 부친은 그에게 < 칠협오의 >에 나오는 획권 이야기를 해주었다.
늙은 부친은 역사가 일어나게 된 여러 원인에 대하여 마음 속으로 깊이 새기고 있었다.
그가 부친의 말을 흥미진진하게 듣고있는데,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아내가 문을 열었더니, 아는 소학교 교장이어서 얼른 들어오게 했다.

교장은 그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상부에서 자기 학교에 내려보내는 얼마간의 예산이 있는데, 자꾸 늦어지며 내려오지 않았다. 교장이 여러차례 주임을 찾아갔지만, 도무지 만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이 그에게 무슨 일 로 왔냐고 물었지만, 말하기 뭣해서 그는 못들은 체하고 그냥 갔다. 최근에도 한번 왔는데, 주임이 또 자리에 없었다. 그는 교장이 너무 힘들게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고, 나서서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예산 때문에 온 걸로 아는데, 문제는 간단하다. 이 예산은 상급 주관 국장이 외국에 시찰을 갔기 때문에 늦는 것인데, 그가 돌아와 서명만 하면 예산이 바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더 이상 올 필요 없다. 며칠 안에 국장이 귀국할 테니, 그때가 되면 우리가 제 때 당신네한테 예산을 내려줄 것이다. 그리고 한마디 하고 싶은 것은 사람됨이나 일 처리는 위만 바라보고 하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자기한테도 안 좋다.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에게 진작에 얘기했으면, 당신이 이렇게 괜한 걸음을 할 필요가 없었지 않나?"

교장을 배웅하며, 그는 그가 가져온 담배와 술을 거절했다. 의외의 재물을 받지 않는 것은 그의 인간됨에서 하나의 기본 원칙이었다. 늙은 부친은 이들이 이렇게 일처리 하는 것을 보고, 술 기운으로 불그레한 얼굴에 주름살이 적지 않게 펴졌다. 그는 손자가 소학교 다닐 때, 그에게 일러바치던 것이 떠올랐다. "할아버지, 아시다시피 당신 아들(우리 아버지)은 진짜 쩨쩨해요. 내가 학교 편지지 몇 장 쓰려고 했더니, 그걸 못하게 했어요. 공공 물건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고 하면서요."
그때를 생각하며, 다음에 손자가 전화하면 손자에게 말해줄 것이다. "너도 네 아버지같이 분명한 사람이 되어라".
포공(중국 북송 때 포승)은 분명한 사람이었다.그래서 그는 공명정대하게 안건을 처리하되, 부정부패하지 않았고, 맑고 투명하게 처리했다. 그래서 의협심 있는 지사들의 분명함을 세상에 떨쳐 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포공이 양제를 도와 도의를 세우는 것을 따랐다.
네 아버지도 분명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주판알은 망설임없이 제까닥 해치워질 수 있는 것이다. 깨끗한 사람이 되어야 비로소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가을밤은 서늘하고 상쾌했다. 아내와 늙은 부친, 그리고 그, 세 사람은 문밖을 나가 개천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렸고, 달빛 별빛이 찬란했다.
그들은 집안 일, 요즘일 지나간 일, 가리지 않고 한담을 나누었다.

사람이 중년이 되면, 부부는 화목하고, 노인은 건강하고, 아이들은 독립하고, 업무는 안정되어야 한다. 그는 그중에서 아무것도 특별히 바랄 게 없었다.
유성 하나가 반짝하며 지나갔다. 그는 모친이 생각났다. "이럴 때, 모친이 늙은 부친 옆에 같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