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2월 21일. 18세.
공기는 차고 땅은 얼어붙었다.
기숙사 안은 으스스하게 추웠다. 그는 가볍게 팔다리를 움직여 2층 침대에서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는 깊이 잠든 친구들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깰까 두려웠다.
오늘, 그는 중학교 생활을 완전히 접으려고 한다. 그는 미련이 남아 아쉬웠고, 얼마간 감상에 젖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흥분된 마음이 되어, 학교 정문을 빠져나갔다. 그는 바로 국가를 방위하는 군인이 되려는 것이다.
하늘은 아직 캄캄한데, 그는 북쪽에 있는 소문로(小門路)를 나갔다. 그는 지나치게 감동이 컸던 탓인지, 하마터면 문턱에 걸려 넘어질 뻔하였다.
학교가 있는 천년 고도, 메이청(梅城: 광동성 동북부 지역 소재 옛 도시)은 진작부터 전략 요충지였다. 또 주부(州府 오래된 행정단위)로 지정되어, 북으로 우롱산과 접하고, 남으로는 삼강구(三江口 :닝파 부근 세 강이 만나는 경치 좋은 곳)와 가까웠고, 과거부터 문인 묵객들이 적지 않은 발자취와 솜씨 있는 글씨들을 남긴 곳이었다.
그의 학교, 엄주중학은, 거슬러 올라가면, 8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곳은 원래 북송(北宋) 문학가 범중엄이 이곳에 지주(宋代의 州의 장관)로 임명되었을 때, 기금을 출연 하여 창립한 서원이었다.
그가 다른 학생들처럼 학업을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 깊이 연구하려고 상상이나 해본 적이 있었을까? 그는 뛰어가는 내내 오만가지 생각에 사로잡혔다.
일 년반 전, 그는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하면서 이 학교 정문을 들어섰지만, 지금 졸업도 못하고 떠나게 되었다.
그가 이 학교에 들어오기까지 정말 쉽지 않았다. 시험을 쳐서 들어오는 것이 어려웠던 것을 말할 것도 없다. 주위 몇 개의 현(县)에서 유일한 성(省) 소속 중점중학(일류학교)이다보니 백에서 하나 뽑는 치열한 경쟁은 당연했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는 형제자매가 많고, 가정 형편이 빈한하니, 형편대로라면 그는 애당초 이 학교에 들어올 수 없었다. 소학교 때도 그는 학교를 다니다 말다 하다가, 돈이 없어 학업을 중단하고, 17세나 되어서야 뒤늦게, 소학교 졸업장을 딸 수 있었다.
다행히 공소사(供销社 공급판매협력사)에 다니던 작은 형이, 보고 들은 것이 많아 식견이 넓어서, 일개 시골 농사꾼 집 아이가 배움의 길에 들어서지 못하면, "논 바닥에 엎드려 사는 농사꾼이나 되어, 일생동안 힘이나 쓰며 땀 흘리는 신세"밖에 안된다는 운명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작은 형은 용이 주도하게 계획을 세워, 부친, 모친에게 말했다."동생 학업성적이 이렇게 좋은데, 시험도 못 쳐본다면, 어떻게 그 애의 능력을 증명하겠습니까? 시험 치는 데는 돈이 들지 않으니 한번 자기 실력이 얼마나 되나 시험 삼아 한번 쳐보게 하세요. 시험 쳐서 붙더라도 꼭 진학하란 건 아니지 않습니까?" 부모도 동의했다.
그는 단번에 붙었다. 작은 형이 또 말했다. "사람들이 시험 친다 해서 모두 붙는 게 아닌데, 이렇게 시험에 붙고도 진학하지 못한다면, 너무 아쉽지 않습니까? 공부하라고 하세요."
작은 형은 집안에서 유일하게 월급 타서 밥 먹는 사람이었다. 그의 말은 무게가 있어, 부모도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
그는 우롱산 기슭으로 달려가서, 누덕누덕 기운 솜 조끼를 벗었다. 온몸에 열기가 솟았다. 새벽이 희미하게 밝았다. 나무 위의 작은 새들은 지지배배 울었고, 크고 높은 산정(山頂)의 그림자는 그의 눈앞에 넓게 펼쳐진 구불구불한 파노라마를 보여주었다. 그는 산을 향하여 특별히 작별을 고했다. 그는 그가 머지않아 가야 할 저우산 군도 주변에도 큰 산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는 큰 산에서 온 사람이라 대해(大海)에 가면 결국 그는 큰 산에 대한 그리움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번에 가면 네다섯 해는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잘 견뎌내지 못할 것 같았다. 큰 산이 보이지 않으면, 그는 고향집을 많이 그리워 할 것이다. 그는 우롱산을 향하여 무릎을 꿇고 작별을 고했다.
출발할 때가 되자, 그는 가슴에 커다란 붉은 꽃을 달고, 지붕 없는 군용 트럭에 섰다. 급우들이 모두 나와, 이 학급단위 공산당 지부 서기를 배웅해주었다. 아버지, 어머니, 큰형과 큰누나도 보였고, 작은형이 작은 누나와 작은 동생에 빼곡히 둘러싸여 있었다
그들은 모두 와글와글한 사람들 틈에서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는 벌써 반백이 지난 모친을 보고, 몰래 옷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남아가 눈물을 보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는 눈물을 감추려고 시선을 옮겨,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얀 뭉게구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방금 전, 학교 환송회에서 그는 학업을 포기하고 군에 입대하는 모범생 대표로 발언할 때, 그는 매우 격앙되어 말했다.
"모교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시작할 때부터, 우리는 바로 혁명전사입니다. 당이 죽여라 하면, 우리는 무엇이라도 죽일 것입니다. 혁명의 길에서 반드시 모교를 위해 무한한 영광을 쟁취할 것입니다."
이 순간, 그의 마음은 정처 없이 헤매고 다녔다. 그는 그가 그 흰구름같이 흘러가서, 넓은 하늘 어디론가 가는지, 혹은 번개와 비바람이 되는지 알지 못했다.
차에 시동이 걸렸다. 그는 슬퍼하면서도 환희에 찬 군중들 가운데서 친숙한 얼굴들을 찾아보았다. 어머니, 아버지, 큰형, 작은 형, 큰누나, 작은 누나, 작은 동생, 그밖에 급우들 선생님들 등등.
마지막으로 그의 눈동자는 그녀의 얼굴에서 정지했다. 아무도 그가 상의 주머니 속에 그녀가 보낸 수첩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수첩 속 페이지에는 그녀의 예쁜 글씨가 쓰여있었다.
가볍게 떠나가는구려, 마치 당신이 가볍게 왔던 것처럼.
나도 가볍게 손을 흔들지만, 천국의 구름에게 작별하는 건 아닙니다.
나는 옷소매를 휘두르는데, 석양 가운데 새색시는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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