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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물방울의 사랑: 나의 노신(鲁迅)문학원 꿈.(3); 赵凯

                                    (二)
중풍에 걸린 지 8년 후, 한바탕 천재지변이 있었고, 설상가상 대홍수가 나서 우리 집이 무너졌다. 나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는데, 나 스스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친지들의 도움 덕분에 나는 살아났다.
막 폐허 앞에 돌아와, 모두들 집과 정원을 다시 지으려는데, 나는 하나도 힘을 쓸 수 없었다. 층층이 쌓인 진흙 속에서 파낸, 물에 오래 잠겨 썩어버린 책과 원고를 마주하자, 결국 나는 고집 세고, 건방졌던 마음을 내려놓고, 내가 장애인이라는 걸 인정했다. 하지만, 내가 완전한 폐물이라는 것은 여전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남아있는 것은 내키지 않는 몽상뿐이었다. 나는 내 분수를 모르고, 운명이 하는 말을 듣지 않았다. 아무도 나에게 내가 추구하려는 것을 독촉하지 않았고, 나는 오직 고통받는 것만 가능하다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 아무도 나를 꾸짖지 않았다.
나는 문학을 추구했고, 집안에 잔뜩 부담만 안겼다. 집안에서는 내가 의사 진료를 받고 약이나 사먹기를 바랄 뿐, 결코 나를 위해 책과 원고지 사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내가 매번 모친에게 떼를 쓸 때마다, 나는 속으로 언제나 당황스럽고 미안했다. 집안 식구들은 집단으로, 나를 비난하고 제지했다. 나는 울고, 소리치면서 항변했다. 모친은 어쩔 수 없이 그놈의 사랑 때문에 내편이 되어 주었다.
병이 급하면 아무 의사에게나 막 보여주게 된다. 울며 겨자먹기라고, 중풍이 걸린 후, 병원에 절망했던 우리는 뜻밖에 맹목적으로 어떤 가짜 치료 광고를 믿어버렸다. 말하자면, 어떤 농장의 여공이 류머티즘 관절염에 걸린 지 15년이나 되었는데, 뜻하지 않게, 벌떼의 공격을 받고, 여러 날 의식불명으로 있다가 깨어나니, 병이 뜻밖에 나았다고 하였다. 우리는 금주( 锦州) 어느 회사 병원에 가서 벌침 치료를 시험 삼아 받아 보기로 했다. 식구들은 어려운 집안 형편을 무릅쓰고 나를 보내주었다. 적극적으로 꿀벌을 살살 달래서 일을 치룬결과는, 죄 없는 수많은 꿀벌들만 희생시킨 채 성공하지 못했다.
실패하고 돌아오는데, 마을 입구에서 셋째형이 탄 영구차와 마주쳤고, 그대로 지나처 보내고 말았다. 나는 길바닥의 움푹 파인 곳에 차바퀴가 빠질까 봐 그것만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매번 흔들릴 때마다, 나는 극심한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세 째형은 영구차에 누워 당연히 나를 보았건만, 나에게 소리치지 않았다. 그저 누나를 시켜 나에게 한마디 전달토록 했는데, 이런 말이었다. "너 글 쓰지 마."

나는 노모에게, 내가 쓴 원고를 등에 지고 마을 앞에서 작은 객차를 타고 일부러 현성(县城:현 정부 소재지)으로 가서 현 인민대회 일을 하고 있는 친척 아지씨를 찾아가, 현 문화관에 추천해 줄 것을 요청토록 했다. 당시 나는 어느 작가가 원래 현 문화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읽고, 현 문화관을 대단히 문화적인 곳이라고 여겨서, 우러러보았기 때문이다.

석양이 서쪽으로 질 때, 노모는 돌아와서, 나에게 원고를 친척 아저씨에게 전달했노라고 말했다.
나는 바라고 또 바랐다. 무려 반년이 넘도록.
이윽고, 원고가 인편으로 돌아왔다. 원고를 가져온 사람이 전한 말은 문화관이 나를 도울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중앙인민방송국에서 방송한, 소설 연속 방송 < 백록원 >을 듣고, 나는 대단히 기뻤다. 바로 책을 우편 주문해서 감상하며 읽었다.
다 본 다음, 마음 속에 꼭 할 말이 있어, 이 책을 출판한 인민문학 출판사 책임 편집자 하추치(何追治) 선생에게 편지를 썼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하주치선생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여기에서 우리는 특별한 사제간의 인연을 만들었다. 하선생은 출판된 책을 보내주었고, 나에게 격려 편지를 보냈으며, 내 원고를 자세히 심사해 주었다.
이것은 어둠 속에서 모색한 기나긴 세월 끝에, 바깥 세상에서 온 유일한 후원이었다. 마치 먼 곳에서 등불이 나를 부르며, 늦더라도 꾸물꾸물 기어가는 것을 포기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다.
누워서 책을 읽고, 글을 쓰던 나는, 펜을 지팡이 삼아, 한 사람의 건강한 사람으로 원고지 위에 우뚝 서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