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씨 골목에는 집들이 빽빽했으나 낮기도 하고, 들쑥날쑥, 가지런하지 않은 진흙집들이 서있었다. 청색 벽돌은 반짝임이 사라지고, 벗겨져서 한 꺼풀 역사의 먼지로 떨어져 버렸다.
뜨거운 여름이 다가 오면, 사람들은 골목 안으로 시원하게 바람이 잘 통하도록, 두텁고 미련해 보이기까지 한 대문들을 전부 활짝 열었고, 문 앞에 있는 섬돌도 들어다가 문 뒤쪽에 놓아두었다.
사람들은 골목 통로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쐬거나, 차를 마시면서 잡담을 했으며, 혹은 돗자리를 펴고 낮잠을 잤다.
골목에는 경치랄 것이 없었다. 나무도 볼 수 없고, 들풀 또는 흐르는 강같은 것도 없었다. 그런 것들은 끝없이 넓은 평원이나, 깊은 시골 마을에나 있는 것이고 여기에는 그저 한가닥의 줄무늬와 혈연 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것도 하나의 잠들어있는, 흘러가는 강으로 빗대어 말할 수는 있다.
내가 본 남방의 몇몇 골목들은 대부분 산 근처, 물과 가까이 있어서, 조용하고 어슴프레하게 안갯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소녀처럼 편안하고, 쑤저우 말처럼 부드러우며, 카누처럼 물에 넘실 거렸고,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하지만 마씨 골목은 모진 풍상을 다 겪은 늙은이처럼, 말없이 침묵하고, 적막한 세월 속에서 조용히 잠을 자고 있었다.
통로에서는 때때로 환성과 농담이 들려왔지만, 남자들 쪽에서 점점 코 고는 소리가 크게 들려오자, 여자들 쪽에서는 낮은 목소리로 귓속말들을 했다. 어떤 때는 그녀들의 얼굴이 빨개지고, 또 깔깔 대며 웃기도 했는데, 이건 그녀들 만의 비밀인 동시에 골목의 비밀이기도 했다.
골목은 걸어 갈수록 더 멀어졌다. 일체의 후광을 벗었을 때, 그건 적막하고 평온하며 부득이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평온함은 한줄기 여명 직전의 어두움에 지나지 않았다. 마을은 남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고, 몇몇 정원들은 시간의 진행 속에서 자생하고 자멸하였다. 붉은 벽돌, 청기와의 정원과 다층 건물은 골목 안을 끊이지 않고 비춰주던 햇볕을 차단했으며 그들을 어두컴컴한 가운데로 숨겨버렸다. 이런 정원과 다층 건물들이 골목의 호흡을 막았고, 억압감을 배로 느끼게 했다. 무거운 탄식마저, 자기의 내심의 잔잔한 물결 속에 감추어 두다 보니, 결코 확산되지 않았다. 그들을 확산시킬 방법도 없었고, 확산시킬 곳도 없었으며, 흘려버릴 곳 마저 없었다. 마씨 골목은 점점 낡아갔고, 바람 앞의 촛불처럼 얼마 남지 않은 생애가 위태위태해서 곧 무너질 것 같았다. 그로부터 몇 년 지나자, 전에 풀이 무성히 자랐던 지붕이 와르르 무너져서, 흙으로 되돌아갔다.
남아서 옛 마을을 지키던 노인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낮은 집에서 주눅 들어살았다. 그들은 느릿느릿 행동하며 천천히 늙어가다가, 세상을 떠났으며, 다시 먼지로 돌아갔다.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온돌을 두드리며 느릿느릿 말했다.
나는 이집에서 태어났으니, 죽는 것도 이 집에서 죽으려 한다. 할아버지가 이 말을 할 때, 나는 물이 말라버린 우물에는 파도가 일지 않는다(古井無波)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의 얼굴에는 조금도 정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너희들은 멀리 떠나거라. 멀수록 더 좋다."
마을에서, 걸을수록 멀어지는 것은 발걸음 뿐만이 아니었다. 다급한 그림자도 있었다. 마씨골목은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았다. 마치 숙명처럼, 피할 방법도 없고 피할 수도 없었다.
사람들은 떠날 때 이별을 고하지도 않았고, 손을 흔드는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뜨내기 방물장수처럼 앞다투어 도망쳤다. 우르릉 우르릉 하는 시간이 되자 마씨 골목은 이미 도망갈 곳이 없었고, 원래 있던 땅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아 어쩔 줄 모르는 어린아이 같았다.
나는 고향을 갈 때는 꼭 마씨 골목을 가 본다. 새로운 마을을 돌아 계속 북쪽으로 가면, 바로 황량한 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무너진 집과 얼룩얼룩한 벽체, 기우뚱한 담장, 이 모든 것이 친숙하기도 했고 낯설기도 했다. 나는 모든 모퉁이가 친숙하면서도 이 모퉁이가 사라졌다는 것도 이해되었다. 그것들은 걸을수록 멀어졌고, 이제 나 혼자만 남았다. 혼령은 이미 사라졌다. 전에 나를 끌어당겼던 근사한 미궁도 벌써 본래의 면목을 드러냈다, ------ 골목의 모든 구성은 원래 아주 간단히 건축된 건물 들일뿐이다. 이런 미궁의 구불구불한 오르내림은 벌써 폐허로 변해있었고, 지난날의 모습과 자신감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태양이 새로운 마을을 휘감을 때, 먼 하늘 가에서는 일말의 석양빛이 비친다. 마씨 골목은 적막하게, 어둡고 붉은색의 여광 가운데, 한 무더기의 진흙으로 변해있었다. 늙은 느티 다무는 진작부터 보이지 않았고, 닭, 오리, 소, 양도 이미 사라졌다. 구불구불한 작은 골목은 키 작은 잡초로 가득하고, 동시에, 드믄드믄 흩어져 있는 발자국만 남아있다.
태양빛이 떨어질 때, 나는 흩날려오는 빛을 보았다. 외로운 영혼이 사방에서 몰려드는 귀신 불이다. 그것은 눈앞에서 이리저리 떠다녔다. 나는 그것을 손으로 집고, 오랫동안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原載 < 창작과 비평 > 2015년제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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