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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마씨 골목의 근심과 슬픔(马家胡同的优伤) 1/3: 马卫巍

 

골목은 매우 조용했고, 길었으며, 매우 퇴락했다.
알록달록 빛나는 벽 표면은 마치 바짝 마른 두 눈동자들이 어우러져 있는 것 같았고, 텅 빈 구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때때로 바람이 불면, 흙먼지가 일어나, 뻥 뚫어진 터널 같은 골목 길이 자욱해졌다.
그처럼 세차게 몰려오는 모든 것들이 번잡한 세상, 옛 이야기들을 천천히 흔적도 없이 모두 날려버렸다.

마 씨 골목은 천년을 우뚝 버텨오다가, 지리멸렬했다. 오래된 세월은 산산 조각난 유리처럼, 쟁그랑 소리를 내며 어지러운 발걸음 사이에서 사라졌다.
마 씨 골목은 적막했고 또한 깊고 컸으며, 눈앞에서 점점 사라졌다.

사실 내가 일을 기록할 때 부터도,마씨 골목이 갖은 풍상을 겪으며 우뚝 서있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른다.
푸른 벽돌, 청기와 위로 밥 지른 연기 자욱하고,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 소가 음메, 말이 힝힝 거리는 소리가 시시 각각 하늘로 날아 흩어졌다. 골목이 가지고 있던 원래 모습은 꽤 괜찮았다. 지붕 위의 하나하나의 청색 기와 들은 태양 빛 아래 빛났으며, 환각적인 빛깔로 넘실거렸다. 잡초들이 기와 조각의 좁은 틈에서 고집스레 자라나, 바람에 흔들리면서, 비록 미약했으나 담장 위에 높이 섰는데, 마당의 대추나무 보다 반은 더 높았다.
나는, 분명히 엄지 손가락 두께의 진흙더미와 꽉 막힌 좁은 틈바구니 위에서 그것들이 어떻게 무성하게 자라나 중생들을 대려다 보는지 끝내 알지 못했다. 그것들은 어디서 와서, 어떻게 아무 연고도 없는 담장 꼭대기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울까?
나는 많은 어른들에게 몰었으나, 그들은 눈물이 찔끔 나도록 냄새가 코를 찌르는 담뱃대를 빼어 물거나, 혹은 나를 의심스럽게 쳐다보며 어기적어기적 공통된 대답을 했다. '당연히 바람이 부니까 오는거지'
바람이 이 생명들을 마 씨 골목으로 날려 오게 했다면, 바람은 인간들도 마씨 골목으로 날려오게 했을테고, 이야기들도 마씨 골목에 날려오게 했을 것이다. 나는 어른들의 대답을 소학교 글짓기 시간에 글로 썼다. 뜻 밖에 선생님은 내 글을 모범 글로 뽑았다.

정원의 닭, 오리, 거위, 개, 우리 안의 돼지, 소 양, 말, 이들 모두가 잡초들이 내려다보는 대상이었다. 봄, 가을은 비록 짧지만 즐거운 인생이 아니던가! 이 잡초들은 마 씨 골목에서, 태어났다가 죽을 때까지, 죽었다가 태어날 때까지 골목과 늘 함께 있다. 그들도 똑 같이 오래되었다.

내가 일을 기록할 때, 골목 안 어른들은 모두 경솔하게 함부로 말했으나, 큰 소리로 떠들지는 않았다. 마치 골목 안에 알 수 없는 신령(神靈)이 있어 그들이 마음속으로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골목은 빙빙 돌아갔고, 집들이 종횡으로 얽혀 있어서 마치 작은 미궁(迷宮) 같았다. 할머니는 이게 제갈량의 팔괘진이고, 생문(生門: 살아 나가는 문)과 사문(死門: 죽는 문)이 있고, 낯선 사람은 들어올 수는 있으나 나갈 수는 없다고 했다.
과연 아니나 다를까, 어느 해, 도적들이 골목에 들어왔는데, 삼일 동안 빙빙 돌다가 결국 나갈 수 없게 되자 무기를 버리고 투항했다고 한다.
반면에, 행상들은 짐보따리를 지고 작은북을 들고 오는데,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골목 입구에서 쉬지 않고 계속 둥둥 북을 쳤다. 그들은 한 번도 골목에 들어오지 않았고, 북소리로 사람들을 끌어 뫃았다. 그런 다음, 옷감, 골무, 실뭉치, 같은 것을 팔았는데, 우리는 얼음사탕 한두 개, 그림 그리는 종이 서너 장을 샀다.

제일 사람들을 경탄시킨 것은 이웃 마을의 늙은 맹인이었는데 언제나 쪽파 짐을 지고 아무렇지도 않게 골목으로 들어왔다. 그의 외침은 노랫소리 같아서 듣기 좋았다. 늙은 맹인은 파를 팔면서 언제나 돈을 받지 않고, 계란으로 바꾸어 받았다.
계란 두 개에 한 묶음, 다섯 개에 반근. 그는 한 손으론 계란을 받고 한손으론 파를 움켜쥐었는데 크기가 언제나 균일했다.
어떤, 일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이 손으로 집어주는 파의 무게가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되어 저울에 달아보았더니, 뜻밖에 한 량도 차이가 없었다. 맹인은 골목으로 걸어 들어와도 길을 잃는 법이 없었다. 그는 더듬더듬 들어왔다가 더듬더듬 나갔다. 생문(生門)과 사문(死門)을 잘 구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 같으면, 예를 들어 두부장수, 사탕장수, 또는 쇠 대야 쇠 밥그릇 장수, 방물장수, 이런 사람들은 모두 감히 들어오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곳은 숨기 좋았다. 우리는 언제나 작은 모퉁이를 좋아했고, 그 안에 고양이같이 몸을 감추었다. 천진한 아이들은 골목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을 하나의 은거지로 삼았다.
한 번은 내가 구석에 숨어 있다가 뜻밖에 잠이 들었다. 조무래기 친구들이 여기저기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자, 흥미를 잃고 저마다 화를 내며 집으로 가 버렸다. 내가 잠이 깨었을 때는 벌써 밤이 되어있었다. 하늘 가득 별이 빛나고 있었고, 별이 반짝반짝 당장 쏟아질 것 같았다.
엄마가 문 앞에 서서 목청껏 나를 부르고 있었다. "빨리 와서 밥 먹어라." 나는 구석에서 기어 나와,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고, 사뿐사뿐 집으로 뛰어갔다. 밥 냄새가 물씬 풍겼고, 엄마는 벌써 다른 일은 다 잊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