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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마씨 골목의 근심과 슬픔(马家胡同的优伤) 2/3: 马卫巍

나이가 많아지면서, 나는 골목에 대해서 어떤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이런 두려움은 천천히 다가와, 소리 없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아롱아롱한 담장 표면은 하나하나가 두 눈동자와 똑같았고, 텅 빈 깊은 눈동자 속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나의 영혼은 그들의 시선 속에, 한눈에 그대로 드러났다.
설령 경미하고 지극히 작은 것이라도 이런 시선들은 소리없이 모두 들여다보고 있었다. 영혼은 먼지이고, 먼지는 영혼이었다. 이 모든 것이 까마득히 오래도록 품 안에 누워 깨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마씨 골목의 담벼락은 마을에 가로 걸쳐 있으며, 마을과 동시에 존재했다.

골목에서 우연히 닭 한 마리, 개 한 마리를 만나게 되면, 그들은 자기가 무슨 장군이라도 된 것처럼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가슴을 내밀며 곁눈질 한번 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유유히 집으로 돌아가 편안히 잠들었다. 당연히 이런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도 자신도 영문을 모른 채, 놀라서 갈팡질팡했다. 거위는 목을 죽 뽑고 미친 듯 울어댔으며, 소는 큰 입을 벌리고 음메~ 길게 울었고, 개는 불쌍하게 좁은 모퉁이를 찾아, 불쌍하게 낮게 짖었다. 이때 그들은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마 씨 골목은 너무나 조용했다.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까지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누구네 집에서 청화 밥그릇이 깨졌던지, 누구네 집 노파가 아무에게나 고래고래 욕지거리를 했다든지, 누구네 집 아이가 이불에 오줌을 쌌다든지, 누구네 집 암탉이 알을 낳았다던지.... 이런 소리들을 모두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런 소리들은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같이 콸콸 흘러와, 휙 소리를 내며 가버렸고 한 번도 머무르지 않았다.
마씨 골목은 한 군데로 모였고, 꽉 막혔으며, 심지어 사람을 답답하게 만드는 무엇이 있었는데, 그것은 하늘에 짙게 끼어있는 검은 구름이었다.

이렇게 평온하고, 넓고 이득 하지만, 넓고 끝없는 벌판 위에 점점이 빛나는 작은 불씨는 한 번도 꺼지지 않았다. 대낮일지라도, 우리는 이 골목 입구에서 목청껏 소리쳤다. 끝없이 이어지는 메아리 소리는 담 밑에 흐트러져 있는 진흙더미 위로 되돌아왔다. 그 소리들은 줄줄이 터지는 격렬한 폭죽같이, 촘촘히 돌아왔고, 우리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뚜렷이 들었다.
골목에는 사십 넘은 노총각이 하나 살았다. 그는 한가하고 게을렀다. 언제나 지저분한 옷을 입고 있었고 마치 일년 사계절 이 옷 한 벌로 버티는 것 같았다. 헝클어진 머리칼은 가을 지난, 들풀 같이 더부룩했으며 시금털털한 냄새가 났다. 노총각은 온종일 벌겋게 술에 취해있었는데, 온종일 손에 작은 술병을 들고 두 걸음 가서 한 모금, 또 두 걸음 가서 한 모금 술을 마셨다.
한 번은 그가 한밤중에 슬피 울면서 큰 소리로 고함쳤다. "나도 장가보내줘!" 골목은 메아리로 그에게 대답했다. 소리가 갑자기 폭발하기 시작했다. 요란한 소리의 진동이 울리면서 지붕 위 각층의 기와가 울렸다. 노총각의 목소리가 뚝 그쳤는데, 무엇인가 겁을 먹은 것 같았다. 하지만, 골목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나도 장가보내줘!"
과거로 걸어 들어가 미래로 넘어오듯, 이것은 어린 나의 마음 깊은 곳에 남아서, 오늘까지 오고 있다.
나는 그 노총각의 갈망, 절망 나아가 슬픔의 소리를 충분히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건 봄날의 우레 소리였으며, 막 발육 단계가 된 남자아이들에게 맹렬한 불을 지폈다. 마씨 골목, 이것은 바로 이 맹렬한 불의 연소통이었다.

골목이 제일 왁자지껄 할 때는 봄이었다.
봄이 되면, 할머니의 지팡이 짚는 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진다. 그녀의 목소리는 쓸데없이 길고, 느렸다. 마치 오래된 주문을 외우는 것 같았다. 또 음송하는 것이 촌스럽고 거칠었다. 그녀는 비틀비틀거리면서 집집마다 빈번하게 왕래했다. 기계도 닦고, 천도 짜고, 손 발도 움직여야 했다. 어떤 아주머니를 막론하고, 또 큰 올케와 작은 며느리라도, 겨울 동안 뽑은 무명실을 가지고 와 천을 짠다. 그걸 염색하고, 마감을 하고, 직포 기를 반짝반짝하게 닦는다. 할머니는 앉아서 북에 실을 한 두 가닥 걸고, 좋은 징조가 생기기기를 갈망한다. 할머니가 솜 저고리를 벗고, 덧옷 적삼으로 갈아입으니, 머리의 백발이 햇볕 아래 눈부시다. 골목 안에 은빛을 점점이 뿌려놓은 것 같다. 그녀는 후배들의 부축을 받으며 직기에 오른다.
꽈당 꽈당 직기가 돌아간다. 그녀는 1등 복권에 뽑힌 것처럼, 찬탄을 받는다.
사람들이 할머니의 기예에 경탄하며 그녀의 건강한 신체를 부러워한다. 노인은 이때, 조금 부끄러워, 일말의 홍조를 띠며 지팡이를 짚고, 앉으면서 말한다. "그 당시 내가 골목 최고 고수였어."

그해, 이른 봄이 되자, 할머니는 자기 목숨이 다했다는 것을 안 것처럼, 진작부터 잘 보관해오던 손으로 짠 옷을 입고, 얼굴에는 연하게 분을 바르고, 입술에도 연하게 연지를 바르고, 고상하고 품위 있게 치장했다. 곧 규방을 나서는 신부 같았다.
할머니가 걸어가자, 골목 안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위해 한자 길이로 여러 가지 빛깔의 노조포(老粗布 : 중국 전통 수공 직포 공예품)를잘랐다. 그녀는 4월의 모란꽃처럼 둗보였다.
마씨 골목에는 특별한 정적이 흘렀다. 가라앉은 정적 속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고,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락모락 밥 짓는 연기가 가라앉으며, 완만해졌다. 모든 안 좋은 일이 그렇듯 근심되고 슬펐다.


*이해가 안 갔던 내용은, 하늘에 짙게 낀 검은 구름과 골목 입구에 대고 소리쳤다는 대목의 연관성인데, 구름이 낮게 드리운 날 골목 입구에서 소리치면 메아리가 생긴다는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 할머니를 위해 여러 가지 빛깔의 노조포를 질랐다는 대목은, 마지막 가는 사람을 위한, 여인들이 민속 천을 짜는 중국 특정지역의 풍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