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 며칠 전, 북경에는 금년 겨울 들어 첫눈이 내렸다.
비록 늦은 눈이고, 어릴 때 보았던 반짝반짝하는 눈은 아니었지만, 눈송이가 펄펄 내려니 사람들은 여전히 을 즐거워했다. 이날 위 채트(중국 인터넷)에는 각양각색의 설화(雪花: 눈송이)에 대하여 올라왔는데, 화면에 가득한 설경 속에 적당한 음악까지 곁들였다---- "팽나무가 걱정하며 노래를 하는 자작나무 숲".....
눈은 소리 없이 내렸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내 생각은 40년 전, 내가 시골, 사신장(谢辛庄) 인민공사 생산대에 들어갔을 때로 되돌아갔다. 마을 근처에 있던 이름도 없는 작은 시냇물이 떠올랐다.
사실, 내가 그 시냇물을 생각하든 말든, 언제나 시냇물은 거기서 흘러갈 것이다. 그리고, 그 시냇물이 맑든 탁하든, 천천히 흐르든 급하게 흐르든, 설사 어느 날 흐름이 끊겼든, 없어졌든, 그 시냇물은 여전히 내 인생에서 조용히 흘러간다는 것을 나는 안다.
누구나 가슴속을 흐르는 시냇물은 있다.
봄이 되기만 하면 우리는 그 시냇물을 보러 갔다.
우리가 1차로 고등학생에서 지청(知靑)이 되고, 농민이 되었는데, 그것도 하필 만물이 소생하는 4월이었기 때문이다.
(知靑: 지식청년의 준말. 모택동의 지시로 중학에서 고등학교 졸업까지 교육받은 청년 남녀를 빈농, 하층 중농에 내려가 재교육을 받게 했는데, 이때 생산현장에 직접 동원되었던 젊은이들을 知靑이라고 한다)
1974년 시골에 내려가 생산대에 편입된 그해, 나는 내 멋대로 산을 향해있는 산기슭, 낙후한 마을에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15명의 학교 친구가 나를 따라왔는데, 한 명도 나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사신장은 판산(盤山) 근처의 작은 마을로, "학대체(农业学大寨 : 농업은 산서성 대채 마을 생산조직을 따라 배우자)"에 속하는 낙후된 마을이었다. 생활이 비교적 빈곤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경성(京城)에 가려면, 십여 리의 시골길을 걸어가야 겨우 하루 한번 있는 시외버스를 탈 수 있었다.
여기서 다행히 작은 시냇물을 만나게 되다니! 시냇물은 그렇게나 아름다웠고, 물이 맑았다. 시냇물은 마을 옆을 흘러, 우리 지청들이 머무는 숙소를 휘돌아 갔는데, 숙소에서 별로 멀지 않았다. 새 냇가에는 지면이 넓게 변형되어 자연 호수가 형성된 곳이 있었다. 우리는 이것을 호수라고 불렀고, 반농과 하층 농민들은 그것을 "연못"이라 불렀다. 그것은 분명 너무 작았고, 이름도 없었다.
물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가? 전혀 모른다.
하지만 우리 눈에는 그것이 정말 아름다웠다. 시냇가는 무성한 은사시나무로 덮여있었고, 냇가 가장자리에는 흔들거리는 갈대가 무성했다.
"삼하(三夏: 여름에 하는 세 가지 농사일, 여름 걷이, 여름 풀베기, 여름 씨 뿌리기)"끝 마무리를 하고 나서, 시냇가로 가서, 맑고 시원한 시냇물로 등목을 하고, 낫을 물에 흔들어 헹구고 나면 금세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낀다.
여학생들은 언제나 제일 빨리 환경에 적응한다. 그녀들의 생각은 남학생들보다 훨씬 담대하다.
어느 날 저녁 무렵, 내가 동숙하는 리청(立成), 우추안(吴川)과 함께 시냇가로 가려는데, 감독 아주머니에게 제지당했다. 그녀가 말했다. "너희는 거기 가면 안 돼!" "왜 요?" 감독 아주머니(大嫂)가 정중히 말했다. "여자 지청들이 목욕하고 있단 말이야!"
"목욕" 그건 바로 헤엄치고 있다는 뜻이다. 이건 우리도 안다. 하지만 역시 우리는 얼굴이 빨개져서, 가슴이 콩당콩당 뛰었다.
한겨울 눈이 펄펄 날리는데, 생산대에서 휴업을 했다. 우리 반, 몇몇 예쁜 여학생이 스케이트를 신고 얼어붙은 호수 위를 미끄러져 가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날렵한 몸매와 즐거운 웃음소리에 바야흐로 청춘기를 맞은 총각들이 어찌 탐혹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만약 오늘날이었다면, 나는 그녀들을 위해"좋아요" 를 눌렀을 것이다. 링얼(玲儿)은 모두가 알아주는 노동 고수여서, 넓은 밭에 나가 노동 일을 하는데 시골 아가씨들에 비해서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샤오씬(小辛)은 돼지 기르는 생산대에서 하룻밤에 9마리의 새끼돼지 출산을 받아내어, 대대장 표창을 받았다. 보리, 왕대, 팅팅(听听), 이런 별명들로 보아, 그녀들이 일을 잘해서 시골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있음을 알 수있다.
우리들이 얼음 지치기 하는 것을 감독 아주머니들도 막지 않았다.몇몇 여학생이 불러서 나도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갈아신고 빙판을 밟았다가 빙판위에서 나딩굴며....
사신장의 시냇가, 거기에 우리들의 청춘이 남겨져있다!
대학 졸업 후, 나는 경성(京城)의 한 신문사 기자가 되었다. 국경절 35주년을 맞았을 때는, 내가 사신장을 떠난지 꼭 10년이 된 해였다. 나는 노력하여, 신문사 간부에게 나의 취재 제목을 허락받았다. 나는 흥분과 자신감을 품고, 시골 가는 길에 올랐다.
내가 사신장의 밭 두렁 사이길을 걸어갈 때, 당대(唐代) 시인 유조(刘皂)의 시(詩) 한수가 머리 속에 용솟음쳤다.
병주(幷州; 현 산서성 태원) 객사에 머문지 10년, 밤낮으로 함양에 돌아 가고 싶은 생각이 난다. 이유없이 상건수를 건너며 병주를 바라보니 병주도 내 고향이네.
시인은 타향 살이 벌써 10년, 바로 병주를 떠나지 못하는 게 한이었으나, 일단 멀리 며행길에 올라보니, 자기가 객지 생활하던 병주가 고향같은 생각이 들어 차마 떠나지 못한다.
나의 그때 심정이 바로 이와 같았다. 임무를 잘 마무리하고, 기사에 제목을 달고, 내가 찍은 시냇물 사진도 올렸다.
그 시냇물의 아름다움으로 적지않은 독자들의 문의를 받았지만, 나는 정작 그 시냇물의 이름을 말할 수 없었다. 그 시냇물이 어느 강으로 흘러가는 지류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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