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출근하는 북대로(北大路)에는 언제나 떠돌이 개들이 있다. 북대로가 4차선의 시멘트 포장 도로로 확장되자, 차도는 넓고 평탄해져서 차가 거침없이 달리게 되었다. 하지만, 누가 운전을 하든 이 도로에 올라서면, 속도를 올릴 생각을 못했다. 언제나 떠돌이 개들이 몇 마리씩 있었고 이들이 제멋대로 무단횡단을 했기 때문인데, 딱이 대책도 없었다.
한 번은, 작은 개 한 마리가 종종걸음으로 길을 건너가고 있었는데, 그 개 눈에는 사람도 안 보이고, 왕래하는 차도 안 보이는지, 오직 길을 건너갈 생각만 하는 것 같았다. 승용차 한 대가 쌩 소리를 내며 달려오다가, 기사가 그 작은 개를 보고,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타이어가 노면과 마찰하면서 "찌익~~"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차는 작은 개 바로 앞에서 멈춰섰고, 개와 차 사이는 불과 몇 센티 거리밖에 안되었다. 나는 기사가 제때 브레이크를 밟지 못했다면 어떤 결과가 났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 작은 개가 차에 부딪혀 십여 미터 정도 날아갔을까? 혹은, 차에 깔려 비참한 고깃덩이가 되었을까?
하지만, 나는 그 작은 개가 놀라 얼이 빠져서, 두눈이 무엇에 홀린 듯 울부짖는 것을 보았다. 개는 자기 앞에 딱 멈춘 차 앞에서, 가지도 않고 그렇다고 멈춰 서있지도 않았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치 기사가 개가 가는 길을 막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기사는 차 창안에서 머리를 내밀고, 욕을 했다."개새끼(狗日的), 함부로 무단횡단을 해? 죽으려고 환장했어?"
작은 개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몰랐는지, 그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 사람이 욕 하는 것을 보자 그놈은 그제야 반응했다. 자기가 사고를 저지른 것을 알았는지, 꼬리를 감추고 재빨리 도망쳤다. 나는 여전히 방금 일어난 일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기사가 개에게 한 말에 웃음이 나왔다. 개는 본래 개새끼이니 욕을 한 것도 아닌 셈인데, 그는 이 말을 욕이라고 한 것이다.
어쩌면 개들이 길을 갈 때, 그들 눈에는, 이르는 곳 모두 길일테니, 가고 싶은 대로 가면 될 테고, 이는 그대로 습관이 되었을 것이다. 북대로 같이 차량이 밀집한 대로(大路)든 아니든, 그냥 건너가고 싶으면 건너갈 뿐이다. 그들은 애당초 횡단이 무엇인지, 직진이 무엇인지 하는 교통규칙을 모른다. 교통규칙이란 사람들이 정한 규칙 일 뿐인데, 개들과 무슨 관계가 있겠나? 그래서 그들은 길을 걸어갈 때, 무엇이 인도인지, 무엇이 자전거 길인지, 무엇이 차도인지 상관없이 자기 식으로 할 뿐인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출근할 때, 언제나 인도 위에 있는 황색 맹인전용 길을 걸어간다. 그 길은 직선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요철이 있어 평평하지 않으니 발바닥 지압도 된다. 길도 빠르고, 신체도 단련되니 일거양득인데 어찌 좋지 않겠는가? 이렇게 하는 것도 구태여 말하자면, 내가 교통규칙을 준수하지 않은 게 되는데, 그건 내가 맹인 전용도로른 점용했기 때문이다. 맹인 전용도로는 맹인을 위해 일부러 설치한 도로일 테니 말이다.
신호 위반자, 과속, 과적 운전자들이 제멋대로 교통규칙을 위반하고, 사람의 안전을 위반하는 행위는 무수히 많다. 하물며 이런 상황에서 개들에게 어쩔 것인가?
출근하는 길에서, 나는 흰색, 작은 개 한쌍을 자주 보았다. 한 마리는 앞에서 뛰고, 한 마리는 뒤에서 쫓아온다. 앞의 개는 한바탕 뛰다 서서는 뒤 따라오는 개를 본다. 뒤에 오는 개가 서둘러 따라오는 것을 보고, 그놈은 다시 뛰는데 뛰는 것도 잘도 뛴다. 한바탕 뛰고는 다시 길가, 키 작은 나무 숲 덤불 속으로 들어간다. 뒤에 따라오던 멍청한 개는 고개를 낮추고 잎으로 뛰는데, 앞서 가던 개가 숨었든 어쨌든, 그림자도 보이지 않지만 급하거나 초조해하지 않는다.
나는 뒤의 작은 개가 그의 작은 친구를 찾지 못할까봐 정말 걱정했다. 내가 걱정하고 있을 때, 앞에 있던 작은 개가 키 작은 나무 덤불 속에서 뛰어나와, 뒤쪽에 있던 개를 보더니 그놈을 빠르게 쫏아간다. 그놈은 네 발굽을 안고 빠른 속도로 앞으로 돌진했는데, 마치 백 미터 달리기에서 육상 선수가 전력 질주하는 것 같았다. 그들 둘은 정말 학교에 기면서, 길가에서 쫏고 쫏기는 아이들 같았다. 이런 즐거운 장면은 따뜻한 한 순간이었다. 그들 둘은 그대로 북대로의 한 풍경이 되었고, 사람들은 언제나 길가에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다.
어느 날 새벽, 나는 언제나 앞에서 뛰는 작은 개는 털이 조금 더 길고, 덩치도 조금 더 크고 늠름한 것을 보았다. 보기에 그놈은 숫놈 같았고, 다른 개는 조금 덩치가 왜소하고 오밀조밀하게 생긴 게 암놈 같았다. 나는 일단 그들이 한 마리는 숫놈, 한 마리는 암놈이라 단정했다.
숫놈은 북대로 길 한가운데 누워있었고, 암놈 개는 그의 옆에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암놈 작은 개는 차들이 왕래하는 것을 보고 있다가, 차가 빠르게 앞으로 달려들자, 얼른 일어나 그 자리를 벗어나 안전한 길 가로 달려갔다. 나는 고개를 돌려 숫놈 개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나의 눈도 도음을 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시선을 내뿜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놈이 왔다갔다 하는 이런 행동이 기사들에게 길 한가운데 한 마리의 생명이 누워있으니 절대 조심하라고 깨우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자세히 보니, 누워있던 작은 개는 후반신을 이미 움직이지 못했고, 오직 두 앞 발로 상반신을 지탱하고 있었다. 하반신은 보기에 차에 치어 심하게 다친 것 같았다. 그놈은 일어나려고 여러 자례 시도했으나, 도저히 몸을 일으킬 방법이 없는지, 어쩔 수 없이 눈만 뻔히 뜨고 오가는 차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매번 차가 지나갈 때마다, 나는 간이 콩알먄해졌다.
기사들은 도망치는 작은 개를 보고, 자연히 길 가운데 누워있는 작은 개를 주의하게되고, 감속해서 천천히 달렸다. 그런 다음 작은 개는 다시 상처 입은 작은 개 주위를 돌려고 그리로 갔다. 나는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누워있는 있는 작은 수놈 개를 돌보려고, 다행하게도 암놈 개가 귀찮아하지도 않고, 길 한가운데서 길가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너무 걱정되었다. 내가 만약 개를 겁내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 다친 작은 개를 길 한가운데서 안전한 곳으로 끌어냈을 것이다. 나는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그 길 한가운데 누워있는 작은 개를 부주의한 운전자가 타이어로 밟고 지나가서, 그 작은 개의 최후 장면을 보게 될까봐 가슴이 떨려 죽을 지경이었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현장을 떠났다. 퇴근 길에 다시 그곳을 지나갈 때, 그 한 쌍의 작은 개는 벌써 그림자도 없었다. 나는 길 한가운데 작은 개가 차에 친 바퀴 자국 흔적이라도 있나 살펴보면서, 착한 사람이 우연히 그 작은 개를 보고, 안전한 곳으로 끌어다 놓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렇거나, 그 개가 얼마쯤 쉬 고나니, 마비되었던 신체에 감각이 되돌아와 제 발로 큰길에서 나가, 안전한 곳으로 갔기를 바랐다. 이렇게 되었되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날 이후 내가 출근하는 북대로 길에는 쫏고 쫏기며, 장난치며, 서로 헤어지지도, 버리지도 않았던 좋은 한쌍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북대로는 그 때부터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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