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우리 시골집에서도 개를 키웠다. 집도 보고 정원도 지키게 하려고 기른 것인데, 이 당시 개는 클수록, 흉폭할수록 환영받았다. 현재는 개도 변해서 도시 사는 사람들의 반려동물이 되었다. 사람들은 집 안에서 기르기도 하고, 품 안에 안아주기도 하며, 개를 아들, 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에게 맛있는 것도 주고, 예쁘게 입힌다. 개는 매일 고기도 먹고, 매일 따뜻한 집 예서 잔다. 겨울에는 얼어 죽을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여름에는 더위 먹을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먹을 것을 찾아 사방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집을 보거나 정원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단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애완물이기만 하면 되며, 체구가 작으면 작을수록 환영받는다. 여러분도 처음 나를 물었던 송아지만한 개를 보면 싫어할 것이다.
작은 개들이라도 나중에 총애를 잃고 눈밖에 났을 때, 몇몇 개주인들은 인정사정없이 문밖으로 내쫓아서 유기견이 되게 한다.
여러분도 거리와 골목 같은데서, 심지어는 큰 거리에서 멋대로 돌아다니는 서너 마리의 무리를 이룬 작은 개들을 보았을 것이다. 이들은 일 년 사계절, 원숭이처럼 두텁고 지저분한 긴털에 덮인 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는데, 어떤 작은 개들은 머리 위의 털이 길게 자라, 눈동자가 막힌 채 사는 놈들도 있고, 눈에 드리운 커튼 같은 털 사이로 외부 세상을 보는 놈들도 있다. 어떤 작은 개는 한쪽 눈이 멀었고, 어떤 작은 개는 다리를 전다. 어떤 작은 개는 몸의 피부 털이 한 뭉텅이 빠져 있는 등, 어떤 모양이든 작은 개에겐 모두 문제가 있다.
나는 개에게 물렸기 때문에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그렇다고, 개를 증오하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작은 개를 아들이니 딸이니 하며 기르지만, 내가 한 마리 길러볼 생각을 한 적은 없다.
현재 자람들이 유기한 개들이 거리를 떠도는데 대하여, 나는 마음 속으로 무한한 불쌍함을 느낀다. 개들은 얼마나 사랑받는 집이 생기기를 바랐을까? 일부러 수용해줄, 돌아갈 집이 없는 강이지 들에 게 따뜻한 집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어느 겨울 날, 새벽, 세상이 온통 전날 내린 눈으로 얇게 덮여있었다. 나는 출근길에, 갑자기 키 작은 관목 덤불에서 작은 검정개 한 마리가 튀어나오는 걸 보았다. 개 뒤에는 주먹만 한 강이지 세 마리가 따라오고 있었다. 나는 이 개가 벌써 여러 번 출근길에서 보았던 작은 개인 것을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한동안 안보이더니, 새끼를 품고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 그놈이 이미 새끼 세 마리의 엄마가 되었던 것이다. 전에 보았을 때 몸이 많이 투박했는데, 나는 어째서 그놈이 새끼를 배고 있다는 생각을 못했을까? 그놈이 지금 행복한 어미가 되어 있었고, 그놈 뒤로 세 마리의 어리바리하고 포동포동, 동글동글한 귀여운 강아지들이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놈이 곧바로 머리 위로 들이닥칠 불행을 어찌 생각이나 했겠는가?
나는 길을 재촉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놈이 흔들흔들 앞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걸으면서 자기 뒤에 따라오는 강아지들을 돌보면서, 또 어떤 때는 꼬리를 흔들고, 또 어떤 때는 머리를 흔들었다. 어미개는입으로 낮게 옹알옹알 소리를 내면서, 경계하는 시선으로 길 가는 사람들을 보았는데, 다른 사람이 그의 귀염둥이들을 빼앗아 갈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놈의 걱정은 결코 지나친게 아니었다. 바로 이때, 새벽 운동을 마친 몇 명의 노인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들이 어미 개 뒤를 졸졸 따라가는 귀여운 녀석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나는 모른다. 한 마리 안고 가서 자기가 기르려 했을까? 그렇지 않으면, 솥에 넣고 잚아서 부드러운 개고기로 추운 겨울에, 늙고 쇠약해진 신체를 보양하려고 했을까?
그중 한 노인이 앞으로 나가, 한마리를 잡으려고 했다. 그는 한 마리의 귀염둥이 뒤를 따라가다가 손을 뻗어 한 마리를 낚아챘다. 개나 사람이나 새끼를 보호하려는 본성은 똑같다. 어미 개가 어떤 사람이 그의 귀염둥이를 잡으려 하는 것을 보자, 그는 큰 소리로 짖으며, 그 노인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그러자, 그 노인은 깜착 놀라 강아지를 놓고 도망쳤다.
하지만 어미개가 이 한마리의 귀염둥이를 보호하려고 하는 사이에, 다른 두 마리의 귀염둥이를 다른 두 노인이 한 마리씩 품에 안고 가버린 것이다. 어미개가 고개를 돌리고 보니 두 마리의 귀염둥이가 보이지 않자 그는 망연히 거기 섰다. 어미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하늘을 향해 미친 듯 몇 번 짖었는데, 마치 하느님에게 묻는 것 같았다.
"왜? 무슨 이유로 그들이 우리 애들을 안고 가게 했나요?" 내 보기에 어미개의 두눈은 눈물이 그렁그렁하였다. 그놈은 자기를 따라오는 유일한 귀염둥이를 데리고 꼬리를 사타구니에 감춘 채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걸어갔다.
헌데 이것으로 끝난게 아니었다. 그 후 며칠이 지나도록 출근길에서 그 작은 검정개와 그의 귀염둥이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궁금해하고 있던, 어느 날 나는 길가의 어떤 집 앞에서 그놈을 발견했다.
"맞아! 그놈이야" 나는 그놈을 너무나 잘기억하고 있었다. 온몸이 새까맣고 네 발은 누렇고, 짜리 몽땅한 몸통에, 카가 작고 통통하고, 희망 없는 눈빛을 한 그놈.
알고 보니 이 집 사람은 집을 지으려고 철근, 시멘트, 벽돌, 목재 등, 모든 건축자재들을 길 가에 쌓아 놓았는데, 도난당할까 봐 그 작은 개로 하여금 지키게 한 것이다. 그놈이 온몸으로 구했던 작은 강아지도 보이지 않았다. 그놈은 고독하게, 기다란 쇠줄에 묶여 있었고, 그 앞에는 개밥 한 사발이 놓여있었다. 그는 그저 하늘에 대고 미친 듯이 짖었다. 마치 세상에 대한 불만을 자기 나름대로 푸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개 한마리라도 마음속에 고달픔이 있으면 하늘을 향해 몇 번 미친 듯이 짖는다고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고독하고 아무 도움도 없는, 견딜 수 없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무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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