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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개 이야기 (狗事儿) (一) : 1/2 苏黎

내가 6~7세 때 겪은 일이다.
어느 여름날, 엄마는 나를 데리고 몇십 리 떨어진 양호구(羊虎溝: 양과 호랑이 협곡) 목장에 갔다. 거기 생산대에서 양을 방목하고 있었는 아버지에게 먹고 마실 것을 가져다주려고 가는 길이었다.
그 당시 양호구는 멀고 외진 곳이고, 거주 인구가 아주 적었다. 양호 구에서는 풀이 왕성하게 자라서 거의 사람 키의 절반 정도로 컸다. 생산대에서는 백 마리가 넘는 양을 두 명의 중년 남자를 파견하여 양을 방목하고 있었다.
거기서 양을 키우는 것은 별로 스트레스도 없고, 지나치게 많은 노동도 없었다. 그저 양을 배불리 먹이면 되었으니, 편하다면 편한 일이었다. 하지만, 교통이 불편해서, 집으로 돌아올 수는 없었다.
비록, 지금 교통이 좋아졌다고 해도, 오토바이나 소형차를 타고 가야하는 80리 길이다. 하루아침 맘먹으면 바로 가고, 하루아침 맘먹으면 되돌아올 수 있으니 많이 편리해졌다. 현재 오토바이도 있고 소형차도  있지만, 과거에 있었던, 그렇게 풍부하고 기름진 목초지는 없어졌고, 지금은 양도 집안에서 우리에 가둬놓고 키운다. 생각해보면 과거의 양은 비교적 행복했던 것 같다. 광활한 대초원은 하늘은 높고 대지는 탁 트였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들꽃이 초지를 예쁘게 장식하면, 작은 새들은 머리 위에서 지지배배 운다. 나비는 귀에 대고 소곤소곤 사랑의 말을 하고, 개미와 작은 벌레들은 사방으로 돌아다닌다. 그건 정말 천연의 대목장이었다.
엄마와 생산대의 다른 아주머니 하나가 아버지와 아저씨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가져다 주는데, 나는 뒤를 쫓아갔다. 세상  무서운 게 없는 어린애였던 나는 가는 길 내내, 손 닿는 대로 장난을 치며 들꽃도 꺾고, 야생과일도 따면서 갔다. 어른들은 있는 대로 수다를 떨면서 갔는데, 황량하고 인적없는 들판에서 재미 없음을 느낄 때쯤, 나에게는 오히려 그곳이 제일 재미가 있었고, 제일 놀기 좋은 곳이었다. 서둘러 가는 하루 노정에서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 때쯤, 거의 양호구 협곡에 들어섰다. 여기 풀은 훨씬 프르렀고, 꽃들은 숼씬 예뻤으며, 여기저기 붓꽃이 피어있는데, 한송이 한송이 눈부시게 프르러 마치 푸른 하늘, 푸른 바다 같았다. 나는 가는 길에 손 가득, 한 다발 붓꽃믈 쥐고 예쁜 나비를 보고 쫏아 가다가 먼저 간 엄마 일행의 시선에서 벗어났다. 내가 내 멋대로 노닥거릴 때, 커다란 짐승이 내 뒤에서 뛰어올라, 나를 덮쳐서 땅바닥에 넘어뜨렸다. 나는 마치 작은 털 공처럼, 그놈 발에 이쪽으로 튀고 저쪽으노 튀는 신세가 되었다. 그놈도 내가 어떤 것인 줄 몰라서, 그저 재미있게 가지고 놀았는데, 미루어 생각해보면, 나는 온몸에 상처를 입긴 했으나 물린 상처는 아니고, 할쿼어진 상처였다.
엄마와 아주머니는 내가 비참하게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소리를 따라 내 앞으로 쫏아왔다. 엄마가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보고, 바로 달려들려고 할 때, 아주머니는 엄마를 잡아끌면서 말했다. 당신, 개들을 많이 못 봐서 그러는데, 애를 죽이려고 그러는 거요? 빨리 돌멩이를 찾아요." 그래서 그네들은 땅에서 돌을 줏어들고 필사적으로 송아지만 한 개를 내리쳤다. 개가 두 사람의 어른이 온 것을 보고, 놀라서 나를 던져버리고, 급히 길을 버리고 들판으로 달아났다.
엄마는 당시 내가 어쩌면 목숨을 잃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개가 어찌 알겠는가?  개는 어려서부터 산골짜기에서만 컸고, 몇 사람 본 적도 없었다. 더구나 작은 아이는 본 적이 없는데 개가 근본적으로 사람을 물지는 않았다. 만약 사람을 무는 개 같으면, 나는 그날 분명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개가 그렇게 컸는데, 아마 오늘날 짱아오(藏獒)라고 부르는 티베트 사자개 같다. 그놈은 털이 부드럽고 빽빽했는데,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나를 덮쳐 넘어뜨려서, 내가 잔뜩 겁을 먹었던 것이 떠오른다. 그때  엄마와 아주머니가 나를 안아 들고 보니, 내 온몸이 피투성이여서 엄마가 울 면서 말했다. "애 아빠에게 뭐라고 말해야 해요? " 역시 그 아주머니는 판단력이 있어서 엄마에게 말했다. "지금 울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얼른 애 상처부터 싸매 줍시다." 엄마네들은 내가 어디를 어떻게 상처를 입었는지 몰랐다. 그네들은 서둘러 나를 안고 가까운 양호구 탄광, 의무실로 가서 상처를 치료했다. 탄광은 현(县)에서 운영하는 기업인데, 거기에는 전문 의사도 있고 전문 의무실도 있었다.
의사는 엄마가 주는 얼마 안되는 돈을 받지 않았고, 나의 상처를 깨끗이 닦고 싸매 주었다. 그가 말하기를 다행히, 피부에 외상만 있지 , 근육, 뼈에는 상처를 입지 않았으니, 별 지장은 없을 거라고 하며, 아이를 집에서 잘 보살피면,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될 거라고 했다. 또 상처에 물이 닿지 않게 하고  건조하게 유지시키라 했다.
엄마와 아주머니는 의사에게 큰 은혜에 감사한다고 인사하고, 나를 안고 아버지가 있는 목장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