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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개 이야기 (狗事儿) (一) : 2/2 苏黎

티벳 사자개 (짱아오)

알고 보니, 그 개는 바로 아버지 있는 곳에서 기르는 개였다. 산과 들에 토끼가 많아서 그 개가 토끼를 많이 잡아먹고 송아지만 하게 커버린 거였다. 개는 아버지 일행이 양을 방목하러 나갔을 때, 자주 필사적으로 쇠줄을 벗어버리고 질풍처럼 뛰어 나갔다. 아버지네들이 개를 기르는 주요한 목적은 늑대들이 산에서 내려와 양을 잡아먹을까 두려워서였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개가 쇠줄을 벗기고 나간  적이 있었는데, 무슨 뜻밖의 짓을 벌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버지네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던 터였다. 말하자면, 여기는 본래 인구가 희박해서 하루 종일 사람을 보기 힘들었으니 크게 말썽 피울 일도 없었다.
누가 예측이나 했을까? 공교롭게도 그날 그놈이 또 쇠줄을 풀고 뛰어 나갔다가, 바로 나와 마주치게 된 거였다. 개가 나를 무서워했을 리는 없고 내가 개를 무서워했지만, 그놈은 내가 자기를 해칠지도 모른다고 여겼던 것 같다. 그래서 제놈이 먼저 세게 공격하고 나온 것이다. 그 개는 정말 사람을 물즐 몰랐다. 개는 발로 내 머리를 잡은 것도, 내 엉덩이를 잡은 것도 아니었고 내 등을 잡았다. 그래서 내가 제일 심하게 상처 입은 곳은 등이었다.
그 의사는 상처를 싸매줄 때, 허리를 한 겹 한 겹 하얀 가제로 덮어주었는데, 마치 요대를 둘러놓은 것 같아졌다.
현재까지도, 내 등에는 개가 남겨놓은 상흔이 남아있는데, 당연히 내 등에 있는 흔적이라 내가 볼 수는 없다. 중학교에 들어가 같은 반 애 하고 목욕을 하는데, 그 애가 내 등을 밀어주다가 '네 등에 하얀 토끼 같은 흔적이 뭐니? 혹시 태어날 때부터 있던 거니?' 하고 물었다. 나는 그건 어렸을 때개한테 물린 거라고 대답했다. 대학에 들어갔을 때도 학교 친구가 내 등을 밀어주다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네 등에 하얀 토끼 한 마리가 있는데 되게 선명하다."
나는 또, 그건 어렸을 때 개한테 물려서 그런거라고 말했다.

저녁때, 아버지가 방목했던 양을 몰 고 돌아와, 개가 나를 물어 다치게 했다는 걸 알고, 개를 반쯤 죽도록 때렸다. 때리면서도 한편으론 교육하여 말했다. "너를 기르는 건, 늑대를 물라고 하는 거지 사람을 물라고 하는 게 아니야!"

내가 개에게 물린 다음, 엄마는 매일 저녁 내 내의를 잡아당겼는데, 바로 개한테 물릴 때 입고있었던 그 꽃무늬 옷이다. 그 옷은 이미 개에게 뜯겨 여덟  조각이 났었는데, 엄마가 세심한 바느질로 한 땀 한 땀 꿰매어 놓았다. 엄마는 그 옷을 손에 들고 내가 개에게 물렸던 곳을 만지며 나를 위해, 혼(魂)을 큰소리로 불렀다. 말인 즉, 나의 혼이 놀라서 도망가 버렸으니, 꼭 소리쳐 불러서 되돌아오게 해야 한다고 했다. 연속해서, 소리쳐 부르기를 일곱 날째 밤까지 했고, 그러자 혼이 다시 내 신상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때, 이후 나는 개만 보면 무서워서 어쩔 줄 모른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면,  개가 덤벼들까 봐 겁이 나서 덜컥 숨이 막힌다. 개 옆을 지나갈 때는, 조마조마해서 한 발짝 한 발짝 갈 때마다 고개를 들 려 다시 본다. 개가 몰래 미끄러지듯  따라와 물까 봐 겁이 나기 때문이다.

개가 나를 물던 그 때, 그것이 어둠 가운데 운명적으로 정해진 일인지도 모른다. 그때, 양호 구에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마을에는 드믄드믄 떨어져 살아가는 18호의 인가가 있었다. 엄마는 그 아주머니와 걸어가면서 말했는데 '여기는 이상한 곳이에요, 멀고 황량하기도 해서, 사람이 살긴 하지만, 어느 집 색시가 여기로 시집오려고 하겠어요? 만약 어떤 색시가 여기로 시집을 온다면, 이렇게 황량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거고, 멀다는 걸 알았다 해도 이렇게 터무니없이 멀지는 모를 거예요. 겨울이 되면 황당하게 춥고, 여름이 되면 황당하게  덥고...' 엄마는 덧붙여 말했다. "내가 과년한 딸이 있다면, 황하에 밀어 처넣는 한이 있어도, 여기로 시집보내지는 않을 거예요."

이십 년 후, 나는 양호구 탄광으로 시집을 왔다. 처음 나의 상처를 깨끗하게 닦아주고, 싸매 주었던 바로 그 탄광이다. 게다가 거기서 일한 지 5년이 지났다. 이때의 양호구 탄광은 이미 규모가 작지 않은 현대식 채탄 시설을 갖추는 기업으로, 현(县)과 맞먹는  재정  수입을 갖는 기간 기업이 되었다. 당연히 교통도 편리해져서 우리는 쉽게 현성에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되었다. 탄광의 소형 자동차 타는 것 말고도 수시로 탄광의 대형차를 잡아 탈 수 있었다. 오토바이  역시 많이 보급되어 대부분 가정에 모두 오토바이가 있었다.

 

그런데 어쩌면, 엄마는 내 혼담이 오갈 때, 이십년 전에 했던 그 말을 진작 잊었나 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왜 나를 황하에 밀어 넣지 않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