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북방 평원에서, 누각을 보기는 매우 힘들다. 북방인들은 실용을 중시하기 때문에 조용하고 넓은 땅에 집을 지을 때, 대부분 평평한 지붕으로 지으며, 기와집 마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평지붕 집은 그 온건하고 단정하면서도 장중한 외형과 속성으로 단단하고 거친 대지와 한데 어울려, 사람들에게 안전감, 무거운 느낌, 두터운 느낌을 준다. 이것은 바로 북방 남자들과 궤를 같이하는데, 거친 손과 큰 발, 큰 키와 긴 다리 그리고 일율적으로 넓은 어깨, 넓은 등, 커다란 허리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네모난 얼굴은 사람을 보아도 경솔하게 말하거나 웃지 않는다.
남방 남자들처럼 잘생기고, 학문이 깊고 의젓하며, 재주 많은 것과는 다르다. 이것이 바로 그지 방의 풍토가 그 지방 사람들을 길러 낸다는 것이다.(본문: 一方水土养一方人)
탁한 황하(黃河) 물과 거침없이 말을 달릴 수 있는 넓은 보리 재배지, 숲처럼 빽빽이 늘어선 옥수수와 수숫대, 그 땅이 낳아서 기른 남자와 여자, 그들이 지어놓은 집에는 한 가지 맛이 있다 ----- 묵직하고, 든든하며 실용적이지만, 낭만이 부족한 숨결 그리고 우아하고 젊잖음이 결핍된 그런 맛.
네모 반듯한 평지붕은 탁 트이고 믿음직하며, 오르기 편하고, 수리하기 쉽고, 보리 수확철에는 평지붕 위에서 보리를 말릴 수 있고, 가을에는 옥상에 옥수수를 널어놓을 수 있다.
산동성, 서남 평원에서는 어느 시골마을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집집마다 모두 이런 작은 부락에서, 질서 정연하게 나눈 택지에 네 간(間:넓이를 재는 단위로 대개 6척 정도)의 안채 가운데 방, 두 간의 서채 혹은 동채, 한 간의 부엌, 한 간의 마구간 혹은 돼지우리, 밖에 하나의 크거나 작은 문루(門樓: 대문 위의 다락집)---- 문루는 건물로 치지 않는다. 평평한 지붕의 대문 통, 그리고 본채와 사랑채의 지붕은 한데 연결되어있고, 통로 역할을 하는 천당(穿堂)에는 수시로 바깥에서 바람이 거침없이 들어온다. 바람이 불면 마당에 널어놓은 침대보가 화라락 소리를 낸다. 집들이 모두 똑같은 구조와 짜임새를 갖고 있고, 똑같이 꾸며 놓았다. 집집마다 마당에는 처마 부근에 사다리가 하나 세워져 있다. 이이들은 학교가 파하면, 책가방을 부뚜막에 던져놓고, 사다리를 타고 옥상에 올라가 대추나무에 기어 올라가 대추를 실컷 따 먹는다. 옥상에는 황금빛 옥수수를 널어 말리거나, 선인장을 키우기도 한다. 십여 년이 지나도록, 고집스레 자랐면서, 물을 뿌려주지 않아도 말라죽지 않는다. 말라죽기는커녕, 여름이 되면 아름다운 꽃송이가 나오고, 꽃송이 아래에서 기둥모양의 과실이 생겨나고, 잘 익었을 때, 안에 있는 씨는 석류 씨와 비슷하다.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맛이 있다.
우리 집도 이런 천편일률적인 평평한 지붕의 집중 하나였다. 날씨가 맑았을 때, 나와 동생이 옥상에 올라가 뛰고, 던지고, 쿵쿵거리며 놀았는데 거기는 우리들의 오락장이 되었다. 비가 올 때는 덮어놓지 않은 집 안의 빗물은 바깥보다 훨씬 많았다. 우리는 매번 옥상에 서서 멀리 바라보았다. 보이는 것이라곤 말이 마음껏 달릴 드넓은 평지와 한눈에 들어오는 마을 전체의 옥상이 만든 지평선, 마치 발을 들기만 하면 담을 넘고 용마루를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았고, 마을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원에서 용마루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후에, 나는 영화에서 남방 가옥을 보았다 ---- 봉황의 나무 받침대 위에 지은 집, 안휘성의 청기와와 백색 담, 강소, 저장성의 다락집과 기와집.... 그 집들은 대부분 언덕에 지어졌는데, 집들은 지세의 기복에 따라, 용마루에 일율적으로 추녀와 지붕받침이 있고, 구조가 정교하다. 집들은 평지붕 집이 드믈고, 대부분 2층 3층의 작은 다락집이다.지붕은 일율적으로 들쑥날쑥하고 사람 인자(人字) 형태로 집 꼭대기에 서있다.
먼데서부터 가까이 둘러보면, 완만하고 우아하며, 들쑥날쑥해서 운치가 있다. 옛 풍물을 살린 무협영화에서 추녀와 담벼락을 넘나드는 협객이 활약하는 무대는 언제나 이런 다락집 용마루이다. 나는 북방의 평 지붕 위를 날아다니는 협객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남방의 가옥과 북방의 가옥의 구조 차이는, 이것 하나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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