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은 예극(豫劇:중국 허난 지방극) 듣는 것 외에는 특별한 취미가 없었으나, 일생동안 서예를 사랑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붓글씨 연습을 해왔고, 군대에 가서도, 부대에서 연습을 놓지 않았다. 제일 뛰어난 것은 음력 설날 집안에 붙이는 대련과 크게 쓴 희(喜) 자였다. 그의 서예는 독특한 점이 많았다. 수수하면서도 힘찼으며, 평온하면서도 총기가 번뜩였다. 지금 내 서재에는 여전히 그의 작품이 걸려있다.
만년에 그는 거의 매일 오전, 붓글씨 쓰는 친구들과 함께 옥연담 공원 정문 앞에서, 자기가 만든 스펀지 붓과 작은 물통으로 "지서(地書: 땅바닥에 쓰는 글씨)를 썼다. 장인으로서는 스스로 즐기고, 서예 친구들과 교제하는 방법이기도 했는데, 북경 지서협회에 가입도 했다.
2007년 가을, 그는 같이 글쓰기를 연습하던 적지 않은 서예 친구들이 작품집 내는 것을 보고, 상당히 마음이 동했는지, 내가 책 한권 낼 것을 권고하자 일생 근검절약하며 살아온 장인이었지만, 흔쾌히 동의하였다.
나는 얼른 출판사를 알아보고, 자비 출판을 했는데, 그의 군대시절 찍은 오래된 사진과 서예협회 가입증, 수상 증명서를 작품집 전면에 배치했다.
나는 이것이 장인의 일생에서 유일하게 자기를 종결하고 전시하는 기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작품집이 나오자, 장인은 너무 좋아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이 작품집을 묵묵히 고향에 있는 조카, 군대 시절 전우들에게 나누어 우송할 뿐이었다....
나는 지금도 긍정적인 에너지로 충만한 장인의 작품을 응시하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 앞에 짙은 눈썹 아래 선량했던 그의 두 눈이 떠오른다.
장인과 나는 교류가 별로 없었다.
2006년, 초봄, 나는 그를 데리고 병원에 검사를 하러갔는데, 그때 그가 악성 종양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몇 번 수술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어보았지만, 그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수술 후, 그는 병상에 누워 편안하고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병세가 어떤 상황인지는 한마디도 묻지 않았고 의사가 하라는 대로만 따랐다.
나는 도무지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일체 모든 것을 가슴속에 묻어두고 참을 수 있는지? 설마, 정말 어떤 요구도, 생각도 없는 것인지?
어느 날 오후, 그의 병상 옆에 있었는데, 마침 누가 앞으로의 치료 방안을 의논하자고 전화했다. 나는 바로 장인에게 물었다. "아버지, 일주일 지나고, 종양내과 치료에서 회복 치료로 덤어간다는데, 아버지 보기에 그래도 되겠어요?"
그는 다만 이렇게 한마디 했다. "나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이제는 나에게 신경쓰지 말고, 직장일이나 열심히 해라. 어떻게 하더라도 나는 섭섭하지 않다!" 이 말은 장인이 얼굴을 마주하고, 처음 나에게 한 칭찬과 긍정의 말이었다. 십여 년이 지났지만, 그 노인네는 나를 어떻게라도 평가하지 않았고, 나를 입에 올린 적도 없었다. 하지만, 마음속은 분명했다.
나는 그가 말한 것이 진심에서 우러난 것임을 알고있다. 일생을 평탄치 않게 살았던 장인은 여러 가지 인생의 비바람을 경험했는데, 어떤 일이라고 꿰뚫어 보지 못하겠으며, 어떤 이치라고 밝게 생각하지 못하겠는가? 가장 나를 경탄케 한 것은 어떤 때라도 모두 긍정적으로 생각한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그의 인생의 신념을 지탱해주었을 것이다. 이것은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장인이 나에게 남겨준 마지막 한마디였다.
청명절, 북경, 시링(西邻)의 만불원(万佛园).
산은 조용하고 굳세게 서있고, 맑고 깨끗한 시냇물이 졸졸 흐른다. 그야말로 얻기 힘든 편안히 쉴 땅이다.
장인 어른, 여기 "지서(地書 :땅바닥 글씨)" 한번 쓰시지 않겠습니까?!
原載 : < 무명(無名) > 2015.제1집.
작가 罗元生 -1969년 안휘성 숙송현 출신 작가. 한족,중국 공산당원. 군사경제학원 졸업후, 1987년 부터 작품 발표. 산문, 보고문학 위주 작품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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