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천륜(天倫)의 행복은 그 끝이 영원하지 않았다. 2012년, 설을 쇠고, 막 아버지를 고향에 보내드리고 나자, 가슴 아픈 일이 바로 일어났다. 아버지가 감기로 끊임없이 구토를 해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더니, 유문암이 발견되었고, 그것도 말기라 하였다.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큰 형의 전화에 혼비백산하여, 나는 즉시 우한에서 비행기로 쓰촨 성으로 갔다. 아버지의 병세는 매우 위중하여, 나는 거의 멘붕이 왔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나는 사방에서 돈을 구했고, 의사에게 아버지의 암 제거 수술을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러자, 의사는 나와 형에게 몇가지 유의사항을 말했다.
첫째, 할아버지가 80이 다 되었고, 고혈압이 있으니 당장 가슴을 여는 대수술은 불가능하다. 둘째, 일정기간 혈압을 조절하여 혈압이 떨어져야 수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이 성공한다 해도 생명은 반년 내지 일 년밖에 유지되지 않는다. 셋째, 만약 수술하지 않고, 안정 요법을 하더라도, 역시 생명은 반년 내지 일 년 정도는 유지된다. 넷째, 암세포가 확산, 전이된 정도를 알 수 없는데, 만약 전이가 심하면, 할아버지의 혈압이 떨어졌어도 수술은 불가능하다. 다섯째, 설령 수술 조건이 완비되어 수술을 했다 하더라도 수술이 성공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일이 어쩌면 이렇게 복잡한가?
나와 형은 갑자기 멍해졌다.절망은 예리한 칼처럼 골수를 찔렀다. 아버지가 충격을 받을까 겁이 나서 우리는 눈물을 감추고 즐거운 척하면서, 그에게 암 증세라는 걸 숨기고, 그저 위(胃) 일부에 사소한 염증이 있다고 속였다.
아버지가 죽느니만 못한 삶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나는 아버지를 보살펴 드리기 위해, 이를 악물고, < 지음(知音) > 잡지사 수석 편집인 직을 사직하고, 쓰촨 성으로 돌아왔다.
잡지사 편집부가 우한(武汉)에 있는데, 내가 계속 사천성에서 아버지 뒷바라지를 하는 걸 보고 아버지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너는 어째서 우한으로 돌아가, 출근하지 않니? 너 나를 돌보느라, 일이 지체되면 어쩌려고 그러냐?"
나는 감히 내가 이미 사직했다는 사실을 아버지에게 말 할 수 없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나는 청뚜(쓰촨 성의 성도)로 전근되었어요. < 지음 > 잡지의 쓰촨 성 특파원 일을 맡게 되었는데, 여기 기자실 에는 오직 나 혼자 밖에 없기 때문에, 출근 체크도 안 하고, 자기가 알아서 일만 끝내면 돼요. 업무 시간이 아주 자유롭죠."
유문암 말기 환자는 잘 삼키지 못하고, 재채기, 구토를 많이하며, 식욕 부진 증세가 있다. 쓰촨 성에 돌아간 후, 나는 아버지를 돌보는 중임을 맡았고, 의사에게 건의했다. 중의(中醫: 중국 전통의학) 약으로 치료하는 상황에서, 유문암의 전통 중의학 처방을 연구해 달라. 목적은 부친의 암세포 확산을 억제시키고, 나아가 발병 이전처럼 건강하게 되돌리려는 것이다.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막기 위해, 나는 반하, 죽여, 선복화, 대자석, 침향, 아목, 백화사설초, 반지연 등 백가지의 중의(中醫) 약을 연구했고, 그 속성, 약성, 용법과 용량을 연구했다. 반충, 담수 등 암세포를 독을 독으로 공격하는 치료용 독약을 연구하고, 시험 복용도 해보았다. 게다가 저명한 중의학과 중의 전문가의 지도로 처방하여, 아버지를 치료했다.
가슴을 찌르는 무거움 속에서, 눈 깜빡하는 사이에 두 해가 지나갔다. 뭉텅 뭉텅 들어 간 돈은 약 끓이는 연기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월이 지나면서, 아무 가치 없는 약 찌꺼기로 변해버렸다. 독학으로 의사가 다 된 나는 정성을 다해 아버지를 치료했다. 아버지의 병세는 크게 완화되었고, 의사가 말한, 수술을 하든 안 하든 반년, 또는 일 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신화는 깨졌다.
하지만, 나의 노력은 결국 강하고 잔인한 암을 이겨내지 못했다. 2015년에 들어서자, 아버지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했고, 더불어 몸이 쇠약해져서, 걸어 갈 때도 꼭 휠체어를 타야만 했다.
뒤돌아 보면, 아버지 혼자서 생활하는 존엄은 병마에 잔인하게 붙잡혔다. 무거운 중병은 그가 먹고 싸는 것, 모두 침대 위에서 해결하게 만들었다. 사람이 마른 정도가, 거의 피골이 상접해져서, 들어가고 나온 부분이 마치 인체 표본을 깎아 놓은 것 같았다. 아버지가 점차 사람 모습을 잃고, 쇠약해지는 것을 보고, 나는 자주 아버지를 등지고 슬픔에 소리 없이 눈물을 삼켰다.
아버지가 대소변을 못가리기 시작하자, 아버지는 정말 미안해했다. 하지만 병이 위중해지면, 존엄이고 뭐고 없어진다는 것을 군의관이었던 아버지는 잘 알고 있었다. 결국 그는 어쩔 수 없는 잔혹한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눈가에 몇 방울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자식에게 누를 끼치는 것을 자책하는 탁한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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