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주전자, 한 사람.
혼자 거리에 면한 음식점에 앉아, 창 아래 지나가는 넓은 세상의 인간 만상을 바라보는 것은 하나의 재미이다. 북적이는 도시에서, 개미처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무리를 보고, 또 강속을 붕어가 쏘다니는 것 같은 차량들을 보고 있으면 혼자만의 한가로운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옛사람은 인생을, '고요하고 쓸쓸함은 얻기 힘들다(难得寂寞)'라고 했다. 이는 대개, 사람이 노년에 달한 후 걸어가는 일종의 경지이다.
전에, 아직 내가 혼자 술을 마시는 습관이 없었을 때, 나는 자주 빈번하게 술잔을 부딫치는 소리를 들으며, 기분 좋은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다. 기억하기는, 1990년대 초, 나의 서재에서 20여 명의 친구들이 모여, 모두 일일이 잔을 쳐들었고, 기쁨과 흥이 다해서야 각자 떠나갔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친구들은 모두 노년에 접어들었다. 그렇게 흉금을 터놓고 신나게 마시는 모임은 한번 가버리니 다시 오지 않았다. 어떤 친구는 일찍 천당에 갔는데 예남(叶楠), 주춘우(朱春雨) 같은 사람들이다. 나는 자주 서재에서 술을 마시며 신나게 얘기하던 그 녹화 테이프를 돌려본다. 왕몽(王蒙),장길(张洁)은 술을 마신 후 호탕하게 웃고 있고, 이국문(李国文)과 유심무(刘心武)는 술잔을 앞에 놓고 낮게 대화하고, 모옌(莫言 노벨문학상 수상), 장항항(张抗抗)과 양소성(梁晓声)은 술이 올라 뺨이 불그레해 있고....
이 화면들을 보느라면, 나는 언제나 지난날의 추억에 잠기고, 정신적 즐거움을 느낀다. 이렇게 느끼는 이유는 사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진정한 술친구(酒的知音)가 점점 사라져 갔을 뿐만 아니라, 전에 술을 잘 마셨던 친구들도 대부분 점점 과학적으로 살면서 근육과 혈맥을 풀어주는 좋은 술을 장수의 큰 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생명의 궤적을 바꾸고 싶지 않다. 그 이유는 나는 아직 죽지 않고 이십년의 고생스러운 길을 "초과 복무"하는 사병, 벌써 "가성비"가 증명된 체질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두려움도 없이---- 친구들의 술을 기피하는 행위와 정반대로, 매일 적당하게 두잔씩 마신다. 한잔 술에 중국 미주(美酒)의 감미롭고 상쾌함을 즐기는 동시에 인생의 여러 가지 맛을 느끼고 깨닫는다.
혼자 술을 마시다 보니, 적지 않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한번은, 내가 일층 음식점에서 혼자 앉아있는데, 술로 기분이 좋아질 즈음, 갑자기 친숙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게 바로 해암(海岩) 아닌가? 그 역시 나를 발견하고, 역시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는 내 낡은 술병을 보더니, 무슨 술을 마시고 있느냐고 물었다. 내가 대답하기를 "거적으로 쌌어도 금은보화"라고 했다. 휴대하기 편하고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않으려고, 나는 마오타이 술을 작은 병에 따라서 담아왔던 것이다. 술집 여사장은 문학광이어서, 이미 해암이 쓴 텔레 비극 < 영원히 눈을 감지 못하다 >를 보았기 때문에, 돈을 안 받는 것은 물론, 일부러 집으로 뛰어가 디지털 카메라를 가져와 같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녀는"과연 진인(眞人)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더니, 원래 겉치레가 없으시군요. 처음 우리 집에 식사하러 들어 오실 때, 나는 어느 회사 문지기인 줄 알았어요. 선생님들은 정말 '거적으로 싼 금은보화' 예요. 해암 선생님 차림을 보니, 글쎄 말단 사무원 같지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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