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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때늦은 각성 ; 迟到的觉醒 (二) : 끝 向迅

모든 것이 단 하나만 있지는 않다. 나는 이곳 북방의 작은 도시로 오기 1개월 전, 자기를 찾아가는 내용의 또 다른 소설을 하나 읽었다.
9월이 끝나기 하루 전, 나는 발해 해변, 코발트 빛 밤하늘 아래, 파울로 코엘료의 우회 소설 < 연금술사 (중국어 원문; 양치기 소년의 환타지 여행) >를 읽다가 책을 덮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나는 소설의 주인공 산티아고가 나와 많은 부분에서 겹쳐 있다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20년 전, 나역시 양치기 소년이었고, 무궁무진한 환상으로 충만된 생활, 양을 풀어놓고 나서 무수히 꾼 아름다운 꿈, 심지어 은밀히 알고 있던 가족사에 있는 "감추어 놓은 보물"에 대한 전설...
확연히 다른 문화 배경과 생활 환경에 처해 있는 것 만 다를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책의 주인공과 내가 몽상하는 태도를 결정했고, 판이하게 다른 결말로 이끌었다.

양치기 소년 산티아고는 수년간 황폐한 작은 교회당 안에서 꾸었던 꿈이 진짜라고 믿었다. 그래서 양 떼를 팔아버리고, 바다를 건너 아프리카에 가서, 보물을 찾는 길로 들어섰다.----- 시작부터 순풍에 돛배처럼 되도록 운명 지워진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는 모로코, 탕헤르에 도착하자 마자, 좀도둑에게 가진 재물을 몽땅 털리고, 망연자실해 넓은 광장에 서있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크리스탈 가게에 가서 견습공이 되었고, 그런 다음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자 군대에 납치되고, 전쟁 난민에게 금을 탈취당하는 등, 수많은 예기치 못한,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는 여러 차례 인생을 포기하려 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궁리하다가 마음이 부르는대로 그대로 따르기로 한다. 결국, 그의 꿈은 이루어져서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을 완성한다.

하지만 나는 산티아고 만큼 컸을 때, 어떤 시골 중학교에서 각양각색의 난해한 수학공식을 외우느라 정신없었고, 생소한 영어 단어를 하나하나 외우느라고 골치가 아팠다. 게다가 집을 떠나 멀리 가 본 적도 없고, 바깥세상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굳이 비교해서, 이 이국 소년을 말하자면, 과거의 나는 바로, 영원히, 메카로 성지 순례를 떠나는 신성한 일을 가슴 속에만 묻어두고 여태껏 행동에 옮길 생각을 못하는 크리스털 가게 사장이었다.

이 전세계를 풍미한 소설이 우리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꿈과 신념을 찾아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 근원을 따져보면, 그것은 또한, 자기를 찾고, 자기를 인식해가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이야기는 예상 밖의 결말에 이르는데, 제일 좋은 설명은 ---  산티아고가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보물은 결국 그가 당초에 꿈속에서 보았던 낡은 교회당의 무화과나무 아래 묻혀있었던 것이다. 이런 경험은 '내가 우연히 한 장의 엽서에서 보았던 한 구절'을 실증한다.
"세계를 돌아다녀도, 그것은 내 마음 속을 향해 걷는 길."

이 이야기는 확실히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은 나에게 " 천명(天命:주어진 운명)", "하느님의 기적", "우주의 언어"라는 상대적으로 추상적인 세 가지를 알게 해 준 것이다.
나중 두가지는 나에게, 성장과정 중에 발생한 곤혹스러운 문제와 마주했던 일을 연상시켰다. 또 천명은 나의 신세와 혈연으로 인한 망연자실함을 확실히 가리킨다.

덩치 큰 남자"지이.로랑"은 자기 일생의 수수께끼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단서가 끊어지자 자신에게 이렇게 반문한다.
"나는 이미 내 일생을 보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저 주말 한밤중 따뜻한 공기 속을 흘러 다니는 유령에 불과했구나. 무엇 때문에  이미  끊어진 유대를 다시 엮어서, 놓여진 죽음으로 가는 길을 찾으려 하는가?"

이 물음에서, 우리들이 왜 천명의 참뜻을 이행하려 하는가를 도출했다.
비록 "지이.로랑"같이 자각하지는 않았어도, 나는 결국 삼십 세 되는 해에 운명처럼 깊은 망연자실 감에 빠졌다. 세속 생활의 편안하고 확실함에서, 홀연히 몸을 드러내어 자기의 천명을 읽은 것이다.

나의 천명과 "지이.로랑"의 천명은 성질이 서로 같다.
만약 한사람이 대지를 걸어가며, 자신의 족적을 보지 못한다면, 몸 뒤에는 텅 빈 황야만 있던가, 혹은 어두컴컴한 깊은 웅덩이만 있을 것이다. 그것은 어떤 공포스러운 느낌을 줄까?

나는 '그때'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