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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성장 세월의 상흔 (원제.植满时间的疼痛) : 阵新-1/10

 

 

어듬이 짙어지자, 끝없는 걱정이 답답하고 후덥지근한 천지를 덮었다.
사천성 북부 남충현 대통마을 망루골에는 쇄곡평(晒谷坪)이라고 부르는 평평한 구릉이 있다. 여기에 한 아랫도리만 걸친 남자아이가 들개처럼 몸을 웅크리고 몇 군데 참억새가 톱니처럼 돋아난 풀더미 틈 위에 누워있었다. 그는 한 번은 눈물로 몽롱해진 눈으로 누운 채 어둠의  장막 너머 머나먼 별들을 바라보다가, 한 번은 슬프게 그가 안 보이게 가린 외부, 집 방향을 바라보았다. 야트막한 기와집에서 바람 통하도록 뚫어 놓은 담벼락 틈으로 가물가물 한줄기 석유등 빛이 보였고, 그것은 혈육의 정이 그와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침울하고 캄캄한 어둠을 뚫고 등불 빛을 따라 그의 부친이 그를 저주하는 소리도 같이 들려왔다. "그놈이 어디 있든지, 눈에 뜨이기만 하면 때려죽일 거야!"

이게 어찌 아버지라 하겠는가?

그가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원인은 그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오직 제욕심만 차리려고 자기 고집대로 고등학교 진학 원서를 썼기 때문이다.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 시험까지 치고 싶었으며, 자기 미래의 인생을 낭만적 기분대로 차례차례 이루고, 성공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부친은 성적이 뛰어난 그의 아들이 중전(中专,2년제 실업 중등전문학교)을 지원하리라 생각했다. 중전에 들어가면 국가 양곡을 받아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안의 부담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부친은 고루한 경험에 의존, 난폭하게 그의 미래를 간섭했고, 그는 속으로 울화가 치밀었다. 부자(父子) 두 사람 말이 틀리니, 그는 성질이 불같은 아버지에 의해 집에서 쫓겨난 것이다.

모기는 폭격기처럼 그의 몸 주위를 돌다가 시도 때도 없이 급강하했고, 기회를 엿보다가 탐욕스럽게 물어뜯었다. 그는 마음이 아프고 난감했으나 자기 몸을 보호할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과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이 전신을 휩쓸었고, 그의 어리고 유치한 마음은 슬프고, 초조하고, 절망으로 가득 찼다.
....

이 일이 발생했던 때는 1980년대 말, 어느 여름에 있었던 실화이다. 이야기 속의 아이는 바로 나다.
원래 인생의 봄이란 따듯하고 꽃 피는 계절이지만, 나는 누렇게 시든 나뭇잎처럼 처량한 가을을 보냈다. 세월이 어떻게 바뀌었든, 소년 시절의 이런 아픔은 깊이 내 가슴속에 새겨졌다. 그때의 나는, 아버지를 증오했고, 이런 한(恨)은 나의 성장과정에서 그림자 처럼뗄 수 없는 것이다.

속담에 멀리는 물이 무섭고, 가까이는 귀신이 무섭다고 했다. 비록 귀신이란 것은 본래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만, 외지고 먼, 망루골에는 , 곳곳에 귀신과 관련된 전설이 있었고 노인들에게 숫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공포가 마음속에 뿌리내려, 날만 어두워지면 나는 언제나 어둠 속에서 귀신의 어른거린다고 느꼈다. 그것들은 모였다 흩어졌다 일정치 않았는데, 무서워서 감히 밖에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밉살스러운 아버지가 어느 때, 내가 말을 안 듣는다고 혼내려고, 한밤중에 문밖으로 나를 내보내서, 묘지 근처 자경지에 가서 토끼에게 줄 무 잎사귀를 따 오라고 했는데, 만약 가지 않으면 바로 얻어맞았다.

아버지에게 얻어맞는 것은 전혀 재미없는 일이다. 보통 사람은 상상도 못 하겠지만, 나는 성장하는 세월 중에 아버지에게 말을 안 듣는다는 구실로 언제나 얻어맞았다. 맞아서 푸르뎅뎅하게 멍이 들고, 또 맞아서 빨갛게 되고 하여간 성할 날이 없었다. 제일 심했던 것은, 한 번은 그가 한뿌리의 가지가 넓은 대나무 막대기로 내 엉넝이를  죽죽  자국이 나도록 때렸는데, 내  엉덩이는 맞아서 살인지 피인지 모를 지경이 되었고, 상처와 핏물이 팬티에 눌어붙어 딱지가 생기기까지....

육체적인 고통을 피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간담이 썰렁한 귀신의 위협을 무릅쓰고, 혼자서 캄캄한 밤에, 귀신 이야기로 흉흉한 자경지에 가서 토끼가 먹을 풀을 뜯어오는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귀신에게 놀라 죽는 편이 아버지에게 맞아 죽는 것보다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