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정말 형편없이 엉망이 된 달이다.
5월의 찬미할만한 새벽 (그건 아마 먼 데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으로 편안했던 깊은 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한 무리의 오랫동안 매복해있던 떼강도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갑자기 뛰쳐나와 나를 인질로 잡았다. 나는 무슨 일인지 몰랐고, 뒤늦게 반항해 보았지만, 어쩔 수 없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직전까지, 어떤 조짐이나 징조도 없었다. 대략 2~3년 전 또는 훨씬 이른 시절에 납치범들은 경고를 한번 했었다. "두고 봐, 너 한번 된통 당할 거야!"
이런 서술이 어쩌면, 사건의 진상에 훨씬 가까울 것이다. 나는 진작부터, 이런 위기가 곳곳에 숨어있는 나날이 올 줄 알았다. 이건 내가 처한 현실의 환경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판단이다. 오직 무력하게 변해야 하는....
이런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생각지 못 했다. 그것이 나에게 끼친 영향은 내가 오랫동안 계속 허송세월을 하도록 만들었다. 나는 이런 사실을 한 동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당연히, 내가 진짜 납치범을 만난 것은 아니다. "한차례 망연자실"이 큰 거리에서 나에게 정면으로 부딪혀왔다. 이것은 나 혼자 맞닥뜨린 일인 만큼 대중과는 무관하고, 이 때문에 어떤 소동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확실히 납치의 성질과 별 차이도 없었고, 그 영향은 실로 엄중했다.
오래 지속된 헛된 심리전은 거의 나를 정신적 붕괴 상태로 내몰았다.
그 새벽이 시작된 후, 나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마음속에 걱정이 태산 같았다. 온종일, 차와 식사는 생각도 나지 않았고, 불안 초조했으며, 엎치락뒤치락 뒤척이며, 기나긴 밤을 보내게 될까 걱정했다.
그러다가, 동틀 녁이 되면 공포로 충만했는데 ---- 그 의미는 새로운 하루가 사라져 버렸다는 뜻이다.
이런 느낌은 정말 나쁘다. 적지않은 사람들이 지속적인 불면과 고통에 시달려 생명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 이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제일 쉽고, 처참한 방식을 이용해서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보려는 것이다.
나는 비록 막다른 코너에 몰 리지는 않았지만, 벌판에 망연히 서있는 것 같았다. 분명, 무형의 정신적인 족쇄가 채워지거나, 그렇지 않으면 유령, 마귀에 홀린 것 같았다. 그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심신을 괴롭히고 나를 밤낮으로 심판대에 보내어 정신적 고문을 받게 했다.
이번 경우는, 살아 있으면서도 한쪽 발이 밑이 인 보이는 깊은 늪에 빠져 무력하게 발버둥 치며, 무력하게 비틀거리면서, 하늘의 처분만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 달에는, 정말 얼음같이 차가운 시간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정말 원망스러운 시간이었다. 죽어야 할 시간이었다. 내가 어떤 잠자리 자세를 취하든, 머리를 어떻게 감쪽같이 속이고, 귀에 무엇을 끼우든, 내게 얼마나 적극적인 심리적 자기 암시를 하든 아무 쓸모가 없었다.
나는 언제나 시계의 바늘이 가고 있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재깍----재깍----재깍----
그 소리는 마치 종탄처럼 휙휙, 소리 내며 지나갔다. 그 무형의 시계, 그것이 마치 내 머리 위에 걸려있는 것 같았으며, 나의 맥박 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로서는, 한번도 시간을 이렇게 긴박하게, 이처럼 빠르게 흘려보낸 적이 없었다. 비록 내가 매시, 매 순간 고통 때문에 살고 싶지 않은 상태였던 것은 아니지만, 하루를 일 년같이 느꼈던 것은 맞다. 이것은 실제, 하나의 패러독스(역설)이다. 나를 그토록 살고 싶지 않게 한 연유는, 바로 시간은 빠르게 사라지지만, 만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달력이 한장 한 장 젖혀지면서, 촉박해지는 나날, 나는 이번 생에서 가장 귀한 것이 이와 같은 속도로 나와 급속히 작별하고 있다고 느꼈다. 게다가 앞으로는 그것들은 기껏 기억의 형식으로만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허전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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