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가(大河家)는 황하 나루터 중 하나다.
해마다, 넓은 서북의 황토 고원을 방랑하는 중에, 대하가는 점점 나의 필수 경유 코스가 되었다. 그곳은 지리 교사들은 이해 못 할 것 같지만, 숨겨진 지리(地理)의 중추라고 할만하다. 비록 한쪽에 치우쳐 있고 빈궁하지만, (이걸 알리려는 게 아니다), 대하가는 교통의 대동맥에 있는 명소, 무엇보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원시를 품고 있는 곳이며 중국과 소통힌 흔적도 드러나지 않았다.
일단, 이곳을 많이 알고, 친숙해지게 되면, 사람들은 이곳을 그리워하게 된다.
반년, 일년 오랫동안 떨어져서 못 보게 되면, 특히 나처럼 이번에 조국을 떠난 지 이년이나 지나게 되면, 귀국하는 순간부터, 바로 그들이 나를 소리쳐 부르는 것 같다. 실제 소리쳐 부르는 소리를 듣지는 못하지만, 감각으로 느낀다. 아직 발꿈치를 붙이고, 짐을 풀기도 전이라, 바로 그것들을 보러 갈 수는 없지만 글로 나마 그들과 교류하려 한다.
대하가는 감숙성 남쪽 가장자리 경계에 있는 회(回) 민족의 작은 진(鎭 :면 정도의 작은 도시)이다. 밀집한, 다져놓은 땅에 농가들이 들쭉날쭉 줄지어 있고 몇 가닥 큰길과 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거리 한 모퉁이에는 흙먼지가 날리는 공터가 있는데, 거기가 바로 유명한 대하가 장이다. 장이 서면, 점포가 무리를 이루고, 인마(人馬)가 붐비는데, 모인 사람들 반 이상이 하얀 모자를 쓴 회민족이다. 모스크의 첨탑이 푸른 백양나무 꼭대기 너머 높이 솟아있는데 원근 열대여섯 이상의 첨탑이 보인다. 오직 첨탑의 내용을 잘 아는 사람만 하나하나의 원류, 파별과 역사를 안다.
당연히, 어떤 황하 나루도 사람을 흥분시킨다. 하지만 대하가 나루는 풍경이 넓고 시원하며, 사람을 처량하게 만들고, 넋을 빼놓는 그 무엇이 있다. 그뿐 만이 아니라, 온화하고 자연스러워 사람들에게 편안한 힐링을 가져다 준다.
몇 곳의 시골 골목이 한 곳으로 모이는 형태로 장이 서고, 장을 나와 백보만 가면, 바로 황하가 표효한다.
여기서 나룻배를 기다릴 때, 감숙, 청해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동시에 회(回)족, 장(藏)족 두 민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대하가 장 옆으로, 한쪽은 감숙성, 황토에 푸른 나무가 있고, 하얀 모자를 쓴 회족(回族)들이 온종일 가파른 언덕에서 바쁘게 일한다. 대하(大河) 맞은편은 청해성, 붉은 바위가 겹겹이 우뚝우뚝 섰고, 검은 복색을 존중하는 장족(藏族)들이 가물가물 산길에 나타났다 사라진다.
대하가는 청해의 땔나무와 약재를, 반듯한 뿔이 달린 티벳 양과 감숙성의 대파, 배추를, 향기 짙고 잎이 넓은 차를 ---- 굉음소리를 내며 거칠게 흘러가는 황하 위에서 전달한다.
강 위 허공에 문고리같은 굵고 튼튼한 쇠줄이 한가닥 걸려있다. 기다란 목선에서 걸려있는 줄을 잡아당겨, 황하 물결이 부딪치는 힘을 빌어, 방향타 하나만으로 양안을 오간다. 배가 중류에 들어갔을 때의 경치가 장관이다. 나뭇잎처럼 흔들리는 나룻배 위에서 선객들은 널빤지로 된 커다란 타로 교묘히 힘을 분산 켜 황하의 엄청난 물의 힘을 가로 건너갈 수 있게 한다.
여기서는 승객의 직업에 따라 승객을 지칭한다. 보리 베는 사람은 보리객, 어르신은 선객, 사금 캐는 사람은 금객이라 한다. 배가 소용돌이를 만나, 물이 튀기 시작하면, 둔덕에 있는 사람이나, 배에 탄 사람들 모두 얼이 빠져서 바라본다. 배를 타고 있는 사람의 아우성 소리는 들 리지 않는다. 대하가에서는 영원히 하곡(河谷 : 강 계곡)을 가득 채우는 황하가 계곡에 부딪치며 내는, 우르릉 우르릉하는 파도소리만 들린다.
새벽 무렵에는 황하가 대단히 급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흐르는 물의 양이 엄청나게 많다. 이때는, 전체 햐곡에 부슬부슬 내리는 것 같은, 짙은 안개가 덮여서, 물의 울림소리는 들리지만 흐르는 물은 보이지 않는다. 점점 날이 더워지면서, 햇살이 안개를 뚫고 내리 쏘인다. 이때가 돼서야, 평소에 보던 황하의 웅자(雄姿)가 보인다. 그 황하는 대단히 아름답다. 한쪽에는 태고 적부터, 갈라진 붉은 바위산이 돋보이고, 다른 한쪽은 윤끼가 자르르 한 하늘 높이 솟은 무성한 수양버들 숲이 돋보인다. 여기를 미친 듯 화내고, 미친 듯 기뻐하는 듯, 황하 물이 생명을 내던지듯 세차게 콸콸 흘러간다.
나는 이미 한(韩) 삼십팔의 집에 몇차례 머물렀다. 지금 회상해 보아도, 몇 번째 왔는지 확실하지 않다. 먼 이국의 객사에서 돌아와 내가 다시 그 집 뜰안에 들어섰던 그 시각, 처마 아래 노란 옥수수자루들이 걸려있었고, 뜰 한구석에는 물을 떠서 목욕하는 막이 있었다.
한(韓) 삼십팔은 올해 80세일 것이다. 내년에 만약 손자를 안아볼 수 있다면 이름을 공교롭게도 한 팔십삼으로 부를 것이다. 그도 강을 바라 보는 것을 좋아했다. 여명 무렵, 안개 자욱한 황하, 그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묵묵히 강 안개를 응시했다. 수증기가 그의 얼굴 주름살에 스며들 때, 나는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는 사지(死地)에서 겨우 목숨을 구해 돌아왔다. 오십년 전 그는 마중영(马仲英:1912~1937? ; 청해, 감숙성에서 세력을 떨치던 유명한 회족 군벌)의 호위병이었다. 카스(喀什) 이남의 고비사막에서 그들은 보총을 들고 미친듯이 뛰었다. 하늘에서 비행기가 그들을 추격하며 기총소사를 했다. 거기는 숨을 곳이 없는 고비사막이 아니던가? 사람이 어떻게 비행기를 피해 뛰었는지는 알 수 없다.
부대는 몰살 당했고, 그와 몇 명의 대하가가 고향인 병사들이 쿤룬산(昆仑,산맥 길이 2500 km)에 파고들었다. 쿤룬산의 북쪽 가장자리를 따라 올라와, 타림 사막 남쪽 가장자리를 지나, 그들 몇 명의 대하가 남자들은 집까지 도망쳐왔다.---- 세계에서 저서를 내고, 내로라하는 탐험가라 할 지라도 어느 누가 그런 길을 걸었겠는가? 나는 어느 해, 비행기로 카스에 간 적이 있다. 현창을 통해 태양이 맹렬하게 내리쬐는 사막에 펑펑초(감숙,청해. 신강 등 건조한 사막 고지대에서 자라는 풀)가 여기저기 덤불을 이루고 있는 것이 보였다. 비행기가 따라오면서 기총소사를 했을 때 그들은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확실히, 전쟁을 아름답게 말할 수는 없다.
한삼십팔 노인과 나는 강을 바라보았다. 그는 언제나처럼 묵묵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당시 마중영의 신화를 한 번도 꺼낸 적도 없고, 피비린 내 나는 사막에서 느낀 것에 대해 말한 적도 없었다. 이것은 나같이 배우는 사람에게는 참 애석한 일이다. 나는 그저 추측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대하기로 도망쳐 온 후, 그는 나루터 원근에서 해왔던 일체의 생계 수단을 모두 걷어 치웠다. 그는 뗏목 승객, 금 채취꾼 승객, 보리 타직 승객들에게, 찻잎도 팔아보고, 밀수도 해보고, 장족(藏族) 지역에 뛰어들어 보기도 했다.
황하는 언제나 그가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는 단순히 돈만 벌려면, 강만 찾아가면 된다고 했다. 어떤 나루터든지 뗏목이 걸쳐있으니, 다시 뗏목 승객이 되고, 다시 얼마간의 돈을 벌게 되었다. 그렇게 오래지 않아 그는 사라족 부인을 만나게 된다. 여기는 정말 그에게 딱 맞는 지리(地理)이다. 세상에는 황하 만큼 큰 강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강물이 계속 자기 집으로 흘렀기 때문에 한삼십팔 노인은 산같이 침착하고 중후했고, 세상일에 흥망성쇠가 있어도, 언제나 가슴속에 대처 방안이 있었다.
과연, 이런 곳은 우리 산동사람들에게도 있다. 황하는 우리 집 가는 길이기도 하다. 황하를 따라 내려가면 제남(산동성의 성도)에 갈 수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들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큰 뜻을 품고 세상을 돌아다니는 것은 중국의 고풍(古風)이다. 물결치는대로 표류하다가 더러운 것을 배우기보다, 먼저 대하가에 가서 한번 있어 보라. 감숙, 청해 두 성(省)을 가보고, 황토고원과 적석산맥의 경계를 가 보라. 안개를 만드는 도도히 흐르는 대하(大河)를 가 보고, 정말 위험한 상황을 겪은 사람과 함께 있어 보라.
<文汇雅聚> 2016년 6월 발표.
* 장승지(张承志): 1948년 북경 출생 회족(回族). 북경대 역사학과 졸업 (고고학 전공). 중학교 때 홍위병의 선봉에 섰으며, 현재 중국의 영향력 있는 작가중 하나.
* 대하가 진(大河家 镇): 감숙,청해성 경계 황하 강변에 있는 작은 진(镇, 현 아래의 행정단위, 한국의 읍에 해당). 평균 해발고도가 1800m이며, 황하 수력 발전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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